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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과 문화산책
이인숙 지음 / 집문당 / 2005년 3월
평점 :
품절
요즘 박물관에 대한 관심이 많이 생겨 관련 서적들을 읽고 있는데 생각보다 많지 않아 아쉬웠던 차에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한 후 집어든 책이다.
제목이 좀 딱딱하긴 한데 그래도 여자 박물관장으로서 박물관에 대한 애정과 사명의식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책이다.
내가 살고 있는 안산에 경기도 박물관이 있다는데 이 분이 우리나라 최초로 공립 박물관의 여성 관장이 되셨다고 한다.
기회가 되면 가 봐야겠다.
아쉬운 점은 1990년대에 쓴 글들이 많아 (심지어 88 올림픽 전에 썼던 글들도 눈에 띈다) 시의성에서 좀 떨어진다는 점이다.
발행은 2005년도로 되어 있지만 주요 글은 전부 90년대에 각종 언론에 기고했던 글을 모은 책이다.
새로 손을 봐서 다듬었으면 더 좋은 책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저자는 박물관의 기능을 전시 보다 교육이 우선이라고 한다.
이것이 요즘의 트렌드인 모양이다.
사실 교육기관으로서의 박물관은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박물관은 그저 유적들이 전시되어 있는 공간이라고만 생각했고 미술관은 박물관과 다른 개념이라고 인식했었다.
그런데 실제로 박물관에 가 보면 학습 효과가 상당하다.
국립중앙박물관에 몇 번 갔던 적이 있는데 역사관 같은 곳을 관람할 때는 책에서 읽는 것 보다 훨씬 더 많은 공부를 할 수 있었고 더 생생하게 다가오는 기분이 들었다.
이른바 현장 학습이라고 할까?
특히 레이블을 꼼꼼히 읽으면 책을 읽는 것 보다 훨씬 재미있게 지식을 쌓을 수 있다.
그래서인지 학생들이 부모나 교사들과 숙제하러 많이 오는 것 같기도 하다.
선사시대 유물 같은 것도 책에서 볼 때는 아무런 감흥이 없었지만 실제로 유물을 보고 레이블을 읽고 또 관련 영상물까지 같이 보니까 아, 저렇게 쓰는 것이구나 감이 왔다.
그런 면에서 보면 박물관이야 말로 학생들의 현장학습은 물론이고 대중교육이나 평생교육의 좋은 공간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저자는 특히 공공 기관으로서의 사명감을 강조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관장이라는 타이틀을 그냥 얻은 게 아닌 것 같다.
지역사회에 봉사하고 지역 주민들이 더 많이 박물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혁신하고 새로운 시도를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공무원들이 이런 마인드를 내제화 시킨다면 정말 행복한 나라가 되지 않을까 싶다.
문화센터로서의 박물관은 국립중앙박물관을 보면 실감이 난다.
다른 나라와 교류 전시전도 많고 뮤지컬이나 연극, 음악회도 개최되고 이번에 하고 있는 이집트전처럼 국제적인 유물의 전시회도 열린다.
이런 부분은 입장료나 뮤지엄 샵 외에도 훌륭한 수익성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요즘에 지역 박물관이 많이 생기는데 저자의 말대로 박물관이 지역 문화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대한민국은 수도 중심주의가 심한 만큼 지방 사람들이 문화적으로 소외되기 쉬운데 박물관이 지역 문화를 발굴하고 그것을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면 자기 지역에 대한 애착심이나 자긍심이 생기지 않을까?
영국의 어떤 마을에서는 그 마을에 살아온 다양한 사람들의 조상들에 대한 사소한 이야기들을 한데 모아 지방 박물관에 전시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뭔가 거창한 유물이 아니라 할지라도 지역의 특색을 보여 주는 문화적인 요소로 꾸민다면 박물관이 중요한 구심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교류의 장으로써의 박물관은 지난 번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베트남 전을 본 후 크게 느낄 수 있었다.
베트남 아가씨가 직접 한국어로 안내를 해 줬는데 지금까지 베트남에 대해 아무 관심도 없었지만 한 시간 정도 설명을 들으면서 관람하고 나니, 정말 베트남에 대한 애정과 호기심이 왕성해졌다.
각 지역 박물관들이 다른 나라의 지방 박물관과 상호 교류하면서 전시회를 갖는다면 저자의 말대로 세계 시민으로서의 보편적인 모럴을 갖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사실 우리는 상대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편견을 갖고 적대적으로 대한다.
단지 그 나라를 여행하는 것만으로는 문화나 사람들을 아는데 충분하지 않다.
지역 박물관끼리 상호 교류를 통해 이웃들에 대해 많이 알게 된다면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지구촌이 가능하지 않을까?
당위적인 말이 많고 여기저기 기고한 글을 모으다 보니 동어반복이 잦지만 박물관에 대한 저자의 무한한 애정과 사명의식을 느낄 수 있었고 21세기 박물관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 수 있었다.
단 이 책은 박물관 관리자의 입장에서 본 만큼 이번에는 관람객 입장에서 쓴 박물관 이야기를 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