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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중국, 중국인 이야기 - 비행기에서 끝내는
정광호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비행기 안에서 끝내는> 이라는 제목에 자극받아 고른 책이다.
북경 여행을 앞두고 중국 문화에 대해 대충 감이라도 잡아야 할 것 같아서 역사서와 가벼운 문화 관련 서적들을 읽고 있다.
일단 책의 판형은 정말 비행기 탈 때 배낭에 넣어도 좋을 만큼 아담하고 가벼워서 좋다.
이런 아담 사이즈의 책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내용 면에서는 평균 정도의 점수를 줄 수 있겠다.
중국의 역사와 사회 문화 현상을 적당히 잘 버무렸다는 느낌이 든다.
깊이 면에서는 어쩔 수 없이 수박 겉핥기라는 생각이 들지만 전문적인 학자가 아닌 이상 더 많은 걸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중국은 항상 나에게 경외심을 불러 일으키는 유구한 문명의 나라다.
동아시아 문화권의 일원으로서 이 오래된 나라의 장구한 역사와 전통의 깊이는 서구인들에 대해 자부심을 갖게 한다.
최근 들어 한자에 관심이 생기면서 더더욱 중화 문명에 깊은 애정을 갖게 됐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중국이 발전 지향적으로 나가면서 민족주의에 이런 역사를 지나치게 이용한다는 사실이다.
동북공정 문제도 그렇고 한국은 중국의 속국이었다는 식으로 한국인에 대해 우월감을 가지려는 태도도 그렇다.
일본도 마찬가지지만 중국이 동아시아의 리더가 되려면 (세계의 리더는 차치하고서라도) 보다 대국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주변 문화권을 포용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일본의 근대화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그들의 놀라운 발전상과 혁명적인 개혁에 감탄하며서도 군국주의로 함몰되는 과정을 보면서 어쩔 수 없이 보편적이 못한 한계를 느끼곤 한다.
미국 혹은 서유럽에 대해 동경심을 갖는 것은 비단 그들이 먼저 이룩한 부유함 때문이라기 보다는, 그 부를 바탕으로 이룩한 인권의식, 환경보호, 관용정신, 개방성 이런 인류 보편적인 가치 때문이다.
정말 팍스 아메리카의 본모습이 단지 경제적 부 때문이고 중국처럼 인권을 가볍게 취급하고 통제하는 국가라면 혹은 일본처럼 천황주의가 여전히 맹위를 떨친다면 절대로 부러워 하지 않을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중국이 얼마나 발전되고 있는지를 실감했는데 이런 경제력을 바탕으로 사회적인 성숙도 같이 이루어 가길 바란다.
중국 문화에 대한 찬탄이 그들의 우월감을 북돋고 주변 국가들을 무시하는 근거없는 자만감으로 이어진다면 선조들이 이룩한 업적을 스스로 버리는 꼴이 될 것이다.
<장성, 중국사를 말하다> 에서 느낀 바지만 중국의 역사야 말로 유목민과 농경민의 문화가 어우러진 집합체이다.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한대로 한국인 역시 중국이라는 거대한 문명권에 우리의 지분을 요구할 수 있을 만큼 서로 기여하면서 발전해 왔다고 생각한다.
어떤 문화든 일방적일 수만은 없으니까.
먼저 읽은 중국 역사 관련 서적들이 겹쳐지면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다.
상대적으로 음식 문화나 현대 중국인의 생활상 등은 흥미도가 좀 떨어졌다.
너무 가벼운 스케치였다고 해야 할까?
내가 관심을 갖는 분야가 현대의 중국이라기 보다는 기나긴 중국의 역사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한 나라에 대해 알아간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이고 흥미진진한 일 같다.
문화적 차이는 어디서 오는가, 왜 그들은 우리와 다르게 발전했는가, 어떤 갈등이 있어왔고 어떻게 대처해 왔는가 등등 재밌는 주제들이 많다.
여행을 계기로 중국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지고 많이 알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