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으로 보는 중국사 - 세계전쟁사 002
크리스 피어스 지음, 황보종우 옮김 / 수막새 / 2005년 4월
평점 :
품절


한 때 역사에 대해 잘 안다고 자부했었다.
나름 식견이 있다고 말이다.
그렇지만 관련 서적을 읽으면 읽을수록 나는 진짜 수준이 매우 낮은 평범한 독자에 불과함을 느낀다.
가벼운 대중 교양서 조차도 조금만 자세히 배경을 설명하면 그 때부터는 대체 이게 뭔 소리야, 하면서 자신이 없어진다.
글을 쓰는 필자들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블로그를 돌아다디다 보면 내공 깊은 독자들이 대체 왜 이렇게 많은 것인지, 그들이 쓴 감상문을 읽다 보면 내가 쓴 리뷰는 그저 혼자 끄적이는 낙서에 불과하다는 자괴감이 든다.
책 내는 건 고사하고 단지 리뷰 하나를 쓰는 것 조차 이렇게 수준 차이가 나다니 정말 뭔가를 잘한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닌 것 같다.
내가 싫어하는 건 민족주의적인 해석, 음모론, 이랬으면 어땠을까 하는 가정을 마치 진짜 역사라도 되는 듯 쓰는 과장법 등이다.
이를테면 딱 이덕일씨 같은 저술가들이다.
고구려가 천자의 나라였다느니, 환인국을 찾았다느니, 정조가 독살됐다느니, 효명세자가 안 죽고 집권했으면 조선의 운명은 달라졌을 거라느니, 뭐 이런 관심 끌 만한 주제들 있지 않은가.
기본적인 역사 인식 자체가 극명하게 다른 이런 책 외에는 솔직히 다른 역사서에 대해서는 내가 과연 옳고 그름을 따질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러워 이제는 이런 리뷰 쓰는 것도 너무 조심스럽다.
어설픈 지식으로 전문가들의 역작을 함부로 평가하는 게 아닌가 싶어서 말이다.
책에 대한 칭찬을 할 때도 내가 제대로 알고 좋다고 하는 건지 자신이 없다. 
전문가는 못 되더라도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진 딜레탕트라도 되고 싶었는데 그 관심 독자 수준도 유지하기가 힘들 만큼 정말 세상에는 똑똑하고 내공 있는 아마추어들이 널려 있는 것 같다. 

각설하고, 이 책은 오래 전부터 읽고 싶었던 책인데 차일피일 미루다가 이번 중국 여행을 계기로 읽게 됐다.
같은 시리즈인 <지도로 보는 한국사> 가 지도를 많이 넣다 보니 상대적으로 그와 관련된 역사 부분의 기술에 너무 소홀한 것 같아 실망을 했던지라 아무래도 손이 안 갔던 책이다.
막상 읽어 보니 앞의 한국사와는 내공이 다른, force가 느껴지는 책이라는 느낌이다.
앞의 책이 지도만 나열했던 것에 비해 이 책은 중국의 전반적인 역사를 아우르고 주제에 맞게끔 군사제도와 무기, 전략 등의 세밀한 부분까지 잘 짚어내고 있다.
중국사라는 주제 자체가 워낙 광범위 하기 때문에 대표적인 사실들만 압축해서 기술하는 게 더 이해가 빨라서인지도 모르겠다.
실제 병사들의 복장이나 무기를 보여 주는 삽화들은 신선하긴 하지만 아무래도 정확히 이해하기는 힘들었고 서양인이 그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서구적인 느낌이 들어 약간 어색하기도 한다.
그리고 나 자신이 무기류나 전술적인 면에는 매우 약하기 때문에 대충 넘어간 면도 없지 않다.
오히려 나는 이런 시각적인 부분 보다는 중국 역사를 아우르는 저자의 기술 솜씨에 점수를 주고 싶다.
그 동안의 독서가 밑바닥에 쌓여 있기 때문이겠으나 복잡한 중국 역사가 한 눈에 정리되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워낙 많은 나라가 난립하여 항상 헷갈렸던 위진남북조 시대라든가 춘추전국시대 등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는 기분이다.
중국이라는 나라가 어떻게 성장하게 됐는지 시대의 흐름에 맞춰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수나라와 당나라 편에서 고구려가 등장해 반갑기도 했다. 
특히 이슬람 세력과 맞붙은 탈라스 전투에서 고선지가 고구려 유민이었다고 기술해서 무척 흐뭇했다.
서양 역사가들에게 고구려가 하나의 나라로 인식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느낌이 들어서다.
중앙아시아 부분은 늘 모호한 느낌이 드는 부분이라 인터넷에서 관련 영역을 찾아 보기도 했는데 아직은 감이 잘 안 잡힌다. 
아마 많이 접하질 못해서 그럴 것이다.
관련 서적을 좀 더 읽어 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