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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섹슈얼리티 - 조선의 욕망을 말하다
정성희 지음 / 가람기획 / 2009년 2월
평점 :
비교적 평이해서 침대에 누워서 읽을 만 하다.
익히 알려진 어을우동이나 유감동 사건 등이 등장한다.
조선시대의 불평등한 가부장제도가 미화되지 않고 정면으로 공격받아 일견 시원한 면도 있었다.
제일 가슴 아픈 것은 역시 정조 때문에 목숨을 버리는 일이다.
예의를 잃는 것이 목숨을 잃는 것보다 더 크다는 유학자들의 인식이 참 안타깝다.
후기로 갈수록 서민층까지 널리 퍼져 정절 이데올로기를 강요받고 특히 남편의 폭력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남편에 의한 살인이 심심찮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5세 이전에 이미 혼인한 아이들도 있었다고 하니, 유아 사망률이 높았던 당시 만약 남성이 먼저 죽기라도 하면 여자는 평생 수절하고 혼자 살아야 할 처지에 놓인다.
경제력이 전혀 없고 자식을 낳아야 비로소 대접받는 시대에 수절과부들의 고통이 얼마나 컸을지 짐작이 간다.
아들 낳기에 대한 온갖 비방들은 오히려 이런 쓸데없는 금기 사항과 제한점들 때문에 임신이 어렵지 않았나 이런 생각도 하게 된다.
산과학이 발달하기 전이니 배란일이라는 개념조차 몰랐을 것이고, 그렇다면 무조건 합방을 많이 하는 게 최고인데 무슨 날은 이래서 안 되고 심지어 월경색에 따라 합방 여부를 결정했다고 하니, 안 그래도 영아 사망률이 높은 시대에 지체 높은 사대부 가문에서 자식이 귀한 이유가 다 있었을 것 같다.
부부가 사이가 좋으려고 해도 집안에서조차 한 공간에 거처하면 흉이 되고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극도의 엄격한 분위기이고 보면 본부인은 그저 대를 잇고 안살림을 맡는 일종의 공적인 관계이고 진정한 사랑은 제약이 없는 첩에게서 얻고자 했을 것이니 과연 처첩제도는 경직된 유학자 사회에서 필수적인 요소였을 것 같다.
어제 수메르인들의 생활상을 그린 다큐멘터리를 봤는데 수확량이 비옥해서 먹고 마시며 인생을 즐긴다는 식으로 나왔다.
그런데 그보다 수천년 더 발전된 사회인 조선 후기에 찍은 사진을 보니 여전히 어린 아이들이 헐벗고 굶주리며 키보다 큰 방아를 찧고 있다.
어쩌면 우리가 문명화된 사회였네, 고대에도 인권은 있었네 어쩌고 하는 것도 다 요즘의 관념에 맞춰 현실을 외면하고 멋대로 상상하는 건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든다.
마치 착한 야만인을 꿈꾸듯 말이다.
그래서 공자도 주나라를 이상향으로 삼고 과거로 돌아가고자 했을까?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았던 그 시절로 말이다.
여성 저술가가 써서 그런지 비교적 여성의 관점에서 조선 시대 부부관계를 풀어 내고 있다.
너무 많이 알려진 사실들이라 흥미도는 솔직히 좀 떨어지는 편이지만 대신 읽기 편하고 흐름에 무리가 없다.
특히 간간히 실려 있는 조선시대 사진들이 읽는 재미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