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단련법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박성관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늘 좋아하는 다치바나 다카시의 책이다.
80년대 책이니 인터넷과 컴퓨터가 놀라울 정도로 발달한 오늘날에 보면 시대와 안 맞는 부분도 있을 것 같다.
일단 사진에 등장하는 컴퓨터의 모니터가 너무 두꺼워 깜짝 놀랬다.
다치바나는 나와 비슷한 종류의 인간형 같다.
소설 보다는 인문사회학을 더 좋아하고 다양한 분야의 지적 욕구나 쾌락을 추구하는 걸 보면 말이다.
나는 그 사람을 통해서 사람의 알고자 하는 욕구가 본능적이고 또 얼마나 강한 것인지를 알게 됐다. 

책에 소개된 내용은 평소에 나도 궁금해 하던 것들이라 흥미롭게 읽었다.
물론 나는 글쓰기를 주로 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자료 수집에 열심이진 않지만 어떻게 하면 책에서 습득한 지식을 효율적으로 정리할 수 있을지 늘 고민하던 차다.
일단 그의 말대로 책을 읽으면서 메모하는 것은 비추천이다.
글의 흐름이 끊기고 옮겨 적다 보면 한도 끝도 없어 지치게 된다.
차라리 빨리 한 번 읽고 재독이나 삼독을 할 때 메모하는 게 훨씬 낫다.
물론 나는 늘 시간이 없기 때문에 한 번으로 끝이지만 말이다.
비슷한 주제의 책을 여러 권 읽으라는 충고에도 동의한다.
같은 책을 여러 번 읽으면 시간 간격을 둘 경우 새롭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 한 번 읽었을 때 기억이 남아서 흥미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비슷한 수준의 입문서를 여러 편 읽는 게 내 생각에도 더 나을 것 같다.
굳이 정리를 하지 않아도 머리에 대충 감이 잡히면 연상 작용을 할 때 도움이 되고 책 읽는 속도도 증진시킬 수 있다.
입문서만 파서는 프로패서널이라고 할 수 없다.
중급 수준의 책 몇 권을 선택하고 마지막에 그 분야의 명저를 꼭 읽으라고 조언한다.
이를테면 도덕론 하면 칸트의 관념론 하는 식으로 말이다.
만약 책을 읽기가 어렵고 지루하다면 과감하게 던져 버려도 된다.
사실 나도 본전 생각나서 이걸 잘 못하는데 붙들고 있으면 돈뿐만 아니라 시간도 낭비한다고 한다.
새겨들을 충고다. 

제일 실천하기 힘든 조언은 책을 돈 주고 사서 보라는 것이다.
이 사람은 시민의 독서 생활을 위해 도서관에 책을 보급하자는 운동에 반대한다.
마치 식사를 풍요롭게 하려고 무료 급식소를 늘리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도서관의 왕 애용자인 내 입장에서는 선뜻 동의하기 힘들지만 출판업의 발전을 위해서도 가능하면 책은 사서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한 번 책에 미친 사람들은 그 경비 대는 것이 만만치 않다는 걸 충분히 느낄 것이다.
공간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읽고 싶은대로 다 사다 보면 아마 파산하게 될지도 모른다.
대부분 한 번 읽고 끝인 책의 특성상 전문적인 저술가가 아닌 이상 많은 돈을 투자하기는 어렵다.
내 경우도 알라딘에서 할인하는 카드를 만들어 책 주문할 때만 쓴 적이 있는데 6개월에 200만원이 나와 허걱 한 적이 있다.
한 달에 30여 만원 어치만 사도 1년이면 큰 돈이지만, 30만원이라고 해 봤자 아마 10여 권에 불과할 것이다.
내가 한 달에 읽는 책의 권수가 10~15권이니 아무리 생각해도 도서관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독서 생활이 어려워진다.
그러나 원칙적으로는 돈만 많다면 당연히 사서 읽는 게 좋다.
단 집도 넓어야 한다.
마음대로 낙서하고 줄 긋고 메모하면서 책을 볼 수 있다면 훨씬 더 몰입할 것이다. 

메모를 할 때 일단 초벌 메모를 대충 한 다음에 다시 그 메모를 바탕으로 원고지 한 장에 압축해서 메모하라는 조언도 유용했다.
나도 하다 보면 한정없이 길어져 간혹 흐름이 끊기곤 하는데 이럴 때는 대충 쓴 것을 가지고 A4 한 장에 키워드나 연표만 기록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아니면 책의 안쪽에 대충 생각나는 단어 몇 개만 써 놔도 나중에 다시 볼 때 연상이 될 것 같다.
어떻게 독서를 할 것인가는 생각하면 할수록 더 세련되지고 즐거워진다.
독서는 정말 최고의 놀이다.
우리나라에도 이 사람처럼 좀 제대로 된 독서가가  나와서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줬으면 좋겠다.
제발 어설픈 독서가들의 그런 수준낮은 잡설들은 이제 좀 그만 나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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麗輝 2009-05-05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음. 이 책은 한번 읽어볼만 할 듯 합니다. 책은 돈 주고 사서 봐라.
ㅋㅋ 저도 그런 생각을 하는 편인데...재밌을 것 같습니다.
마린님 블로그에는 처음 온 것 같아요~리뷰를 엄청 많이 쓰셨네요~책을 진짜 좋아하시는 분 같습니다.
블로그에서 그 열정이 느껴지니 말입니다. 저도 앞으로 종종 여기에 들려서 글 좀 읽어보겠습니다.
즐거운 연휴 잘 마무리하시기 바랍니다. ^^

marine 2009-05-05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문해 주셔서 너무 반가워요. 저는 님처럼 리뷰를 체계있게 못 쓰고 그저 느낀 바를 끄적거리는 수준이라 항상 부러워 하고 있답니다.^^
좋은 책 많이많이 소개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