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 2500년의 여행 (4disc)
KBS 미디어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책으로도 나와서 한 번 읽어 볼까 싶었는데 영상으로 먼저 접하게 됐다.
내레이터 유인촌의 목소리가 낭랑하다.
내용이나 편집은 솔직히 그저 그렇다.
좀 더 압축적이고 핵심적인 면을 보여줬으면 좋았을텐데.
무리하게 현대 사회의 특성과 유교를 연결지으려는 시도가 부자연스럽다.
아무리 생각을 해도 차별의 원리에 입각한 유교는 현대 자본주의나 개인주의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서구 문명의 폐해에 대한 대응으로 유교가 새롭게 각광받는다고 하지만 내가 보기에 유교는 현대 사회와 기본적인 개념부터가 너무나 다르다.
누구 말처럼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사는 건 아닐지라도 유교의 부활은 어쩐지 부자연스럽다.
신의에 입각한 장사, 말은 좋지만 과연 유교 정신이 현대 자본주의와 얼마나 일치할까?
오히려 애덤 스미스처럼 노골적으로 이기적인 욕구에 충실할 때 발전한다는 게 훨씬 더 자본주의를 꿰뚫어 보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여자들에게 강요된 정절 이데올로기는 아무리 미화를 시키려 해도 유학의 어두운 면이 아닐 수 없다.
가미가제 특공대를 잘못된 충성 이데올로기라고 비판했지만 결국 그것도 유학의 일부가 아니던가?
부모를 위해 살을 잘라 공양했다는 효의 이야기도 개인주의적 관점에서 보면 끔찍하게 들리고, 양을 훔친 아버지를 고발한 아들을 비난한 공자의 이론도 현대 사회의 정의 정신에 맞지 않는다.
오히려 이 다큐멘터리는 유학의 본질을 무시하고 현대식으로 지나치게 변형시켜 진짜 정신을 훼손시켰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천 여년 전의 이데올로기를 현대 사회에 적용시키려는 시도 자체가 무리한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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