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회화의 이해
안휘준 지음 / 시공사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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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너무 바빠서 그런지 아님 슬슬 지치지 시작했는지 (일종의 매너리즘이랄까?) 한 권의 책을 진득하게 못 읽는다.
읽고 싶은 책은 많은데 읽을 시간은 늘 부족하고 그나마 남는 시간에 해야 할 일들이 워낙 많아 독서라는 걸 제대로 못하고 있다.
독서가  TV와 다른 건 TV는 컨디션이 좀 나빠도 얼마든지 볼 수 있는데 비해 책읽기는 고도의 정신력을 요하기 때문에 기분이 우울하거나 몸이 피곤하면 절대로 제대로 된 독서를 할 수 없다.
특히 인문학이나 자연과학 쪽 책은 더욱 그렇다.
소설과는 달리 일정한 줄거리나 캐릭터 같은 게 없기 때문에 한 번에 쭉 읽으려면 꽤나 집중해야 한다.
하여튼 이번에도 2/3 정도 이 책을 읽었다.
좋은 책이고 수준도 훌륭하다.
역시 전공자, 학자는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전통 그림에 대해 관심이 많은데 우리 회화의 흐름에 대해 체계적인 지식을 갖게 해 주는 책이다.
김정희에 대해 19세기 조선 화단을 이끈 엄청난 공적과 영향력에 대해 높이 평가하면서도 지나치게 우상화 되는 요즘의 경향을 경계하고 남종화에 너무 많은 가치를 부여했다고 지적한다.
추사 김정희의 제자 중에 조희룡이라는 여항문인이 있었는데 화려한 매화 그림이 맘에 꼭 들었다.
그런데 김정희의 평은 문기가 부족하고 지나치게 현란해서 품격이 없다고 평했다.
내가 읽은 책에서는, 김정희는 사대부였고 조희룡은 중인 출신이기 때문에 신분적 한계가 작용했다는 해설이 들어 있었고 나도 공감했던 부분이다.
아마도 이 책의 저자 역시 추사의 지나친 남종화 추종을 비판한 것 같다.
쓰다 보니 김정희라는 대가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어설프게 지껄였다는 생각이 든다.
하여튼 아무리 위대한 사람이라도 절대적으로 옳거나 훌륭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의 품격과 수준을 갖춘 비판은 허용되야 하지 않을까 싶다. 

산수화 그림이나 매화도, 초상화 등은 무척 마음에 들고 보면 뭔가 울컥 하는 게 있는데 솔직히 소나 말, 개 등이 등장하는 영모도는 아직까지는 그 참맛을 모르겠다.
뒤러의 정밀한 토끼나 코끼리 그림에 감탄하는 나에게, 전통 회화의 영모도는 왠지 어설퍼 보인다.
이암이 그린 강아지 그림이나 김시의 소 그림이 따뜻하고 정감이 가면서도 어쩐지 정교한 묘사를 한 르네상스 화가들에 비해 한 수 아래로 느껴진다.
아마추어 느낌이랄까?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말 그림을 본 적이 있는데 윤두서가 말을 굉장히 잘 그렸다고 하는데도 그의 초상화나 기타 산수화에 비해서 <유하백마도>는 어설픈 느낌을 받았다.
보는 관점의 차이인가?
아마도 내가 동양화의 포인트를 잘못 짚어서일 것 같기는 한데 하여튼 아직까지는 초상화나 산수화에 비해 영모도는 관심이 덜 간다.
대신 초상화는 기운생동이라는 기치 아래, 그 사람의 정신세계까지 그린다는 전신사조의 화풍이 서양의 인물화와는 매우 다른 강렬한 느낌을 준다.
사실 우리나라의 초상화는 얼굴에 주로 신경을 쓰기 때문에 손을 대충 그린다는 설명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 부분도 서양의 인물화와는 구별되는 특징일 것 같다.
김은호가 그린 고종의 초상화에 감탄하면서도 손이 너무 대충 그려져 좀 놀랐던 기억이 있다.
하여튼 윤두서 등의 자화상도 그렇고 조선 선비들의 초상화를 보면 정말 뭔가 그 사람의 기운이 느껴지는 강렬한 느낌을 받는다.
먹으로 그렇게 섬세한 표현을 할 수 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흥미로웠던 부분은 일본에 건너간 수문과 문청이라는 화가에 관한 이야기였다.
처음 안 사실이다.
일본 학계에서는 정말 이 두 사람을 조선에서 건너간 화공이라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나는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잘 모르겠는데 저자의 설명으로는 당시 조선 화풍과 너무나 일치하기 때문에 도일한 조선 출신 화공이라고 추측했다.
한일 교류의 새로운 예가 아닐 수 없다.
역시 중국의 문화권 아래에 있다 보니 중국 화풍이나 화가들이 많이 등장했다.
관심의 폭이 넓어져 이제 중국 회화에 대해서도 관심이 생긴다.
또 우리나라 그림 역시 중국의 고사성어를 소재로 한 그림이 많다 보니 같이 알아 두면 이해의 폭이 깊어질 것 같다. 

유익한 책이었고 도판도 훌륭하고 무엇보다 전문적이지만 어렵지 않게 쓰여져 한국 회화의 흐름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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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잉~ 2011-12-14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있잖아염~ 제가 원하는 것은 이게 아니고 어느 강아지그림인데... 제발여~~ ㅜㅜㅜㅜ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