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집이야기
야나기 무네요시 지음, 이목 옮김 / 산처럼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야나니 무네요시라면 일제 시대, 한국의 미를 고졸하다고 평했던 사람으로 알고 있다.
광화문 철거할 때도 신문사에 반대 칼럼을 썼던 사람으로 나름 한국 문화에 대해 일가견이 있었던 사람으로 기억한다.
수집이라는 매니아적인 취향에 대한 칼럼 모음집이라길래, 제목에 끌려 저자의 이력에 끌려 읽게 됐다.
솔직히 문체는 내 스타일이 아니다.
나는 조지 오웰 식의 풍자화된, 치고 빠지는 유머있는, 약간 비꼬는 듯한 그런 문장을 좋아하는데 (알라딘 서재의 나귀님 같은) 이 사람의 글쓰는 스타일은 너무 고식적이고 점잖고 일본 사람 특유의 사소함 내지는 세밀함이 보여 지루했다.
이를테면 하루키 식의 가벼운 문제와 대조적이라고 할까?
시대적 한계라는 생각도 들고 원래 이 사람 자체가 점잖은 스타일 같기도 하고.
그렇지만 수집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 혹은 예술에 대한 태도 등에 적잖이 공감했고 많은 도움이 됐다.
사실 책 읽는 것도 그렇지만 미의식을 고취시키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만의 안목으로 사물을 대할 수 있느냐일 것 같다.
저자도 강조하는 바지만 이름에 함몰되지 말고 상인들에게 휘둘리지 말고 나만의 관점으로 작품을 평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떤 용감한 리뷰어처럼 고전이 무슨 소용이냐, 그저 이름뿐인 지루한 책 아니냐 라고 대범하게 감상문을 쓸 수도 있겠으나 여기서 말하는 자기만의 관점은, 그런 수준 이하의 평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훌륭한 작가라고 해서 모든 작품이 다 훌륭한 것은 절대로 아니다.
피카소 작품이라고 전부 보존할 가치가 있는 걸까?
혹은 유명한 작가의 소설이라고 다 감동적이고 훌륭할까?
좀 더 쉽게, 대중들이 열광하는 영화가 있다.
나는 이 영화를 다르게 봤다, 내가 보기에는 별로다.
그렇다면 자기 나름의 감상을 자신있게 피력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문가들의 평론을 무조건 무시하라는 얘기는 아니지만, 하여튼 그들의 관점에 함몰되지 말고 (더욱 위험한 것은 그 분야에 안목을 키운 전문가가 아닌 대중들의 환호에 좌지우지 되지 말고) 나만의 관점으로 예술품을 대할 수 있어야 한다.
수집할 때야 말로 이런 안목이 빛을 발할 것이다.
상인들의 말에 휘둘려 값이 오를 것이라는 말을 믿고, 혹은 경쟁 심리에 무리하게 사들여 창고 속에 처박아 둔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저자는 일부러 유명하지 않은 작품을 위주로 수집했다고 한다.
특히 실제로 쓰임새가 있는 공예품을 중심으로 수집해서 민예관을 건립했다.
다른 박물관과 차별되는 포인트가 될 것 같다.
서구에서는 개인 수집가들이 공공의 목적으로 수집품을 기증하는 예가 많은데 일본에서는 거의 없다고 한탄한다.
이번에 중앙박물관에 가서 느낀 바지만, 평생 모은 수집품의 기증이야 말로 자신의 수집품을 가장 가치있게 보존하는 길인 것 같다.
나는 이런 수집벽은 없지만 하여튼 이런 안목있는 수집가들의 매니아적인 열정은 언제나 흥미롭고 존경스럽다.
가끔 미술관에 갔다가 아, 저 그림은 꼭 내 방에 걸어 놓고 싶다는 욕구를 느낄 때가 있다.
아마 돈이 좀 있으면 구입을 하게 될 것 같다.
저자의 말처럼 돈이 많다고 훌륭한 수집가가 되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기본적인 자금이 있어야 비로소 수집이 가능한 일이니.
중앙박물관의 기증자 약력을 봐도 다들 자기 분야에서 기반을 쌓은 인물들이었다.
리움 미술관에 갔을 때 처음으로 이병철이라는 삼성 건립자에 대해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 전에는 삼성이라는 기업에 대해 정말 아무런 감정이 없었고, 해외에서 삼성 휴대폰을 봐도 애국심 같은 건 전혀 안 생겼는데 (오히려 재벌이라는 약간의 거부감만 있었다) 리움 미술관의 그 아름다운 소장품들을 보면서 한 인간의 재력이 이렇게 훌륭한 일을 할 수도 있구나 싶어 감탄했다.
아마도 돈 많은 사람들이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일 중 하나가 이런 예술에 대한 투자일지도 모르겠다. 

얇은 책이라 지하철에서 편하게 읽을 수 있었고 나는 도자기나 공예품에 대한 특별한 안목도 없고 관심도 적은 편이지만 기회가 된다면 이 분이 설립한 민예관에 가 보고 싶다.
공예품만 전시했다는 빅토리아 앤 앤 앨버트 박물관에도 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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