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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속의 한국사 - 유물로 읽는 우리 역사 이야기
최형철 지음 / 휴머니스트 / 2007년 9월
평점 :
품절
그런대로 재밌게 읽은 책.
기자인데도 학예사 시험에 합격했을 정도로 나름 전문성을 과시한다.
그러나 우리 문화를 너무 사랑하다 보니 곳곳에서 민족주의 냄새가 나고 지나친 자긍심으로 타 문화와의 우열을 가리는 유치한 행태를 간간히 보여준다.
문화란 우리를 강하게 만드는 힘이라는 이원복씨의 말이 생각난다.
한국인의 문화가 소중하다면 타 문화 역시 그 문화가 속한 공동체의 구성원들을 이끄는 힘이 될 것이다.
결국은 전 세계인들이 가꾸어 가야 할 우리 모두의 유산이고 소중한 보물이 아니겠는가?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을 지정하는 것도 함께 지켜 나가자는 뜻으로 알고 있다.
한국의 문화가 다른 문화보다 우수하다는 식의 사고방식은 자민족중심주의에 지나지 않고 오히려 우리 문화의 독특함과 정체성을 깍아 먹는다는 생각이 든다.
모나리자의 미소는 그대로 아름다운 것이고, 경주에서 발굴된 수막새의 신라인 미소는 또 그대로 의미가 있는 것이다.
꼭 그런 식으로 유치한 비교를 해야 할까?
모나리자 미소보다 훨씬 신비롭고 우아하다는 식으로 말이다.
내가 이원복씨의 글을 좋아하는 까닭은 문화재 전문가로써의 그 안목과 전문성도 높히 사지만 무엇보다 우리 문화만이 최고다라는 식의 편견이나 아집에 빠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의 글을 읽으면 사람의 마음을 넉넉하게 하는 여유가 있고 겸손함이 곳곳에서 배어 나온다.
우리 모두가 지켜야 할 세계 문화, 이런 보편적이고 대범한 시각을 견지할 수는 없는 것일까?
책의 장점을 들자면 국보 위주의 소개에 그치지 않고 각 지방 박물관의 소장품도 빠짐없이 조명했다는 점이다.
한국이 심각한 수도중심주의다 보니 지방 문화는 낙후되고 관심 밖이기 십상인데 지방 박물관들이 보유하고 있는 문화재가 ㅣ방 문화 발전에 이바지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 소개된 춘천 박물관의 김우명 상여는 춘천을 방문했을 때 본 기억이 있다.
지방 박물관에 별 볼 것이 있겠어, 라는 건방진 생각으로 들렸는데 내 시각을 완전히 교정해 준 전시품이었다.
상여는 죽음과 관련된 것이라 처음에는 전시관에 전시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조선 왕실의 장례 문화를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굉장히 의의있는 전시품이라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김우명이라고 하면 숙종의 외할아버지이나 명성왕후의 아버지로 중앙 정계의 거물이지 않았던가?
고향이 광주지만 한 번도 광주 박물관을 구경해 본 적이 없다.
그저 야외에서 사진이나 몇 장 찍었을 뿐이다.
신안 앞바다에서 발굴된 고려 청자를 비롯한 유물들이 대거 전시되어 있다고 하니 나중에 집에 내려가면 꼭 들여야겠다.
백제의 옛 수도인 공주와 부여 박물관은 가족 여행을 하면서 들렸던 기억이 난다.
경주 박물관도 친구들과 1박 2일 동안 머무르면서 가이드의 도움을 받아 관람했었고 불국사나 석굴암, 남산 등도 돌아 봤는데 지금 생각하니 아주 소중한 기회였던 것 같다.
국립 중앙 박물관은 요새 열심히 다니고 있다.
저자의 서문에 밝힌 대로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한 두 시간 지나면 관람 피로 때문에 곧 지치고 만다.
내 경우 중앙 박물관의 역사실 한 곳만 보는데 네댓 시간이 걸렸다.
전체를 하루에 다 본다는 건 엄두도 못 내고 한 번에 한 전시실을 보고 있다.
박물관에서 봤던 유물들이 책에 소개되면 이해하기도 쉽고 친근감이 느껴져 무척 반가웠다.
특히 백제금동대향로는 처음 보는 순간 (비록 모조품이었지만) 너무 감탄해 나오는 길에 엽서까지 샀던 유물이다.
과연 이 책에서도 그 아름다움에 대해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그렇지만 책에서만 봤다면 혹은 가이드의 도움 없이 혼자 봤다면 제대로 아름다움을 느끼기 힘들었을 것이다.
박물관의 안내 프로그램을 따라 돌았는데 가이드 역시 이 향로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었고 덕분에 꼼꼼히 살펴볼 수 있었다.
금령총에서 발굴된 기마인물토기나 가야의 오리모양토기 등도 감탄했던 유물 중 하나다.
창원 다호리 유적지에 대한 얘기나 나오는데 얼마 전 중앙 박물관의 발굴 기록전을 다녀와서 더욱 반가웠다.
가야가 철기 생산의 중심지였음을 밝히는 유적지라고 한다.
박물관에서 통나무관을 만드는 과정을 영상으로 보여줘 책을 읽을 때 이해하기 쉬웠다.
여러 의문점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가 실은 고려에서 전수됐다는 설이 제기됐고 구텐베르크 박물관장도 인정했다는 말이 언급됐는데 과연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 얘기인지 궁금하다.
자세히는 기억이 안 나는데 독서의 역사에 대한 번역서에서 금속활자술과 유사한 기술들이 서로 경쟁하면서 발명됐었는데 구텐베르크가 올리브 압착술을 이용해 최종적으로 상업적 이용에 성공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니까 단지 구텐베르크 혼자 그 기술을 발명한 것은 아니고 오히려 그는 상업적 이용을 가능하게 만든 사업가라는 식의 서술이었다.
동양 어디서 건너갔다는 뉘앙스는 전혀 없었고 당시 관련된 무수한 발명들이 선행되었음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과연 서구인들이 고려에서 금속활자가 전래됐다는 주장을 얼마나 믿어줄지 의문이다.
그가 금세공사였다는 이유만으로 발명을 못했을 것이고 그렇다면 고려에서 전해진 기술? 이런 식의 추론은 지나친 비약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어쨌든 활자 문화가 조선 시대의 성리학을 널리 퍼지게 한 것은 분명하다.
박물관의 이용과 가치를 조명했다는 점에서 신선한 시도였고 특히 지방 박물관에도 포커스를 맞췄다는 점에서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지만 지나친 자민족중심주의와 타문화와의 우열을 가리려는 시도는 책의 단점으로 생각된다.
그렇지만 기자가 쓴 책 치고는 발굴 뒷얘기로 흐르지 않고 나름대로 식견을 갖고 역사적 사실과 함께 거론했다는 점에서 괜찮은 책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