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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궁궐 이야기
홍순민 지음 / 청년사 / 1999년 4월
평점 :
절판
궁궐 안내를 받으면서 우리 궁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대충 돌아보는 것과 설명을 듣고 알고 보는 것은 큰 차이가 있음을 실감한다.
혼자서 본 경희궁은 그저 그런 옛날 건물에 불과했으나, 길라잡이의 안내를 받은 창덕궁은 우리의 문화가 살아 숨쉬는 역사적이고 전통적인 공간이었다.
보다 자세히 알고 싶어 추천을 받아 선택한 책인데 벌써 10여 년 전에 쓰여진 책이라 그런지 다소 시의성에 떨어진다는 느낌도 들고, 궁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사람으로써 그 훼손이 얼마나 안타까울지는 충분히 짐작이 가나, 책 곳곳에 과도하게 분출된 일제에 대한 분노와 탄식 등은 감정의 과잉이 지나쳐 글의 흐름을 방해한다는 생각이 든다.
좀 더 침착하고 차분하게 궁의 역사와 건립 과정 등에 대해 설명했더라면 더 좋은 책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망국의 비애는 이런 문화재에서도 명백히 느낄 수 있다.
우리 힘으로 이룩하지 못한 근대화, 외세의 강요에 의한 전통과의 단절 등은 책에 나온 바대로 보존되지 못하고 버려지다시피 한 궁궐에서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다행히 요즘에는 복원 공사를 하고 우리 문화 알리기 같은 시민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나 역시 그런 안내인들의 도움으로 우리 궁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결국 중요한 것은 당대인들의 관심과 애정이 아닐까 싶다.
아무리 위대한 역사라도 현 시점에서 살아 있는 문화로 같이 호흡하지 않는다면 기억 속에 갇힌 죽은 문화가 될 것이다.
너무 오래된 책이고 (90년대 말에 출간됨) 대체 누가 도서관 책으로 독서를 그리도 열심히 했는지 온 책이 연필질로 난장판이 됐다.
지우개로 지워 줄까 했는데 보존 상태가 나빠 지우개질 하다가 책이 찢어질까 봐 엄두를 못냈다.
도서관 책을 마치 자기 책인양 줄 긋고 메모하는 사람들, 제발 좀 책 사서 봤으면 좋겠다.
얼마 전 창경궁에서 들었던 설명이 거의 똑같이 이 책에 나온 걸 보니 혹시 이 분이 그 시민운동 단체에서 강의를 한 건 아닌지 모르겠다.
에피소드나 감상 포인트가 거의 일치하는 걸 보고 놀랬다.
다른 무엇보다 동궐도를 부록으로 따로 줘서 대조해 가면서 보는게 참 좋았다.
또 서울의 지리, 산세, 강 등 지형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 줘서 우리의 전통 문화 관념인 음양오행설, 배산임수 등이 단순히 미신은 아님을 깨달았다.
다른 책으로 다시 궁궐에 대해 살펴볼 생각이고 다시 한 번 제대로 답사를 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