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의 기술과 사회변화 - 등자와 쟁기가 바꾼 유럽역사
린 화이트 주니어 지음, 강일휴 옮김 / 지식의풍경 / 2005년 12월
평점 :
품절


정말 오래 전부터 읽고 싶던 책인데 이제서야 손이 갔다.
겨우 200페이지에 불과한 짧은 책이지만, 역자가 고백하듯 수십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필독서로 잘 팔리는 훌륭한 책이다.
중세 사회의 변화를 이끈 원동력에 대한 분석이 탁월하고 무엇보다 일반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쉬운 언어로 풀어 쓴 솜씨가 놀랍다.
어려운 내용과 읽기 어려움은 별개라는 사실을 새롭게 확인했다.
어려운 내용도 저자의 역량에 따라 얼마든지 쉽게 쓰일 수 있다.

지금은 많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중세는 르네상스 시대에 비해 뒤쳐지고 종교에 함몰되어 있으며 중세 천년이라는 말로 대표되는, 정지된 사회다.
세계사 시간에 중세는 고대에 비해 아무 발전이 없었고 르네상스를 맞아 비로소 서양 사회가 발전할 수 있었다고 배웠던 기억이 생생하다.
중세는 기사가 성에 갇힌 공주님을 구하러 길을 떠나고 용과 싸우고 성배를 찾아 헤매는 낭만적인 전설로 기억된다.
그러나 실은 중세가 있었기 때문에 비로소 근대의 발전이 가능했다.
말을 농업에 이용하고 무거운 쟁기로 밭을 갈고 삼포제를 도입하고 물레방아 등을 동력원으로 이용하면서 농업 생산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함으로써 비로소 잉여 생산물이 생기고 도시인이 생겼으며 상업이 발전할 수 있었다.
농업 발전을 이룬 핵심이 바로 무거운 쟁기라는 게 놀랍다.
이 쟁기를 사람 대신 여덟 마리의 소가 끌었는데 소를 이렇게 많이 보유한 사람은 없기 때문에 협동을 하게 되고 이것이 장원제의 기원이다.
재밌는 건 말도 농업에 이용됐고 소보다 더 큰 견인력을 가졌다는 사실이다.
왜 한반도에서는 말을 농사에 이용하지 못했을까?
목초지가 부족해서일까?
말 사육이 활발해지고 대형마가 생기면서 전투 뿐 아니라 농업에도 이용됐고 마차 이용도 활발해져 비로소 사람들이 모여 사는 중심지, 도시가 형성됐다고 한다.

등자의 개발도 빠질 수 없다.
안장만 가지고는 기사 계급이 생길 수 없다.
등자가 발명된 후 비로소 말과 사람이 한 몸이 되어 완벽한 전투력을 자랑하게 된다.
카를 마르텔은 교회의 영지를 몰수해서 기사들에게 나눠주고 이것이 봉건제도의 시작이 된다.
등자라는 단순한 발명품 때문에 중세 봉건제도가 성립됐다니, 너무 재밌지 않은가?
무거운 쟁기의 발명 덕분에 충적토를 개간할 수 있게 되고 생산력이 높아져 잉여 생산물로 사치품을 구입하게 되니 상업도 성행하고 도시도 발달했다고 한다.
역사의 발전이란 유기적이고 복잡 다단함을 새롭게 느꼈다.

굉장히 쉽고 재밌게 쓰여진 책이고 중세 사회의 기원에 대해 논리적으로 훌륭하게 설명한 책이다.
중세에 관심이 있다면 일독을 권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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