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공부하러 박물관 간다
이원복 지음 / 효형출판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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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복씨의 글은 겸손함과 소박함, 편안함이 있어서 좋다.
앞서 읽은 <홀로 나귀 타고 미술숲을 거닐다> 보다 먼저 나온 책 같고 그래서인지 짜임새나 내용 면에 있어서는 떨어지는 느낌도 있으나 편안하게 문화재를 감상할 수 있는 여유를 준다.
더군다나 국립광주박물관의 관장님이시라고 하니 고향에 대한 애틋한 정까지 더해져 그 분의 책을 읽으면 마음이 참 편안해진다.
문장력이 아주 좋다거나 감식안이 날카롭다는 느낌은 없지만 오버하지 않고 편안하게 독자로 하여금 문화재에 대한 사랑과 아름다움을 찬찬히 가르쳐 준다고 할까?
나는 이 분 책을 통해서 우리 문화재에 대한 새로운 애정을 갖게 됐다.
여기 소개된 유물과 회화 등은 다행히 대부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만날 수 있다.
간송미술관과 호암미술관에도 일부가 있는데 관람이 어렵기 때문에 중앙박물관에 소장품이 많다는 게 일단 다행스럽다.
중앙박물관에는 항상 가 봐야지, 하면서도 엄두를 못내고 있는 곳이다.
특별전 할 때만 잠깐씩 들러서 쓱 보고 오는데, 연말이 가기 전에 꼭 한 번 본격적으로 돌아 보고 싶다.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된 화가로는 전기라는 사람을 꼽겠다.
김정희의 애제자였고 중인 출신이었으나 문인화를 잘 그렸다고 한다.
아쉽게도 책값 때문이었는지 흑백 도판만 실려 제대로 그림 감상을 못했으나 매화 핀 겨울 풍경을 그린 그림이 예사롭지 않다.
서른도 못 되서 죽은 안타까운 화가였고, 중인 출신이지만 선비들처럼 문장을 잘 했으며, 무엇보다 그림에 품격이 있다.
또 전하는 기록에 따르면 키가 크고 얼굴이 아주 잘생긴 선골이었다고 한다.
요절한 천재 화가에 대한 한 편의 드라마가 만들어져도 재미가 쏠쏠할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제대로 발굴되지 못한 우리 문화들이 얼마나 많은지 싶다.
국력이 곧 문화라는 말도 중앙박물관에 가서 새롭게 느꼈다.
드라마가 역사 왜곡을 하는 면도 없지 않으나 끊임없이 새로운 관점으로 재해석 되고 발굴되야 우리 선조들의 아름다운 문화와 전통이 살아 움직이지 않을까 싶다.
요즘 나온 책이면 당연히 신윤복에게 많은 장을 할애했을텐데 90년대에 나온 책이라 딸랑 한 장 나온다.
다른 그림들이 워낙 출중하고 신선해서 그런지 잘 알려진 김홍도나 신윤복의 그림은 다소 식상한 느낌도 들었다.
선비화가들의 담백하고 품격있는 문인화들도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정교한 묘사와 색체를 중시하는 서양화와는 다른 한국화만의 매력을 새롭게 느끼게 됐다.

집에 도자기가 있는데 알고 봤더니 <청자상감문학문매병>을 카피한 작품이란 걸 책을 보고 알았다.
누가 선물한 건데 한 번도 원본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을 못해서 무척 반갑기도 하고 재밌다는 생각이 든다.
고려와 조선 시대 도자기들을 보면 공예품의 발달이야 말로 생활의 미학을 발견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통로가 아닐까 싶다.
<빅토리아 & 앨버트 박물관>에도 공예품이 많이 전시되어 있다고 하는데 꼭 한 번 가서 관람하고 싶다.
또 지난 번 박물관에 가서 불화의 매력을 새롭게 느꼈다.
조선 시대 때는 거의 민속 신앙 정도로 전락해 제대로 된 불교 문화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불교 미술이 저력을 가지고 맥을 잇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불화에 대한 책도 같이 읽어 보고 싶다.

문화는 <우리를 굳세게 해 주는 강한 힘>이라는 문장이 너무나 마음에 들어 노트에 옮겨 적었다.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할 거라고 했던가!
종교는 영원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미학의 극치라고도 했다.
정말 예술이 없다면, 문화와 전통이 없다면 우리 삶은 너무나 팍팍하고 무의미할 것 같다.
살아 있는 동안 열심히 느끼고 즐기고 감상하면서 인간이라는 존재가 만들어낸 이 훌륭하고 아름다운 것들을 충분히 누리다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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