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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향 - [초특가판]
쥴리앙 듀비비에르 감독, 장 가방 출연 / 스카이시네마 / 2004년 2월
평점 :
품절
유명세로만 알고 있던 장 가방이란 사람을 처음 봤다.
고전 영화의 매력은 이처럼 유명인사와 인물을 일치시키는 것이다.
기대했던 것 만큼 잘 생긴 배우는 아니었다.
그냥 평범한 중년 아저씨?
흑백 영화라 분위기가 어둡고 솔직히 제목이 왜 망향인지도 모르겠다.
잃어버린 고향, 고향을 그린다, 뭐 이런 의미일텐데 주인공이 파리로 돌아가고 싶어하긴 하지만 딱히 그게 주제는 아닌 것 같다.
왠지 영화 전체의 주제를 제목이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기분이 든다.
프랑스의 식민지 알제리의 해변가 풍경이 비록 흑백영화지만 아름답게 펼쳐진다.
지중해 연안 도시들에서 흔히 보이는 흰색 테라스가 있는 독특한 건물들이 끝도 없이 연이어 있다.
사창가라고 하는데 도무지 그런 축축한 냄새는 나질 않는다.
창녀들로 나오는 알제리 여인들도 토속적이고 순박한 시골 아주머니들 같다.
<일요일은 참으세요> 에 나오는 바로 그 신나는 창녀들 분위기!
영화라서 미화된 것일까? 아니면 그녀들의 삶도 나름의 애틋한 뭔가가 있는 걸까?
하여튼 포주와 인신매매, 인생막장 이런 구질구질한 느낌은 전혀 보이질 않는다.
페페는 프랑스에서 은행 강도를 저지른 후 알제리의 카스바라는 사창가로 숨어 들어간다.
미로처럼 연결된 도시와 주민들의 협조로 경찰은 감히 체포를 엄두도 못 내고 그가 시내로 나올 때만 기다린다.
현지 경찰인 슐리만은 적당히 이들과 친한 척 하면서 기회를 노린다.
페페는 바람둥이인데 집시 여인 이네스와 살고 있다.
그러다 어느날 보석으로 치장한 아름다운 여인 가비를 만난다.
서로에게 호감을 느낀 두 사람, 그러나 페페는 사창가를 빠져 나갈 수 없는 상황.
경찰 슐리만은 가비에게 그가 죽었다고 거짓말을 한다.
그 말을 믿고 가비는 부자 남자와 알제리를 떠나기 위해 배에 오른다.
그녀를 쫓아가려고 결국 사창가를 빠져 나온 페페, 경찰을 따돌렸으나 질투심에 불탄 이네스가 그만 그의 행선지를 경찰에게 알리고 만다.
결국 가비가 탄 배 안에서 체포된 페페는 수갑을 찬 채 그녀를 태운 배가 떠나가는 것을 멀리서 바라보면서 울부짖다가 손목을 그어 자살하고 만다.
비극으로 끝난 셈이다.
나는 페페가 가비와 알제리를 탈출하다가 경찰 총에 맞아 죽을 줄 알았는데 이건 그것보다 훨씬 비극적인 결말이다.
가비는 페페가 그저 싸우다 총맞아 죽은 줄로만 알고 알제리를 떠나고 페페는 사랑의 도주 한 번 못해 보고 결국 여자 때문에 덫에 걸려 경찰에게 체포된 후 허망하게 자살하고 만다.
언제나 페페가 떠날까 봐 두려워 하던 이네스는 그를 사랑하지만 다른 여자에게 가는 것을 차마 허락할 수가 없었다.
질투심에 불타 그가 있는 곳을 밀고하지만 나중에는 경찰을 붙잡고 제발 그가 떠나도록 내버려 두라고 울부짖는다.
이미 때는 늦었으나 사랑하는 남자를 보내지도 못하고 붙잡지도 못하는 가엾은 여자의 슬픈 현실이 잘 드러난다.
제일 인상적인 장면은 파리를 그리워 하던 페페가 우아한 가비를 만나 당신에게서는 지하철 냄새가 난다고 말했던 부분이다.
이렇게 아름답고 우아한 당신을 보면서 왜 하필 지하철 냄새가 떠오르는 걸까?
페페에게 있어 가비는 떠나온 고향, 세련된 도시, 아름다운 파리의 상징이었던 것이다.
가지 못하는 고향, 낭만과 꿈과 예술이 있는 도시, 구질구질한 사창가와는 다른 희망이 있는 바로 그 곳!
페페는 가비를 보면서 이성적으로도 끌렸으나 두고온 고향을, 아름답던 젊은 시절의 꿈을 발견했던 것이다.
반면 함께 살던 이네스는 구질구질 하고 쫓기는 도망자의 삶을 상징한다.
지겹고 더럽고 제발 벗어나고 싶은 현실!
그는 꼭 이네스가 싫어서라기 보다는 이 지긋지긋한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떠났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페페는 동료의 비난대로 사람 하나 제대로 죽이지 못하는 낭만주의자였는지도 모른다.
비록 경찰은 몇 죽였지만.
알제리의 풍경이 아름답게 그려지고 토속적인 풍경도 가끔 나와 색달랐다.
가비로 나온 프랑스 여인도 무척 아름다웠다.
1936년 영화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세련된 연출이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