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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 와트의 모든 것
이우상 지음, 성학 그림 / 푸른역사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그럭저럭 재밌게 읽었다.
400페이지라는 분량이 꽤 되지만 사진이 많이 실리고 여행기다 보니 평이한 문장으로 되어 있어 술술 잘 넘어갔다.
무엇보다 그 전에 도올의 앙코르 여행기와 메콩의 슬픈 그림자라는 책을 먼저 읽어 사전 지식이 있어서 쉽게 넘길 수 있었다.
솔직히 세 권을 연달아 읽다 보니 같은 내용이 반복되어 지루한 면도 없지 않았다.
다음에 읽을 책 역시 앙코르와트 관련 서적이니 이제 좀 지겨워지려고 한다.
그래도 전혀 관심도 없고 사전지식도 없는 한 문명이 나에게 실체를 가지고 다가온 점은 고무적인 일이다.
사실 책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앙코르 와트가 불교 사원인 줄 알았다.
태국 근방은 다 불교 국가인 줄 알았고 사원이라고 하니 당연히 부처님을 모시는 사원이라고만 생각했다.
알고 보니 힌두교 사원이 대부분이다.
특히 크메르 문명은 석재 문명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모든 사원이 다 돌로 지어졌다.
목재 건축이 대부분인 한국과는 꽤 다른 느낌을 준다.
또 모든 사원의 벽과 기둥에 빽빽하게 들어선 부조와 조각들이 특징적이다.
밀림이라는 자연환경 때문이었을까?
대리석을 만드는 화강암은 드물고 대부분이 사암을 이용했다고 한다.
그래서 손대면 툭 하고 무너질 것처럼 위태롭게 버티고 있다고 한다.
유네스코 문화 유산에 등록되어 많은 나라에서 복원 작업을 후원하고 있다니 다행스럽다.
저자는 앙코르와트에 특별히 꽂혀서 같은 곳을 세 번이나 방문한 특이한 이력을 가졌다.
이러니 감히 <앙코르 와트의 모든 것>이라는 거창한 제목의 여행기를 낼 수 있었으리라.
아무리 감동적인 것이라도 연달아 보고 또 보면 살짝 지루해지기 마련인데 해년마다 방문할 정도로 앙코르 와트에 특별한 매력을 느낀 모양이다.
어설픈 가이드북 대신 이 책 한 권 들고 가면 충분한 감상 길잡이가 될 만큼 꼼꼼하게 유적지를 탐방한다.
아쉬운 점은 역시 사진이다.
개인이 여행의 기록 수준에서 찍다 보니 사원의 아름다움을 다 보여주기가 어려웠고 책값 때문인지 전부 흑백으로 실어 제대로 감상하기 힘들었다.
현지의 운전 기사인 스판과의 우정은 눈시울이 시큰했다.
그런 에피소드들이 앙코르 와트를 더욱 가깝게 느끼도록 했으리라.
그러고 보면 문화란 참 대단한 것이다.
앙코르 와트라는 거대한 밀림 속의 사원이 아니라면 세계 최빈국인 캄보디아에 누가 관심이나 갖겠는가?
프랑스 제국주의의 역사는 안타까운 일이나, 앙코르 문명 복원에 대한 초석을 놓은 점이나 전세계적인 관심을 환기시킨 점은 정치와는 분리해서 평가받을 만 하다.
유적지에 치중하다 보니 크메르 제국의 역사나 캄보디아 현대사 부분은 많이 생략되어 아쉬웠다.
기왕이면 캄보디아라는 나라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까지 적절하게 첨부했으면 좋았을텐데.
도올은 킬링 필드를 미 제국주의 시각이라 비판하면서 크메르 루주의 학정에 대해 매우 우호적인 시선을 보냈으나 이 책의 저자는 4년간의 학살을 분명하게 끔찍한 일이라고 지적한다.
어설픈 감상에 젖어 희생자들의 비참함을 무시하는 것은 비겁한 짓이라 생각한다.
미국이 캄보디아에 쏟아 부은 폭탄은 물론이고, 수십만의 양민을 죽음으로 몰고 간 폴 포트 정권의 끔찍함도 마찬가지로 혹독한 비판을 받아야 한다.
공산주의 혁명이 성공했던 캄보디아가 결국은 왕정으로 복귀한 게 특이하다.
왕이 상징적인 의미라도 가지고 있는 걸 보면, 그래도 조선의 마지막 왕 보다는 국민들에게 더 많은 역할을 했던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