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비제 오페라 : 카르멘 -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시리즈
James Levine 외 / 유니버설뮤직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난생 처음으로 본 오페라 DVD다.
돈 조반니를 오페라 공연으로 본 후 좀 더 알고 싶어 DVD로 다시 보려고 했는데, 음악적인 면에서는 <카르멘>이 가장 마음에 들기 때문에 첫 작품으로 이걸 골랐다.
2시간 40분에 걸친 꽤 긴 작품인데, 솔직히 2막에서는 많이 졸았다.
귀에 쏙쏙 꽂히는 음악도 여러 편 있었지만 현장에서 직접 보는 게 아니라서 그런지 감동이 적었다.
중간중간에 전화도 받고 하는 바람에 완벽하게 집중하지는 못했다.
기회가 되면 꼭 공연으로 직접 보고 싶다.
문득 얼마 전에 본 <시베리아의 이발사>가 생각난다.
거기서도 상관이 청혼하고자 하는 여자를 사랑하는 바람에 살인범으로 몰려 시베리아 유형을 떠나는 가엾는 사관학교 생도가 등장한다.
결국 그는 장래가 유망한 러시아 제국의 장교에서 평생을 시베리아 벌판에서 농사지으면서 보내야 하는 죄수로 몰락하고 만다.
단 한 번의 사랑을 위해서 인생을 바친 것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사랑을 얻지도 못했다.
완벽한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카르멘>에서도 마찬가지다.
하사관인 돈 호세는 술집에서 만난 짚시 여인 카르멘을 놓아 주다가 영창에 가게 된다.
풀려 난 후에도 그는 여전히 카르멘을 사랑한 나머지 그녀의 꼬임에 빠져 군대를 탈영해 산 속으로 숨어 들어가 밀수업자가 되고 만다.
그러나 팜므 파탈 카르멘은 그만 투우사 에스카미요에게 빠진다.
이제 그를 버리려는 카르멘, 한편 산으로 약혼자 미카엘라가 찾아와 어머니가 위독하시다고 전한다.
결국 호세는 떠나려는 카르멘을 붙잡지 못하자 질투에 눈이 멀어 그녀를 죽이고 만다.
에스카미요가 출전한 투우장 한 복판에서 말이다.
삶을 바쳐 사랑한 여자는 자기 손에 죽고, 남자는 살인자가 되어 평생을 감옥에서 보낼 것이다.
얼마나 완벽한 비극인지!
<베토벤 바이러스>의 영향인지 예전에는 별 관심이 없던 지휘자의 지휘 모습도 열심히 봤다.
주빈 메타가 지휘했는데 현장에서 직접 보면 더욱 실감나고 재밌을 것 같다.
카르멘 역을 맡은 마리아 에윙이라는 여배우는 굉장히 강렬한 카리스마를 내뿜는데 마치 우리나라의 박해미 같은 인상을 풍긴다.
왜 남자들은 이런 못된 여자에게 끌리는 걸까?
여자들 역시 돈 조반니처럼 바람기 철철 넘치는 호색한을 좋아한다.
막상 결혼 상대로서는 난색을 표하지만, 연애할 때는 사랑에 정열적인 파트너가 매력적인 모양이다.
오페라는 성악을 좋아하는 사람이 즐기기에 적당한 형식 같다.
연극적인 실제감은 약하지만 다양한 음악이 많이 나와서 듣기 좋다.
다음 번에 꼭 공연장에서 <카르멘>을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