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시아 전쟁사 - 고대 동서양 문명의 대격돌
헤로도토스 지음, 우위펀 엮음, 강은영 옮김 / 시그마북스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표지도 예쁘고 디자인이나 편집도 읽는 이의 마음을 뺏는 좋은 책이다.
서점에서 신간 서적으로 접한 후 읽으려고 마음 먹은 책인데 마침 도서관에 입고가 됐길래 얼른 집어 들었다.
사실 처음 부분은 각 나라의 전설 같은 걸 늘어 놓는지라 그다지 흥미가 없었다.
기본적으로 그가 말하는 민족과 나라가 어딘지도 잘 모르겠고 황당한 전설과 신화로 얽혀 있어 도저히 역사라고 신뢰하기가 어려웠다.
오히려 역사학자가 헤로도토스의 <페르시아 전쟁사>를 해석해 주는 책을 택할 걸 그랬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당시 상황을 전혀 모르는데 원저로 읽는다는 건 상당히 지루한 일 같았다.
그러나 뒷쪽으로 가면서 드디어 페르시아 전쟁사가 나오자 마치 소설을 읽는 것처럼 흥미진진했다.
막연히 그리스 민주주의가 페르시아의 전제정을 이겼다는 식으로만 알고 있던 역사적 사실이, 생생하게 살아서 뚜렷한 이미지로 다가오는 기분이었다.
뒤에 해설에서는 헤로도토스가 아테네 민주정을 찬양하면서 동양의 전제정을 물리쳤다는 식으로 나오는데 적어도 내가 본문을 읽기에는 그런 해석이야말로 현대의 관점에 과거를 비춰 보는 관점이 아닐까 싶다.
헤로도토스는 전쟁사에 대해 상세히 기술하면서 대제국 페르시아의 위대함에 대해서도 본문을 아끼지 않고 할애한다.
그는 결코 아테네를 민주주의의 승리라고 찬양하지도 않았다.
다만 작은 나라가 큰 제국을 맞아 훌륭하게 자신들의 땅을 지켜냈음을 자랑스럽게 적었을 뿐이다.
헤로도토스는 상당히 개방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으로 보이고, 이오니아 사람이라는 출신 배경 때문인지 몰라도 아테네에 대해 큰 애국심을 가진 것 같지도 않다.
그런 열린 태도가 <페르시아 전쟁사>를 위대한 고전으로 남긴 것 같다.
페르시아의 침공에 맞서 그리스 연합군들이 분전했으나 실제로 주력 부대는 아테네였고, 스파르타는 매우 부수적인 역할만 한 게 나온다.
300명의 전사를 이끌고 집단 전사한 테르모필레 전투 때문인지 나는 스파르타가 굉장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매우 소극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 전쟁 이후 아테네가 지배력을 행사하게 됐음은 너무 당연하다.

그리스의 도시 국가들, 그리고 아테네의 민주정이란 오늘날의 대중민주주의와는 개념이 매우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지역적 특성 때문에 하나로 뭉치지 못하고 고립되어 각자의 정치와 사회를 발전시켜 나갔기 때문에 대제국을 이룬 페르시아에 비해 결코 위대하다고 볼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구약성서에도 보면 초기에 혼란했을 때는 판관들이 정치를 하다가 사회가 성숙하자 비로소 왕을 세우지 않았던가?
서구의 민주주의와 동양의 전제주의가 맞선 싸움이라는 시각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또 엄밀히 말해서 페르시아를 동양으로, 혹은 아시아로 봐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당시 사람들에게는 그저 교류하는 민족 중 하나였고 오늘날 의미의 동서양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나는 책을 읽으면서 페르시아의 놀라운 영토와 지배력에 찬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국립박물관에서 있었던 <페르시아전>에서도 느낀 바지만 고대 사회에서 그 정도의 넓은 영토에 수많은 민족들을 복속시켰다는 것은, 비록 아테네 침공에 실패했다 할지라도 제국의 위용에 큰 손상은 안 갔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페르시아를 아예 멸망시켜 버린 마케도니아의 영웅 알렉산드로스의 위용을 칭송하는 게 이치에 맞을 것 같다.

항상 낯설게 느껴지던 리디아나 트라키아, 이오니아 등이 대체 어디를 가르키는지 그리고 그 곳에 살던 민족은 누구인지 책을 읽으면서 비로소 실체가 잡히는 느낌이 들었다.
편집자의 해설도 매우 유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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