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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클래식 - 조우석의 인문학으로 읽는 클래식 음악 이야기
조우석 지음 / 동아시아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비난의 목소리가 높았으나 클래식을 보는 새로운 시각이 궁금해 집어 든 책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건 아닌데 싶다.
클래식의 문화 권력화를 비판한 것까지는 좋은데, 바흐나 모짜르트 등의 음악 자체를 멜랑콜리 하다느니 깊이가 없다느니 하는 말장난을 친 것이 결국은 책의 품위를 깎아 먹는다는 생각이 든다.
작품 자체를 비난한다는 건 그 사회적 맥락을 비판하는 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의 말대로 스스로 느끼는 것, 아무런 편견 없이 자기 좋을대로 듣는 게 최고라면 클래식 애호가들 역시 자기만의 감상을 하고 있는 것인데 그 작품 자체를 재즈 등에 비해 죽은 음악이라고 비난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이다.
대체 그 기준은 무엇이고 과연 작가가 그것을 이처럼 원색적이고 노골적으로 판단할 깜냥이 되는 사람인가?
특히 국악의 아름다움을 강조하기 위해 대금에 비하면 플룻은 앵앵거리는 소리에 지나지 않는다느니 하는 식으로 비교한 건 천박하기 그지 없다.
국악의 아름다움은 국악 자체로써 강조하면 되는 일이다.
모짜르트 이팩트나 천재 신화를 비판하는 건 나름 의의가 있는 일이나, 모짜르트 자체가 별 거 아니라느니 그 음악이 깊이 없는 달콤한 과자에 불과하다느니 라는 식으로 나오는 건 경청할 가치가 없는 소리다.
이 책에서 공감했던 부분은 서양 고전 음악의 권력화를 비난하는 부분이었다.
천재란 사람들의 과도한 기대가 만들어 낸 발명품이라는 말에도 동의한다.
마이클 셔먼의 책에도 나오는 말이지만, 대체 모짜르트가 단 한 번의 수정도 없이 처음부터 완벽한 악보를 만들어 냈다는 것 자체가 가능하냔 말이다.
주체성을 갖고 내 식대로 듣는 것, 어쩌면 예술을 감상하는 모든 감상자의 가장 기본적인 자세인지도 모른다.
임동창이라는 퓨전 국악인이 소개되는데 이런 적극적으로 자신감 있는 태도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또 너무 오버해서 서양 클래식 듣는 사람은 죄다 서구 제국주의에 종속되어 있다는 식으로 매도하면 그 때부터는 방향을 잃고 만다.
서구 사회도 그렇지만 요즘은 대중음악에 비해 클래식이 하도 밀리고 있어서 그나마 젊은이들 사이에서 클래식을 듣자는 바람이 부는 걸 문화적 다양성 측면에서도 다행으로 생각해야지, 서구에서는 노인네들이나 공연장에 가는데 우리나라는 서구 선망 때문에 젊은이들이 저런 한심한 음악을 들으러 간다고 비난하는 대목에서는 저자의 극단적인 논리에 한숨이 나왔다.
그의 말에 따르면 국악이나 재즈 혹은 민속음악이 클래식 보다 우월하다는데 이런 비교 자체가 벌써 문제가 있지 않을까?
클래식이 그들보다 우월하다고 주장하면 그것도 틀린 주장이나 반대로 그들보다 못하다고 주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 아니냔 말이다.
나는 어떤 예술이든 사회적 위상이나 이른바 권력 속성에 좌우될 필요 없이 자기만의 눈과 귀로 즐겨야 한다고 믿는다.
내가 책을 읽은 것은 지적이고 교양있는 척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실 요즘 책 많이 읽는다면 오히려 따분한 사람으로 본다) 책을 읽으면서 느끼게 되는 그 완벽한 충족감과 지식욕이 채워지기 때문이다.
클래식에 관심을 갖는 것도 귀에 듣기 좋고 가끔 생기는 감정의 고양이 너무나 행복하기 때문이다.
루벤스나 뒤러의 그림을 열심히 들여다 보는 게 지적인 체 하려고 일부러 고생스럽게 아무 감동도 없는데 하는 일이겠는가?
마음으로부터 느끼는 감동, 속에서 올라오는 울컥 하는 기분, 나도 모르게 고양되는 의식들.
직업적으로 예술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스스로 느끼는 그런 강렬한 미적 체험의 즐거움 때문에 기꺼이 돈과 시간을 들여 예술품을 감상할 것이다.
다만 이 책을 읽으면서 재즈나 국악에도 관심이 생기긴 했다.
다양성의 원리는 존중받아야 마땅한 일이므로 보다 많은 민속 음악들이 소개되고 각 분야에 자극을 줘서 새로운 형식들이 많이 등장하면 좋겠다.
한 가지 더 비판하고 싶은 것은 저자의 그 과도한 오리엔탈리즘 극복 의식이 오히려 지나치게 민족주의적으로 흐르고 심지어 보편적인 정서나 과학까지 무시하는 옥시덴탈리즘은 아닌지 하는 점이다.
의학은 그저 의학일 뿐이다.
인간의 몸을 보는 여러 관점이 있을 수 있겠으나 사회적인 그런 담론의 수준이 아니고 실제로 몸의 작용과 기능, 질병의 원인과 병인론에 대해 살펴본다면 민족의학이나 서양의학이니 하는 말이 나올 수가 없다.
어설픈 사회학자들이 의학에 대해 관념론적인 시각을 들이대면 참 한숨이 나온다.
의학에 대해 공부를 좀 하고 떠벌였음 좋겠다.
민족의학, 민족음악 이런 구별짓기 자체가 벌써 보편성을 무너뜨리고 차별적인 시선을 만드는 시도는 아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