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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북 - 젊은 독서가의 초상
마이클 더다 지음, 이종인 옮김 / 을유문화사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서평에 관한 책, 혹은 독서 에세이인 줄 알았는데, 어린 시절의 회고록 같은 책이다.
책벌레의 어린 시절이라고 해야 할까?
마치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 가 글쓰기 강의서가 아니라 실은 자서전이듯 말이다.
서평기자라는 독특한 직업 때문인지 저자는 비교적 고른 문장력을 보인다.
위트있고 작가로서의 재능이 있는 사람이다.
1950년대 미국에서 10대 시절을 보낸 이의 개인적인 일상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키득키득 웃을 때도 많았다.
가족에 대한 애정을 한없이 느끼면서도 결코 미화시키지 않고 날카로운 비판 의식을 감추지 않는 게 저자의 매력이다.
아쉽게도 대학교 시절에서 끝이 나버렸다.
분량의 압박 때문인가?
기왕이면 코넬 대학원에 진학해서 본격적인 문학 공부를 하던 시절이나 연애와 결혼, 아이 출산 같은 얘기도 좀 해 줬으면 좋았을텐데.
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자신의 독서법에 대한 본격적인 이야기를 한 두 챕터 정도는 넣어 줬으면 하는 거다.
나 같은 독서광들이 책읽기에 관한 실제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얻은 몇 가지 팁이라면, 애들러가 말한 거라는데, 책을 읽을 때 주변에 메모를 많이 해서 나만의 책으로 만들라는 조언이다.
이런 점 때문에 책은 사서 읽어야 한다.
저자 역시 헌책방에서 건진 수많은 문고본들을 연필로 새까맣게 만들었다고 한다.
입체적인 독서가 가능할 것 같다.
활자만 읽어가는 수동적인 독서 대신, 저자와 격렬하게 토론을 하면서 읽는 것이다.
대체 왜, 주인공은 여기서 이런 행동을 해야 하는 것인가! 라는 식으로 말이다.
시의 경우 시어는 복수적인 의미를 갖기 때문에 그 단어의 풍성함으로 가치가 있다는 말도 기억에 남는다.
책의 묘미는, 저자가 나처럼 남독하는 책벌레 스타일이기 때문에 그의 심정을 100% 이해한다는데 있을 것이다.
나는 텍스트 속으로 빠져 드는 저자의 마음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다.
아마도 미국에서는 신체적 활동과 우수함을 높게 쳐주는 모양인지, 책 속에 틀어박힌 독서광은 환영받지 못하는 듯 하다.
특히 러시아 이민자인 공장 노동자 아버지에게 뭐 하나 제대로 고칠 줄도 모르고 방에만 처박혀 있는 아들은 심란하기 짝이 없었을 것이다.
사실 앞부분에서 가난한 미국 이민자 가정의 모습을 미화없이 담담히 써내려 갔다는 점에서 특히 마음에 들었다.
저자는 원하는 대로 책을 읽어 먹고 살 수 있는 서평기자라는 독특한 직업을 갖게 됐다.
코넬 대학교에 진학해 교수가 될 수도 있었으나 저널리즘 분야에 뛰어든 그의 성향도 이해가 된다.
이미 50대 후반인 것 같은데 독서법에 관한 저자의 생각을 알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