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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잔틴 제국의 신앙 - 콘스탄티노플에서 꽃피운 그리스도교 ㅣ 즐거운 지식여행 18
메리 커닝엄 지음, 이종인 옮김 / 예경 / 2006년 1월
평점 :
역시 <즐거운 지식 여행> 시리즈는 수준이 높다.
이 시리즈 책은 읽을 때마다 만족스럽다.
사진은 원래 잘 보지만 책의 편집이나 디자인을 아름답게 해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정말 이 문고본은 전부 다 읽어 보고 싶다.
<시공사> 문고본보다 가독성이 훨씬 뛰어난다.
동방정교회는 서방의 가톨릭보다 한국에 덜 알려져서인지 사실 관심이 적었다.
더더군다나 비잔틴 제국은 그저 서로마보다 1000년을 더 버텼다는 것 말고는 아무 관심이 없었다.
비잔틴 제국 보다는 동로마 제국이 훨씬 친숙하게 와 닿을 정도였다.
다만 어떻게 그리스 정교회에서 러시아 정교회로 발전했는지, 러시아는 왜 동방 정교회를 믿게 됐는지 그 점은 호기심이 있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이 책을 집어 든 것도 실은 러시아라는 나라에서 정교회가 차지하는 특별한 위상 때문에 그 근원을 알고 싶어서였다.
책을 읽고 난 후의 느낌은, 교회사를 읽어 보면 기독교의 관념 체계가 오랜 시간 동안 수많은 학자들에 의해 정교하게 다듬어졌다는 생각이 든다.
눈에 보이지 않은 추상적인 관념을, 더군다나 신앙의 대상으로 창조하기 위해 매우 정교한 작업이 이루어진 느낌이다.
어차피 사실이 아닌 것을 두고 심지어 상대파를 학살하기까지 하면서 주장하는 역사를 보면 인간의 관념론이 얼마나 허구적인가 싶기도 하고 또 확실히 인간의 성향은 종교적이고 숭배의 대상을 찾는 종교심은 거의 본능적인 게 아닐까 싶다.
그러므로 이른바 팔리오케 논쟁, "그리고" 라는 문구 하나를 집어 넣냐 마냐를 놓고 동서교회가 분열하기까지 한 사건은 얼핏 보면 너무 유치해 보이면서도 원래 이런 종교적 투쟁이 아무런 실체가 없는 사실은 허구적인 것이므로 언제나 이런 수준으로 싸운다는 것을 인정하게 된다.
조선 후기에 벌어진 예송논쟁도 죽은 사람 상복을 가지고 1년 입으면 어떻고 3년 입으면 어때서 저렇게까지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을까, 참 비현실적이다 생각했는데 결국 인간의 관념론 자체가 원래 이렇게 아무런 실체가 없는 것이라는 걸 역사 속에서 발견한다.
그래서 신학이 지배하는 중세는 실제적인 발전이 더디었고 성리학이 지배하는 조선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로마의 국교가 된 후 기독교는 승승장구 하고, 로마를 무너뜨린 게르만족이나 슬라브족에게까지 신앙을 전파하는데 성공한 후 명실상부하게 유럽을 통합하는 하나의 사상이 된다.
특히 그리스어를 쓰는 동방 세계에서는 전례 의식이 삶이 주기와 연결되어 일종의 정체성을 형성한다.
지금도 러시아에서는 서방과는 다르게 정교회의 영향력이 사회 전반에 퍼져 있다고 들었다.
이슬람처럼 신정국가는 아니더라도 러시아 문학이나 그림들을 보면 정교회가 얼마나 러시아인들 삶 속에 뿌리내려 있는지 알 수 있다.
비잔틴 제국이 망하면서 더이상 콘스탄티노플 대주교에게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각 교회는 각자의 나라 주교를 수장으로 독립적으로 발전했다고 한다.
전례의식의 아름다움 때문에 정교회를 국교로 받아들였다는 러시아 대공의 말을 보니 문득 정교회 미사에 참석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