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키드의 추억
신윤동욱 지음 / 개마고원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제목은 신선한데 내용은 그저 그렇다.
꽤 흥미있는 독서가 될 줄 알고 기대에 부풀었는데, 소재에 비해 글솜씨가 달린다.
역시 책의 수준이나 재미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저자 자신의 문장력인 것 같다.
차라리 서형욱이 쓴 <유럽축구기행>이 훨씬 재밌다.
기자라고 해서 반드시 글을 잘 쓰는 건 아닌 것 같고, 내가 보기에 글솜씨는 전적으로 개인의 실력 문제 같다.
이 책의 저자는 한겨레 기자라고 하는데, 글쓰는 게 주업무가 아닌 서형욱씨의 문장력이나 위트가 훨씬 나으니 말이다.

소재 자체는 흥미로웠다.
나 역시 농구대잔치 시절의 감동을 간직한 세대라 열광하던 선수들 얘기가 나오니 반가웠다.
서울과 지방이라는 문화차 때문에, 저자가 장충동 체육관에서 직접 응원을 했던데 비해 나는 TV 중계로만 만족했다.
가끔 지방 순회 경기가 열릴 때 농구나 배구를 관람한 적이 있는데 해설자가 있는 것보다 훨씬 박진감 넘치고 재밌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나도 저자처럼 잘 나가는 기아보다는, 한물 간 현대를 훨씬 좋아했다.
저자의 영웅이 김현준이었다면, 나의 영웅은 현대의 4번 선수 이원우였다.
둘 다 비극적인 죽음으로 생을 마쳤다는 슬픈 공통점이 있다.
이원우를 엄청 좋아했는데 맨날 기아에게 깨지니 경기를 볼 때마다 죽을 맛이었고, 자연히 기아나 허재를 굉장히 싫어했다.
나중에 이원우가 은퇴하고 나서는 하필 잘 나가는 연세대가 아닌 고려대를 응원했으니, 고대 역시 이 책에 나온대로 단 한 번도 우승을 못하고 좋은 시절을 보내고 말았다.
아마도 저자나 나처럼 마이너 기질을 가진 사람들이 있는 모양이다.
그래야 1등 외에도 박수를 받을 수 있지 않겠는가.

유럽의 프리미어 리그 이야기는 <유럽 축구 기행>에서 봤던 내용들과 거의 비슷해 읽기가 편했다.
워낙 축구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 부분인데, <유럽 축구 기행>을 읽으면서 좀 아는 게 생기니까 관심도 자연스레 생기게 됐다.
하여튼 지금도 점수 잘 안 나고 넓은 경기장에서 뛰어다니는 축구보다는, 코트를 왔다갔다 하면서 격렬하게 슛을 쏴 대는 농구가 훨씬 재밌고, 스파이크를 내리꽂는 배구가 더 재밌다.
왜 내가 좋아하는 운동들은 주류가 못 되는지, 아쉬운 대목이다.
하는 스포츠도 좋지만, 보는 스포츠의 매력도 무시할 수 없다.
마치 내가 뛰는 것인양 완전하게 경기게 몰입하여 소리소리 질러가며 응원하던 그 열정, 그건 정말 어느 한 팀에 완전히 꽂힌 사람이 아니라면 이해하기 힘든 부분일 것이다.

더불어 애국주의가 21세기를 맞아 점점 사라진다는 느낌도 든다.
한일 배구전이 벌어질 때였다.
나까가이치라는 일본 선수가 얼굴도 잘 생겼는데 스파이크도 어찌나 강력하게 내리꽂는지 마음이 확 뺏겨 그 사람이 득점하면 좋아서 소리를 질렀다.
그랬더니 남동생이 나를 매국노니 어쩌니 하면서 막 비난하는 거다.
지금 생각하면 내가 한국인이라고 해서 반드시 한국을 응원해야 하는 건 아니고, 또 특정 선수에 대한 애정은 국적을 따질 필요가 없는 문제인데, 당시만 해도 일본과 한국은 무슨 대리 전쟁이라도 되는 양 스포츠 결과 자체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했던 것 같다.
하여튼 이제는 금메달 따면 기쁘고 행복한 것이지, 무슨 국가의 명예를 걸고 사명감 느끼면서 비장하게 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중학교 때 스포츠를 너무 좋아해 스포츠 신문까지 구독할 정도였는데 어느덧 나이가 들면서 관심이 확 줄어 기껏해야 올림픽이나 보고 있다.
뭔가에 대한 열정을 시간이 오래 지나서도 간직한다는 건 참 어려운 문제 같다.
그런 열정이 있는 사람이 행복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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