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생각들 - 당대 최고의 석학 110명에게 물었다
존 브록만 엮음, 이영기 옮김 / 갤리온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110명이나 되는 저자들의 1~2장에 걸친 짧은 이야기들은 자칫 중구난방으로 들리기가 쉽다.
필자를 좀 줄였으면 낫지 않았을까 싶다.
10명 정도면 너무 적으려나?
인터넷 게시판에 올리는 수준의 짧은 분량 글들이라 어떤 글은 완결성이 너무 떨어진다는 생각도 든다.
아마 학문적 엄격성을 유지하지 않고 가볍게 대화하는 수준에서 글을 쓴 것 같다.
그러나 시도 자체는 신선했다.
특히 보라색으로 주석을 바로 옆에 달아주는 편집의 센스가 돋보인다.
책 자체도 디자인을 잘 해서 보기 편하다.
<보랏빛 소가 온다>와 비슷한 느낌의 책이다, 편집 면에서만.

과학자들은 대체적으로 종교를, 더 정확히는 배타적인 신을 안 믿는 것 같다.
사실 종교와 과학은 양립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종교가 의례적이고 문화적인 부분만 감당한다면 얼마든지 전통적인 측면에서 받아들일 수 있으나, 지금처럼 과학의 영역에 끼여들어 자기 목소리를 낸다면 절대로 양립할 수 없다.
진정한 과학자라면, 혹은 독실한 신자라면 결국 과학을 포기하던지 무신론자가 되던지 양자택일을 해야 한다.
생명의 기원, 더 나아가 우주의 기원을 논하는 자리에, 종교가 끼어들 여지가 없다.
종교의 특징은 근거를 믿지 않고 신념을 믿는다는 것이다.
근거 대신 신념을 따르기, 믿을 수 없는 일이라 더욱 믿는다는 역설이 성립되는 게 바로 종교의 모순이다.
누구 말마따나 예수가 동정녀에게 난 것을 믿는다면, 부처가 마야 부인의 옆구리에서 태어난 것이나, 마호메트가 말을 타고 하늘로 날아간 것이나, 더 나아가 단군이 곰과 호랑이 사이에서 태어난 것마저도 다 믿어야 할 것이다.
문화 다원주의 측면에서 모든 관습과 신화에 공정한 태도를 취해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는 분자로 이루어져 있고 죽음이란 다시 분자 상태로 환원되어 자연의 순환계로 돌아간다는 개념은, 내세가 있다는 종교의 믿음만큼이나 우리를 설레게 하고 당혹스럽게 한다.
어떤 저자의 말처럼 우리는 분자라는 측면에서 보면 생명 뿐 아니라 무생물과도 연결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만약 종교가 현재처럼 기득권을 가지려고 애쓰지 않고, 그저 사람들의 문화적이고 의례적인 측면만 담당한다면 이렇게까지 종교를 공격하지는 않을 것이다.
누구나 자기 신념대로 살 권리가 있으니까.
그러나 종교는, 특히 세력을 얻고 있는 기독교와 이슬람교는 개인의 정신 세계만 통제하려는 게 아니라 사회에 영향력을 미치려고 한다.
그것도 보편적인 사실 추구를 위한 과학의 탐구 활동을 비난하면서 말이다.
과학이 또 하나의 이론에 불과하다는 것, 모든 이론은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 이런 생각이야 말로 합리적인 추론을 방해하는 가장 위험한 생각인지도 모른다.
한 저자가 명확히 표현한 것처럼, 우리는 일본이 1943년 진주만을 공격한 것을 사실로 받아들이고 대신 이집트가 진주만을 공격했다는 주장은 이론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이론은 근거가 있어야 한다.
현재의 종교처럼 무조건 믿으라는 건 비합리적인 태도다.

기존의 관습이나 도덕 체계를 흔들 수 있다는 이유로 위험한 생각을 금지한다면 사회는 퇴보할 것이다.
위험하다는 이유로 발설하지 못하게 하는 것, 그것이 가장 위험한 태도일 것 같다.
자기 생각과 주장을 보다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고 충분히 토론할 수 있는 사회, 그런 사회가 건강하고 민주적인 사회다.
지금처럼 촛불시위에 반대되는 발언을 한다고 집단공격 하는 행동은, 그 명분이 아무리 옳다 할지라도 파시즘의 또다른 변형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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