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위대하지 않다 (양장)
크리스토퍼 히친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마 / 200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 과 비슷한 내용인데 읽기는 훨씬 불편했다.
과학자와 저널리스트의 차이라고 해야 할까?
종교의 무익성과 그 해악에 대해 열변을 토하는 것은 충분히 공감하지만, 비꼬는 말투가 너무 많아 읽기 거슬렸다.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보다는, 감정적이고 비난조로 치대는 느낌이 들어 종교인들이 읽는다면 설득되기는 커녕 반발심만 살 것 같다.
이런 식의 비꼬는 말투는 토론이나 논쟁에서 필요하지 책에서 필요한 방법은 아닌 것 같다.
한 수 아래의, 세련되지 못한 거친 방법이라고 해야 할까?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 혹은 죽으면 내세 따위는 없다, 영혼이나 정신은 그저 뇌의 작용에 불과하므로 육체가 죽으면 당연히 존재는 사라질 뿐이다 등등이 무신론의 핵심 기조일 것 같다.
저자의 말대로 고대인들은, 아니 심지어 최근까지도 주변에서 일어나는 자연 현상들을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종교에 의존했다.
과학 지식이 부족했기 때문에 확신을 가지고 세상의 창조를 말하는 절대자 이야기를 무조건 거부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진화론을 주장한 다윈마저도 성실한 그리스도인이었다고 하니, 과학과 종교를 양립할 수 밖에 없었던 당시 과학자들의 심정도 이해는 간다.
그렇다면 거의 모든 것이 밝혀진 오늘날 우리는 왜 여전히 신을 믿고 있을까?
죽음에 대한 공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여전히 창조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과학이 밝힌 지구의 역사 혹은 우주의 역사에 도전하기에는 너무 초라하다.
그러므로 세상의 생성 비밀을 밝힌다는 측면보다, 죽음에 대한 공포가 여전히 종교의 위세를 유지하는 힘이라는 생각이 든다.
누구나 죽고, 죽는 건 무서우니까.
죽고 나서도 다른 세상이 있다고 믿고 싶은 게 인간의 본능일 것이다.
죽음에 대한 공포만큼 근원적인 게 어딨겠는가?
나 역시 그 점 때문에 아직도 나의 신앙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성적으로 생각할 때 영혼이나 내세, 천국과 지옥, 최후의 심판 이런 건 그저 인간의 머리에서 만들어낸 환상에 불과함을 알고 있다.
정말 이제는 무신론자가 되야지 않을까 싶다.
그래야 논리적으로 모순이 없으니까.

다문화주의라는 일종의 트렌드, 좀 더 점잖게 말하자면 상호존중 혹은 문화적 관용이라는 정의에 입각해 이슬람교를 항상 비판에서 제외하는 모습을 본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기독교의 패악에 대해서는 이를 가는 사람도, 공식적인 자리에서 이슬람교를 비판하는 일은 보통 삼간다.
테러리스트들에게조차 이슬람인은 평화를 사랑한다는 어처구니 없는 발언을 하면서 말이다.
그들이 서구 세계에 비해 약자라는 점, 혹은 문화적 관용을 보이기 위해 이슬람교의 신정정치, 근본주의를 모른 척 한다는 건 형평성 원칙에 맞지 않는다.
기독교 문화권에서 자랐기 때문에 아무래도 저자는 이슬람교에 대한 비판은 작은 분량을 할애했지만 그러나 칼날은 날카롭다.
저자의 지적대로 이슬람교는 비교적 최근의 종교이기 때문에 가톨릭처럼 종교개혁을 겪지 않았다.
아무리 서구 문화와 기독교를 비난한다고 해도, 또 부시의 미친 근본주의를 비난한다 해도, 나라 전체가 한 종교의 교조에 의해 운영되는, 마치 중세 기독교 시대를 보는 듯한 오늘날의 이슬람 국가 현실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여성차별, 개인의 신앙 선택 억압, 교조주의, 국법으로 금하는 술 등 합리적인 현대인이라면 특히 개인의 자유를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는 21세기 사람이라면 이런 집단적인 억압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종교는 인간을 억누르는 해악이라는 사실이 명백해진다.

죽을 날이 가까워졌다고 생각하면 또 모르겠으나 하여튼 지금 생각으로는 무신론 쪽에 가깝게 가고 있다.
차라리 종교는 그저 문화일 뿐이라고 말한다면 한 나라와 민족의 전통, 관습 등으로 유연하게 받아들이겠다.
그러나 종교를 믿지 않으면 죽이겠다거나 혹은 창조론을 어린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한다거나 하는 식의 발상은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다.
그런 태도야 말로 인류의 퇴보가 아닌가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