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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 미제라블 - 230 삽화와 해설
가시마 시게루 지음, 박노인 옮김 / 신한미디어 / 2001년 4월
평점 :
절판
독특한 책이다.
판화를 통한 소설 읽기라...
이 책은 나귀님의 서재에서 소개받은 책이다.
유명하지만 막상 읽어 보지는 않은 책, 그러면서도 줄거리는 다 아는 것 같은 책...
특히 <레 미제라블>처럼 뮤지컬로 혹은 영화로 만들어진 책은 더욱 내용마저 다 알아 버려 신선도가 떨어지는 바람에 제대로 읽기가 어려워진다.
워낙 방대한 책이라 읽을 엄두가 안 났는데 저자의 말처럼 판화 그림에 덧붙여 읽으니 흥미롭다.
저자의 불만대로 서구 소설을 읽을 때 아쉬운 점은 대체 화폐가치가 얼마나 했냐는 점이다.
코제트의 양육비로 100프랑을 보냈다네, 이런 구절이 나와도 100 프랑이 많은 건지 적은 건지 알 수가 없다.
저자는 친절하게 당시 100 프랑의 가치를 현재 일본의 엔화로 바꿔 설명했으나 그마저도 번역본으로 읽는 나 같은 독자는 또 난감해진다.
엔화와 원은 다르니까.
이래서 국내 필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번역서만 가지고는 일본 같은 출판 강국이 될 수가 없다.
우리나라에도 서양의 고전을 이런 식으로 풀어주는 책이 나오면 좋겠다.
지루하게 평론 같은 거 늘어 놓는 해설서 말고 이처럼 실제적으로 당시 통화 가치를 요즘 식으로 바꿔 준다거나, 당시의 생활 습관을 풀이해 준다거나 도시 구조나 집 구조 같은 걸 그림으로 그려 준다거나...
그러면 책을 훨씬 재밌게 읽을 수 있을텐데.
물론 좋은 책은 세부 사항의 이해가 부족해도 얼마든지 감동을 느낄 수 있다.
문장력 하나만 가지고도 비록 번역된다 해도 충분히 작가의 위대함을 느낀다.
그렇지만 기왕이면 세부적인 사항까지 잘 이해한다면 독서의 재미가 배가되지 않겠는가?
아마도 빅토르 위고는 빈민 구제에 관해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그가 프랑스의 위대한 문호이자 사상가였다는 점이 이해된다.
단순히 은촛대 훔친 후 주교의 선한 마음으로 회개하고 자선가가 됐다는 식의 줄거리식 이해는 작품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
이 방대한 책을 겨우 맛보기만 봤지만 아마 소설을 직접 읽으면 더욱 감동이 커질 것 같다.
그 놀라운 시대상의 묘사에 감탄한다.
위고가 현대에 태어났다면 훌륭한 영화감독이 됐을 거라는 말에 동의한다.
장 발장이 파리 하수구를 도망치는 장면이 얼마나 생생하게 묘사됐는지!
하여튼 이 책은 새로운 소설 읽기의 방식을 보여준다.
벌써 품절이라니 아쉽기 짝이 없다.
일본 출판사의 이런 새로운 시도들을 접할 때마다 왜 일본이 출판 강국인지 이해가 된다.
뮤지컬 <레 미제라블> 의 포스터에 나오는 바로 그 코제트 모습이 이 책의 판화에 나온다.
그리고 이 제목의 뜻은 비참한 사람들이라고 한다.
대체 나는 여태껏 이 소설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었던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