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북 : 무삭제판 - 할인행사
폴 버호벤 감독, 세바스티안 코치 외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제목만 보고는 대체 무슨 영화인지 감이 안 잡혔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이해가 된다.
일급 비밀이 적인 기밀 문서, 대충 이런 뜻인 것 같은데 영화의 핵심 키워드 역할을 하는 스말 변호사의 수첩을 가리킨다.
뒷쪽으로 갈수록 반전이 너무 많아 사실 좀 어리둥절 했다.
그래서 감독이 서플에서 이 영화는 어드벤쳐이면서 미스테리물이라고 한 모양이다.
여배우가 굉장히 매력적이고 화끈한 연기를 펼친다.
우리나라에서는 여배우들이 얼마나 벗느냐가 굉장한 관심사인데 이 나라는 아예 관심의 대상조차 안 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확실히 유럽 영화라 파격적이다.
저녁을 먹으면서 본 영화라, 배설과 연관된 섹스 장면이 나오자 역겨워서 구토 증세가 났다.
주인공 레이첼이 전쟁 후 포로 수용소에서 발가벗겨져서 오물 세례를 받는 장면은 정말 최고의 역겨운 장면이었다.
인간이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 또 추악해질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 준다.
너희가 이러고도 나치를 비판할 수 있느냐는 연합군 사령관의 외침이 영화 중 최고의 대사였다.
인간의 본성은 다 똑같다, 나치만 나쁜 게 아니다, 이런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한나 아렌트가 말한 것처럼 <악의 평범성>은 비단 나쁜 것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선량해 보이는 사람의 마음에도, 즉 인간의 본능 속에 파괴적이고 잔혹한 심성이 숨겨져 있는 것 같다.
그러므로 어찌 보면 본능을 마음껏 발산하라는 말은 무책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고 하는데, 변형이 좀 많았는지 구체적으로 어떤 인물인지 밝히지는 않는다.
스파이 노릇을 하다가 진짜로 적군 장교를 사랑하게 된 레이첼이 문츠와 잘 될 줄 알았는데, 역시 나치 전범을 살려 두기에는 스토리 전개상 무리가 있었나 보다.
포로수용소에서 같은 독일군 포로에 의해 총살당하는 장면은 굉장히 안타깝고 또 강한 인상을 남겼다.
문츠가 허망하게 총살당하고 말자, 그럼 이번에는 한스와 사랑하게 되나 싶었는데 사실은 모든 일의 범인이 한스였다는 게 밝혀지면서 오히려 그녀를 죽이려고 한다.
결국 마지막에 다른 남자와 결혼해 아이 둘을 낳는 걸로 끝난다.
비슷한 2차 대전 영화에서는 여주인공이 전쟁 중 만난 레지스탕스와 잘 되는 걸로 끝나 마음이 따뜻했는데, 이 영화는 결말 면에서 마음이 무척 아팠다.
역시 비극은 가슴이 아프다.

레이첼이 완벽한 금발로 속이기 위해 음모까지 염색하는 장면은 정말 적나라했다.
남자 동료가 들어 왔는데도 여전히 음모를 염색하는 레이첼의 과감함에 깜짝 놀랬다.
그러고 보면 레이첼은 성적 표현에 있어 굉장히 적극적인 여자다.
화끈하고 용감하고 또 도발적인 매력을 지녔다.

2시간 30분에 이르는 러닝 타임이 전혀 지루하지 않을 만큼 긴박감이 흐르고 감독이 헐리우드에서 성공해서 그런지 네덜란드 영화이면서도 전형적인 헐리우드 영화처럼 보인다.
영상이나 편집도 세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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