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좀 지루했다. 철학 내지는 도덕에 관한 책 같다. 확실히 나는 당위적인 철학책에는 약하다. 좀 더 실제적인 책을 원했는데 아쉬운 대목이다. 다만 생각해 볼 만한 꺼리는 충분히 있다. 우리는 일본에 대해 식민 통치라는 피해의식 때문에 제대로 된 분석을 하기 힘들었는데, 저자처럼 오키나와인이라는 또다른 피지배 계층이 전쟁이 인간을 구속하는 방식을 규명함으로써 일본 제국주의를 새로운 시각에서 볼 수 있었다. 한국인이 겪어야 했던 고통과 수탈과 억압은, 그 한맺힌 역사가 너무나 깊게 아로 새겨져 자칫 민족주의로 빠져 일본의 전체주의적인 지배 방식을 그대로 내면화 시켜 우리 역시 자국을 맹목적인 애국심과 상대에 대한 적대감으로 무장한다는 생각이 든다. 일본에 대한 비난이 민족주의적 감상으로 흐르면 궁극적으로는 비슷해진다고 생각한다. 내가 일본에 대해 거부감을 갖는 것은 우리 민족을 식민 통치했다는 사실 보다도, 일본이라는 제국주의 국가에 의해 개인의 자유와 인격이 억압당하고 전체주의에 죄다 동원됐다는 사실 때문이다. 나는 타국의 식민 통치가 아니라 할지라도, 자국이 그 주체라 할지라도 국가의 전체주의적 동원은 끔찍하게 싫다. 나치나 일본의 군국주의가 싫은 것도 그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을 상대로 전쟁을 일으킨다는 <남벌>이나 <한반도>도 거부감이 든다. 이 책은 일본의 그런 제국주의, 전체주의, 군국주의가 어떻게 한 인간을 억압하는지 잘 보여준다. 또 같은 일본 내에서도 하층 계급을 차지하는 오키나와인들이 내지인과 비슷한 대접을 받기 위해 어떻게 사회적 규율을 내면화 시키는지도 잘 보여준다. 감시와 처벌이라는 푸코의 이론을 자주 인용한다. 좀 더 꼼꼼하게 독해를 했더라면 좋았을 책인데 도서관 반납 기일에 걸려 미처 다 못 읽고 돌려 줬다. 기회가 되면 다시 읽어 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