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료와 의료분쟁 - 응급실 근무자를 위한
대한응급의학회 엮음 / 군자출판사(교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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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 소개를 많이 해 줬으면 좋았을텐데, 너무 적어서 아쉽다.
뒷쪽에 의료법규를 나열한 부분은 실생활에 별 도움도 안 되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되는지 알기 힘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 나열된 사례들은 꼭 기억할 만 하다.
대표적인 예로, 아무리 환자가 치료를 거부하고 자의귀가서까지 받았다 할지라도 일단 환자가 사망한다거나 중대한 문제가 생기면 의사 역시 그것을 방치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충수염이 의심되는 환자가, 치료를 거부하고 귀가했다가 다음날 복막염으로 와서 사망했다.
의사는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자의귀가서를 받아놨으나, 질병의 진행을 막을 수 있는 구체적인 조취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에 80%의 과실이 있다고 판결났다.
의사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겠으나, 하여튼 환자가 죽었기 때문에 책임이 전혀 없을 수 없고 더군다나 80%의 과실이라면 상당히 큰 편이니, 단순히 자의귀가서 한 장 받았다고 안심하지 말고, 적극적인 조취를 취해야 할 것이다.
또 상급의료 기관에 전원하는 것도 환자 본인에게 맡겨 둬서는 안 되고 다른 의사에게 넘기는 순간까지 환자의 상태에서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정황으로 봤을 때 설마 죽기까지 하겠어, 하는 심정으로 안이하게 대처했을 가능성이 높다.
사실 아무리 검사를 많이 하고 진찰을 열심히 한다고 해도 100% 예후를 정확히 예측하기는 힘든 노릇이다.
그러나 어쨌든 생명이 걸린 문제이니, 의료사고 이런 법적인 문제를 떠나서 만에 하나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약간 이해가 안 갔던 판결은, 췌장염 환자가 비위관 삽입을 거부해서 결국 사망했는데 환자가 치료를 거부했기 때문에 의사의 책임은 없는 걸로 나왔다.
다른 정황이 생략돼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앞의 충수염 환자 사망 사건과 어떻게 다른지 좀 헷갈린다.
유명한 보라매 병원 사건도 나왔는데, 알려진 것과는 다르게 무조건 인공호흡기를 떼지 말아야 하는 게 아니라, 병원 윤리위원회 같은, 동료 집단의 조언을 구한 후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한다.
미국에서도 소생 희망이 없다고 해서 혹은 경제적인 이유로 가족들의 요구에 의해 인공호흡기를 떼는 것은 자살 방조 행위 등으로 처벌받는다고 한다.
병원 윤리 위원회에 먼저 상정하는 절차를 거쳤어야 한다고 한다.
말초혈관 확보가 어려울 경우는, 골수내 주입이나 중심정맥확보 등의 다른 조취를 취해야 충분한 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있다.
환자의 사망과 의사의 행위 사이에 뚜렷한 인과관계가 없다 할지라도 민사에서는 정황만 가지고도 의사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니, 많이 긴장을 해야 할 부분이다.
의사부권주의에서 환자부권주의로 바뀌었다는 말이 이해된다.
응급실의 난동 등을 생각해 보면, 이제는 의사보호법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막연히 병원이나 의사는 강자고, 환자는 피해자라는 일반적인 인상도 이제는 바뀌어야 할 것 같다.
형사 고소가 워낙 많아 의료분쟁 해결 과정의 많은 부분이 협박용으로 쓰인다는 점이 참 씁쓸하다.
그래서 재판으로 해결하기 보다는, 환자와 병원, 혹은 의사간의 화해로 유야무야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런 점이 방어진료를 불러와 지나친 검사와 치료를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제왕절개 비율일 것이다.
이제는 의사와 환자 모두 의료법에 관심을 기울여 서로의 정당한 권리를 찾고 무분별하게 협박을 당하거나 억울한 피해를 보는 일이 없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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