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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미술의 심장 뉴욕미술 - 뉴욕의 미술관 ㅣ Art Travel 2
이주헌 지음 / 학고재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갈수록 현대 미술에 대한 관심이 커진다.
르네상스 미술에 열광하더니, 인상파로 넘어갔고 이제는 비구상에도 눈길을 돌리려고 한다.
조금씩 발전하는 태도일까?
고전주의 그림은, 그 정교한 디테일과, 마치 사진으로 찍은 듯한 놀라운 사실성 등이 내 마음을 혹했던 반면, 현대미술은 일단 비구상이라 대체 뭘 그린 건지 알 수가 없었다.
흔히 하는 말, 이런 그림이면 나도 그리겠네, 하는 반발심이 들었다.
특히 마티스의 스케치는 너무 형편없어 대체 왜 위대한 화가라고 하는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현대 미술에 대한 생각이 바뀐 것은, 역시 직접 전시회장에 가면서부터다.
대상을 묘사하는 능력은, 과거 그림에 비해 부족하다 할지라도 화려한 색깔과 독특한 배열에서 뭔가 울컥 하는 감정이 솟아올랐다.
고흐의 <해바라기> 를 직접 봤을 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 확 솟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누가 그랬던가, 그림의 본질은 조형이 아니라 색체라고.
정말 그 말뜻을 요즘에는 실감한다.
칸딘스키 그림을 봤을 때 그 신선하고 새로운 색체 배열에 기분이 확 달아 오르는 느낌이었다.
날아갈 듯이 고양된 기분, 그림을 보면서 그런 청량감을 느낀 건 처음이었다.
대상을 모사하지 않고도 관람객의 감정을 이렇게 고양시킬 수 있다면 그것이야 말로 더욱 위대한 화가가 아니겠는가?
확실히 현대 화가들은 상상력이 뛰어나다.
아마 요즘에 르네상스 그림처럼 정밀한 모사를 한다면 달력 그림 그리냐고 비웃음을 살 것이다.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시대, 그게 바로 포스트모더니즘 시대가 아닌가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솔직히 다다이스트의 그 장난 같은 작품들은 도저히 감동받기가 힘들다.
누구는 또 인식의 전복이라고 감탄할 수도 있겠으나 예술의 본령에서 한참 벗어난 그림으로 생각된다.
그래서인지 앤디 워홀이나 잭슨 폴록 등의 작품도 별다른 감흥이 없다.
혹시 모마에 가서 직접 그 작품들을 보면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올 여름에 뉴욕에 가지 않을까 싶어 도서관에 신청한 책인데, 생각만큼 아주 재밌지는 않았다.
이주헌의 책을 처음 접했을 때 감탄했던 것에 비하면, 그의 글쓰기 패턴에 너무 익숙해져서인지 별로 신선하지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의 책이 매력적인 것은, 덜 알려진 분야를 소개해 준다는 점에 있다.
지난 번 러시아 미술 소개도 좋은 자극제가 됐는데, 이번 뉴욕 현대미술도 신선했다.
현대미술에 좀 더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됐다.
좋아하는 데이빗 호크니의 수영장 그림은 없어서 아쉬웠다.
로스앤젤레스를 좋아해서 거기 산다는데, 뉴욕에는 대표작이 없는 모양이다.
책 표지로 사용된 거트루드 밴더빌트 휘트니 여사의 초상화는 무척 매력적이다.
사진으로 찍은 듯한 앵그르의 초상화와는 또다른 매력을 준다.
이런 책을 보고 나면 항상 하는 불평이지만, 문화의 향기를 마음껏 마시고 사는 뉴욕 사람들이 정말 부럽다.
파리의 미술관 설립에 자극을 받아 국가의 중대사로 인식하고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세웠다는 일화에서, 다시 한 번 문화 선진국의 자세를 엿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도 이제 해외 유명 미술관의 작품들이 내한하면 관객들이 몰릴 만큼 예술에 대한 관심이 커졌으니, 그럴듯한 미술관 운영에 더 투자를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