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골라준 DVD를 보면 항상 의외의 재미를 준다. 검증이 된 영화들이라 그런가? 이번 영화도 정말 재밌고 인상적이었다. 왜 이런 영화가 못 떴는지 모르겠다. "폭력의 역사" 도 참 좋았는데 이번 영화도 정말 괜찮다. 무슨 내용인지 전혀 짐작이 안 가는 저 촌스러운 제목을 우리말로 좀 그럴 듯 하게 바꾼다면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볼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결말이 너무 뜻밖이다. 주인공인 딕칸이 끝까지 살 줄 알았는데 하사와 함께 죽고 만다. 하사 죽을 때 제일 놀랬고 딕칸이 마지막에 남겠다고 할 때는 죽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의외의 인물인 굴드가 살아 남아서 뜻밖이었다. 더 의외는 얄미운 캐릭터인 윌리가 비록 총상은 입었지만 마지막까지 살았다는 것이다. 영국인 비행사로 등장하는데 정말 얄밉다. 순진한 켄드릭을 얄밉게 놀리는데 한 대 쥐어 박고 싶었다. 대체적으로 미국인은 좋게 나오고 나머지는 다 비호감으로 그려진다. 그들을 구해 주는 벨기에 여자는 정말 우아하다. 누군지 궁금하다. 하사는 처음에 얼핏 봐서 톰 행크스인줄 알았다. 갑자기 총 맞아 죽는데 정말 깜짝 놀랬다. 전쟁터의 죽음을 실감나게 그렸다. 그러고 보면 영웅이 등장하는 전쟁 영화는 얼마나 비현실적인지... 빗발치는 총알 세례 속에서도 절대 죽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옛날부터 난 홍콩 영화를 좋아하지 않았다. 쌍권총을 쏜다는 것 부터가 말이 되냔 말이지. 전쟁이라는 것, 언뜻 보면 장난감 병정 놀이 같기도 하다. 죽은 사람의 절절한 생은 버려 두고, 주인공이 신나게 총을 쏴서 나쁜 독일놈들을 물리치기만 하면 카타르시스도 느껴지고 한 편의 스포츠 게임 같다. 그러나 죽은 이들의 개인적인 삶으로 들어가면 너무나 안타깝고 어처구니가 없고 대체 왜 이런 총싸움을 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인간의 본성이 원래 전투적이고 이익을 위해 적극적인 동물이고 보면 전쟁이야 말로 인류 역사를 장식한 가장 일반적인 사건들이면서도, 그 끔찍함이 개인에게 주는 의의는 엄청나다. 편하게 앉아서 영화로 전쟁을 접한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나치는 항상 나쁜 놈으로 그려져서 독일에서는 어떤 식으로 2차 대전 영화를 만들지 궁금해진다. 일본과 독일의 전후 태도는 또 어떤지 궁금하다. 하여튼 나치가 없었다면 영화 만들 소재도 대폭 줄어들었을 것 같다. 의무병으로 나오는 굴드는 전쟁통에서도 허둥대지 않고 신속 정확하게 병사들을 처치한다. 잠을 못 자서 멘탈이 alert 하지 않은, 섬망 같은 증세에 시달리는 딕칸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역시 잠을 자야 한다. 굴드의 명쾌한 처방, 총을 뺏고 자꾸 말을 걸어라. 훌륭한 의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