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류와 편견으로 가득한 세계사 교과서 바로잡기
이옥순.이희수 외 지음 / 삼인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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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판형도 큼직큼직 한 게 마음에 들고, 표지도 무척 예쁘다.
책은 참 잘 만든 것 같다.
내용은, 중간 정도?
필자들의 수준 차이가 좀 난다.
라틴 아메리카의 역사를 요약한 부분은 무척 유용했다.
저자의 전문가다운 포스가 확 느껴지는 챕터였다.
반면에 아프리카를 맡은 필자는, 상당히 불성실한 느낌을 받았다.
동남아시아 쪽이나 라틴 아메리카, 오세아니아 쪽은 상당히 잘 썼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상대적으로 이슬람이나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쪽은 부실한 느낌이 든다.
단순히 오류를 수정하는데 그쳐서 해당 지역의 역사를 개괄한 다른 필자들과 많이 대조적이었다.
이래서 여러 명의 필자가 공동 저술한 책은 수준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라틴 아메리카의 역사는 굉장히 유용했다.
몰랐던 부분들을 정말 많이 알게 됐고 잉카나 마야 제국 등이 하나의 실체로 다가오는 느낌이었다.
동남아시아의 역사도 이번 기회에 하나 하나 명확한 개념을 갖게 됐다.
두리 뭉실하게 동남아라고 넘어갔던 국가들이 이제 하나씩 볼 수 있게 됐다.
오세아니아 대륙에도 열 네 개의 국가가 있음을 인지했다.
겨우 뉴질랜드와 오스트레일리아, 파푸아 뉴기니가 전부인 줄 알았는데 말이다.
그 유명한 하물 숭배도 결국은, 천년왕국 운동 같은 말세주의의 변형임을 깨닫고 나니, 인간 세상의 모든 사건과 현상은 세부적으로 차이가 있을 뿐 크게 보면 다 거기서 거기라는 걸 다시금 확인했다.

 

전반적인 감상은, 교과서 필자진의 자질과 전문성이 너무 형편없다는 것이다.
교과서의 대대적인 개편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다른 어떤 책보다도 전문성과 정확한 식견을 제시해야 하는 게 바로 교과서 아닌가?
너무나 어이없는 단순 실수들을 보면 황당해서 말이 안 나올 정도다.
교과서를 쓰는 이들이 이렇게까지 수준이 낮아서야 공교육을 신뢰할 수 있겠느냔 말이다.
특히 용어의 통일은 시급한 것 같다.
또 지도나 지명 표기에도 일괄성을 가져야 할 것 같다.
물론 어떤 필자의 주장처럼 무조건 현지어 발음을 중시해 죄다 현지어로 바꾸자는 것에는 반대한다.
끝이 없기 때문이다.
일단 합의가 되면 가능하면 통일해서 그 원칙에 맞게 표기해 줘야 혼란을 막을 수 있다고 본다.
영어식 표현이라는 이유로, 이미 통용되고 있는 단어를 죄다 어색한 발음으로 바꾸는 게 과연 외국어 표기 원칙에 얼마나 합당한 건지 모르겠다.
그렇게 세세하게 따지기로 들면 한도 끝도 없겠다.

 

이슬람의 역사를 너무 강조하다 보니, 알렉산더를 대왕이라고 칭하는 것조차 부정하는 건 코메디 같다.
한 나라의 역사를 부각시키는 것이 왜 기존에 있던 위인의 업적을 폄하하는 것과 동일하게 보는지 모르겠다.
알렉산더를 대왕 대신 왕이라고 칭하고, 제국 대신 그저 마케도니아 국가에 불과하다고 낮춰 부르는 게 역사 인식에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될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지나친 폄하이고 옥시덴탈리즘의 잘못된 표현 같다.
그렇다면 대체 기준은 뭐란 말인가?
모든 것이 상대적이고 자국의 역사는 죄다 의미가 있다고 보면, 결국 세계사 교과서 따위는 나오지도 못할 것이다.
소외된 지역의 역사를 복원하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지만, 이미 정통성을 인정받은 실제적인 사건들 마저 깍아내리는 행위는 지나치다.
매우 지나치다.

 

좀 더 따지기로 하면, 이슬람 부분을 저술한 이희수씨의 의견에 나는 상당히 부정적이다.
이 분은, 마호메트의 초상을 싣는 것을 이슬람에 대한 굉장한 모욕으로 받아들이는데, 외교적인 마찰을 고려해서 어느 정도 문화나 종교를 존중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어쨌든 이슬람이 종교에 대한 어떤 비판도 허용하지 않는 교조적인 입장이라는 건 인정해야 하지 않겠는가?
여성 차별 마저도 문화적 다양성으로 인정해, 명예살인은 극히 예외적인 현상이므로 언급할 가치가 없다는 식으로 넘어가는 건 옳지 않다.
아내를 네 명 취하는 것은 극히 드문 경우이고 법에 의거해 매우 까다롭게 이뤄진다는 말은, 어찌됐든 일부일처제가 도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현대 사회에서는, 여성차별적인 건 사실 아닌가?
법에 의해 까다롭게 규정이 됐다고 해서, 아내를 네 명 취하는 것이 남녀평등이라는 현대의 정의 개념에 부합하는 건 아니지 않는가?

 

비교적 덜 알려졌던 여러 나라들의 역사와 문화를 개괄해 줬다는 점에서 유용한 책이었고 북디자인도 매우 훌륭하지만, 전반적인 통일성이 부족하고 필자들의 수준 차이가 난다는 점에서 아쉽다.
그러나 읽어볼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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