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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꿈, 유럽 미술관에 가다 - 젊은 미술사학도가 들려주는 유럽 미술관의 명화 이야기
허은경 지음 / 삼우반 / 2007년 9월
평점 :
품절
어쩌면 가장 원하던 형태의 여행기가 아닌가 싶다.
내용의 만족도와는 별도로, 이런 미술관 순례 형식의 여행서가 필요했다.
미술관 순례야 말로, 내가 가장 꿈꾸는 여행의 형태다.
풍경을 보려면 함께 떠나는 게 좋겠지만, 그림이라면, 오히려 혼자가 좋을지 모른다.
루브르 등에 한국어 가이드가 없어서 아쉽다고 생각했는데 언제부터인가 가이드가 오히려 거추장스러워졌다.
이번에 러시아 거장전을 보러 갈 때도 가이드의 설명이 더 지루하게 느껴졌다.
그냥 내가 보고 감동을 받는 것, 그림을 통해 얻는 내 느낌이나 감상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미술관은 혼자 가도 절대 외롭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내면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좋은 사색의 시간이 될 것이다.
국내 미술관은 일부러 시간을 내서 혼자 가진 않지만, 유럽의 유명 미술관은 책에서만 보던 그 감동을 직접 느끼기 위해 기꺼이 시간과 돈을 투자해 가 볼만 하다고 생각한다
이주헌의 미술관 투어는 너무 전문적인 냄새가 나서 따라하기가 좀 어려웠다.
평범한 이들의 미술관 투어는 또 감상 수준이 낮고.
이 책은 미술사를 전공한 저자의 약력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글을 쓰는 솜씨나 호스텔 등에서 묵는 여행 행태 등이 30대 직장인들에게 알맞는 가이드를 제공해 준다.
단 3개월의 시간을 어떻게 내느냐가 관건이다.
유럽은 워낙 작고 고만고만해 정말 한 석 달이면 충분히 중요 미술관을 돌 수 있을 것 같다.
더군다나 나는 현대 미술에 별 관심이 없기 때문에 꼭 가고 싶은 미술관의 갯수를 현격하게 줄일 수 있다.
런던에 가면 기껏해야 내셔널 갤러리와 테이트 브리튼 갤러리가 전부고 (책을 읽고 나니 장식 미술의 집합소인 빅토리아 앤 앨버트 미술관은 추가시켜야겠다. 영국 상류 사회의 아름다운 장식미술을 보는 즐거움을 빼 놓을 수는 없겠지!) 파리로 간다면 루브르와 오르세 정도다.
아, 물론 피카소 미술관은 내가 워낙 좋아하는 화가이니 꼭 봐야겠다.
네덜란드로 가면 고흐 미술관과 암스테르담 국립 미술관 정도?
루벤스 그림에 열광하다 보니 플랑드라 화파의 그림이 다수 소장된 브뤼셀 왕립 미술관도 빼 놓을 수는 없겠다.
독일로 넘어가면 베를린의 국립 회화관과 뮌헨의 알테 피타코텍, 이탈리아로 가면 로마의 바티칸 미술관과 피렌체의 우피치 미술관은 꼭 가야 한다.
그리고 오스트리아에서는 빈 미술사 박물관, 마지막으로 마드리드에 오면 프라도 미술관으로 끝을 맺겠다.
저자는 50여 개의 미술관을 석 달에 걸쳐 돌았으니, 나는 한 달이면 될 것 같은데...
한 달의 시간을 낼 수 있을까?
아니면 여름 휴가 때마다 한 곳을 집중적으로 도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대학교 3학년 때 유럽 배낭 여행을 떠난 후, 마지막 일정에 있던 내셔널 갤러리에서 느꼈던 감동을 잊을 수가 없다.
루브르나 바티칸 미술관에서는 못 느꼈던 감동을, 내셔널 갤러리에서 정말 무한대로 느낄 수 있었고, 그 때부터 그림에 관심이 생겼다.
이래서 여행은 인식의 지평을 넓혀 준다고 했던가.
빈에서 쇤부른 궁전만 보고 빈 미술사 박물관을 못 번 것도 못내 아쉽고, 뮌헨에서 알테 피나코텍을 그냥 지나친 것도 안타깝다.
대체 왜 암스테르담에 가서는 고흐 미술관이나 국립 미술관은 안 가 보고 어처구니 없게 풍차 마을만 돈 것인지!
잠깐 들린 브뤼셀에서는 그 흔해 빠진 오줌싸개 동상만 보고 왕립 미술관이 있는지도 몰랐다.
파리에서는 하필 오르세 미술관이 문 닫는 날에 들려 미련없이 포기했다.
여행 일정에는 없었지만 로마에 갔을 때 피렌체도 잠깐 들릴 수 있었을텐데, 안타까운 우피치 미술관이여!
기껏 본 게 루브르와 바티칸 미술관, 그리고 내셔널 갤러리지만, 그 때의 감동 때문에 나는 미술에 무한한 애정과 관심을 갖게 됐고 지금까지도 미술 작품을 통해 삶의 기쁨과 희열을 느낀다.
그리고 언젠가는 다시 갈 수 있을리라 기대에 부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