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저널리스트 서형욱의 유럽축구기행
서형욱 지음 / 살림 / 2005년 6월
평점 :
품절



축구에 대한 저자의 애정이 놀랍다.
축구는 곧 삶이고 문화이며 놀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대리전투를 치르는 것과도 같고 노동자 계층의 오락거리로 탄생했다는 말도 생각난다.
넓은 운동장에서 공 가지고 발로 겨우 1,2 점 얻으려고 90분 내내 뛰어다니는데 익숙하지 않아 월드컵 마저도 심드렁하게 본 나로서는, 사실 쉽게 읽히지 않았다.
저자의 위트있는 글솜씨가 아니었다면 <피버 피치>처럼 읽다가 관뒀을 것이다.
아무래도 한국 사람이 쓴 축구 이야기라 그런지 이질감이 덜해서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읽는 속도가 상당히 떨어졌다.
전혀 관심이 없고 잘 모르는 분야라, 사실 침대 위에서, 혹은 지하철 안에서 슬렁슬렁 읽어야 할 책인데도 비교적 정독을 했다.
그래서 시간도 꽤 오래 걸렸다.
그래도 공들여 읽고 나니 유럽 축구에 대해 어느 정도 감이 잡힌다.

 

축구팬들은 경기장에서 좋아하는 팬을 응원하는 집단적인 응원문화를 좋아하는 것 같다.
TV로 혼자 보는 것도 즐겁지만 기왕이면 함께 어울어져 같은 팀을 응원하고 그 카타르시스에 빠져 들어 일체감을 느끼는 데서 희열을 얻는 것 같다.
그러니까 혼자 집에서 음악 듣는 것 보다는, 공연장에 가서 현장의 열기를 느끼는 것의 차이랄까?
뉴스에서 청소년 게임방 중독에 대해 보도한 적이 있다.
한 학생에게, 집에서 게임을 해도 되는데 왜 꼭 게임방에 가냐고 했더니, 대답이 걸작이었다.
공부도 도서관 가서 하면 잘 되잖아요.
이거야 말로 집단에 소속되어 함께 뭔가를 공유한다고 느낄 때의 즐거움을 잘 설명해 주는 대답같다.
그러고 보면, 공연장 쫓아 다니는 오빠 부대들을 빠순이라고 비하시키는 것도 대단히 편파적인 인신공격 같다.
축구에 아무 관심이 없는 내가 보기엔, 이 써포터들이란 사람들도 빠순이와 다를 게 하나도 없다.
어쩌면 10대 소녀들도 자기들 나름의 응원 문화, 혹은 공유할 수 있는 집단 문화를 즐기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른들, 특히 남자들의 비하적인 시선이 아닐 수 없다.
오히려 축구 관람하다가 흥분해서 사람 죽이는 것보다야 (라이벌전이 벌어지면 경찰이 출동하고 원정팀 써포터들은 그물망 안에서 보호된다) 훨씬 인간적이고 소박하지 않은가?
이런 저런 경우를 생각하다 보면 결국 인간의 심성은 대단히 공통적이고 일반적인 경향성을 띈다는 걸 알 수 있다.
아주 다른 것 같지만 크게 보면 아주 비슷하다.

 

곳곳에서 우리의 라이벌인 일본의 국력이 드러난다.
워낙 오타쿠 문화가 발달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축구 원정도 끝내 주게 잘 다닌다.
일본 선수를 데려 오면 그 일본인 팬들이 엄청난 부수익을 안겨 주기 때문에 유럽 리그에서는 일본 선수들이 진출하기가 쉬울 수 밖에.
확실히 경제력이 앞서가다 보니 소비하는 수준도 보통이 아닌 것 같다.
송종국이나 김남일, 이천수, 박지성 같은 한국 선수들의 진출 이야기도 간간히 나와서 반가웠다.

 

다음에 축구를 보면 좀 더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이래서 뭐든 알아가는 건 즐거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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