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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의 역사 - 아웃케이스 없음 ㅣ 폭력의 역사 1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 비고 몰텐슨 외 출연 / 에스엠픽쳐스(비트윈)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제목과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영화였다.
아빠의 추천으로 보게 됐는데, 상당히 고전적인 제목이라 꽤 옛날 영화인 줄 알았는데 왠걸, 2005년도에 개봉된 영화였다.
칸느 영화제에도 출품된 모양이다.
감독이나 배우 모두 낯설었지만 익숙한 느낌이었다.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편안하고 친근한 느낌을 준다.
남녀 주인공 모두 잘생기고 예쁘지 않은데도, 영화 보는 내내 주인공들에게 빠져들었다.
특히 DVD가 주는 매력인 서플을 통해 감독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멋진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이거야 말로 영화가 아닌 DVD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은발의 근사한, 그러면서도 매우 편안한 지적인 감독이었다.
사실 톰이 다중 인격자라는 건 영화 상에서 잘 표현되지 않는다.
오히려 존 쿠삭이 나오는 영화, "아이덴티티" 였던가?
이 영화에서 다중인격자의 모습이 잘 표현된다.
내가 보기에 비고는 처음부터 끝까지 감정 변화가 거의 없다.
그냥 처음부터 톰이었던 것 같다.
조이로 변하면서는 폭력적이고 악마적인 성향을 보여 줘야 하는데, 마지막까지도, 심지어 여러 명을 죽여 놓고서도 여전히 착한 시골 가장의 이미지를 벗지 못한다.
그러나 그런 성실하고 착한 모습이 매력적이기도 하다.
아내는 톰의 폭력적인 모습을 낯설어하고 매우 두려워 하나, 관객의 입장으로 보면 톰은 완벽하게 착한 남편이고 시골 가장이라는 인격 외에는 없다.
단일 인격자라고 할 수 있겠다.
미국 여자들을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그녀들은 한국 여자의 일반적인 이미지에 비춰 볼 때 정말 강하고 도발적이다.
이디가 톰을 때리는 거 보고 정말 놀랬다.
거침이 없다.
기본적으로 골격도 크고 성적으로도 매우 적극적이며 도발적이다.
그래서 미국인들에게 동양 여자 이미지는 순종적인 모양이다.
이디와 톰의 격정적인 계단 정사씬은 영화에서 최고로 nervous 한 부분이었다.
톰은 마치 강간이라도 할 것처럼 이디의 발목을 붙잡고 목을 틀어 올리지만, 이디는 격렬하게 저항하다가 나중에는 스스로 톰의 입술을 휘감는다.
처음에는 폭력으로 여자를 정복하려고 하는 톰에게 화가 났는데, 이디 스스로 섹스에 응하는 걸 보고 그녀의 마음이 돌아섰음을 느낄 수 있었다.
성적으로 적극적이라는 것도 영화 속에서 외국 여자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한국보다는 여자들에게 성적으로 훨씬 개방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 영화의 감독이 “플라이” 를 만든 데이빗 크로넨버그라고 한다.
상업적인 영화보다는 작품 세계를 추구하는 감독 같다.
서플을 보면 감독이 굉장히 멋지게 나온다.
이게 바로 DVD의 매력인데, “남과 여” 에서도 끌로드 를루슈 감독의 매력적인 모습을 본 바 있다.
주인공 비고 모텐슨도 퍽 매력적인 배우다.
잘 생긴 건 아닌데 성격파 배우 같다.
우리나라로 치면 최민식이나 송강호 같은 스타일이지 않을까?
잘 생긴 건 아니지만 기막히게 캐릭터를 소화해 내는 배우들!
특히 칭찬해 주고 싶은 부분은 특수효과다.
잔인하지 않으면서도 폭력에 희생된 사람들의 면면을 리얼하게 잡아냈다.
서플을 보니, 만들 때 퍽 고생을 한 것 같다.
이래서 영화는 종합예술인가 보다.
단순히 배우와 촬영감독만으로 되는 건 아니다.
그러고 보면 매주 두 작품을 찍어야 하는 드라마의 완성도는 영화에 비교할 것이 못 돼고 또 노동량이 얼마나 큰지 알 것 같다.
아이즈 와이드 셧 같은 경우도 몇 년에 걸쳐 찍은 영화라고 하니, 비슷한 장면을 얼마나 많이 되풀이 했을지 알 만 하다.
주인공 비고 모텐슨이 스턴트맨 출신이라 그런지 액션 연기를 정말 잘 한다.
첫 장면에 등장하는 악당 중 젊은 배우도 잠깐 등장하는 거였지만 꽤나 인상깊은 연기를 한다.
마지막에 톰이 형 리치를 죽이는 설정은 좀 잔인했다.
친형이 동생을 죽이겠다고 덤비는 것도 그렇고, 거기에 맞서 동생 역시 아무런 갈등 없이 형을 쏴 죽이는 걸 보면, 확실히 한국보다 미국은 가족애에 덜 엮여있는 기분이다.
형은 중간보스로 나오는데 톰네 가족은 아마 다시 또 더 큰 보스의 추적을 당하지 않을까?
마지막 장면에서 톰이 형을 쏜 권총을 연못에 던진 후 수백 마일을 달려 지친 몸으로 집에 돌아온다.
싸늘한 가족들의 시선, 그러나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 딸이 톰에게 저녁 식탁에 앉게 하고 접시를 내 놓는다.
아버지를 증오하던 아들은 고기를 덜어 준다.
이 장면으로 끝났는데 난 이 가족이 다시 화해했으리라 믿는다.
어쨌든 사랑으로 맺어진 가족이 아닌가?
톰이 다시 일상의 평온함으로 되돌아 오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결국 인간이 추구하는 것은 거창하고 위대한 것이 아니라 (그럴싸한 조직 폭력배 생활도 마찬가지로), 즉 어떤 영웅주의적 행동이 아니라, 사랑하는 가족 안에서 소박하게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