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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서 오페라를 만나다 - 오페라와 명화, 영혼을 움직이는 두 예술의 만남과 교감
조윤선 지음 / 시공사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가벼운 에세이 정도로 읽으면 될 것 같다.
그럴 듯 하게 포장은 됐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 보면 기대에 못 미치는 그런 식사 같다.
그러고 보면 글을 잘 쓴다는 것도 대단한 능력이고 축복이다.
특히 아마추어가 식견을 가지고 책을 쓴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다시금, 비슷한 주제로 책을 내는 박종호씨가 대단하게 느껴진다.
아마도 저자는, 글 쓰는 연습을 좀 더 열심히 한 후에 다음 책을 내야 할 것 같다.
변호사라는 개인으로서의 교양은 훌륭하겠으나, 대중에게 책을 파는 작가로서의 역량은 썩 뛰어나지 않다.
그러나, 이 책의 장점을 말하자면 비교적 덜 알려진 오페라와 그림들을 소개해 줬다는 데 있다.
아마도 저자가 그림에 무척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서평에서도 나온 바지만, 대체 어디서 이런 그림들을 찾아 냈는지 존경스럽다.
오페라에 걸맞는 주제들이, 비록 대가의 필력은 아니더라도 소박한 형태로 그려진다.
그러고 보면 한국인이 서양 문명을 완벽하게 이해한다는 건 어떻게 보면 매우 피상적이고 한계가 분명한 일 같다.
마치 미국인이 한국 전통 문화에 박식하다고 해서 그 안에 숨겨진 뉘앙스나 보편적인 정서, 상식 등에 능통하기는 힘든 것처럼 말이다.
평소에 르네상스나 기독교 문화 등에 대해 어느 정도 상식이 있다고 믿었는데, 이 책에 소개된 그림들을 보니까 아직도 갈 길이 멀 뿐더러, 나는 영원히 서양 문화의 어설픈 관찰자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기껏해야 라파엘로나 고야, 벨라스케스 등이 화가의 전부인 줄 알았다.
또 알고 있는 화가라 할지라도 대표작 밖에는 몰랐다.
서양 문화의 뿌리를 이루고 있는 그리스 로마 신화, 기독교, 그리고 중세 시대 전설들...
그것들이 그림 속에 녹아져 내린다.
그러고 보면 제대로 그림을 감상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 같다.
특히나 도상학적 주제가 선명한 르네상스 시대 그림은 더더욱 말이다.
재밌는 건 대가라고 해서 모든 작품이 다 훌륭한 건 아니라는 사실이다.
특별히 훌륭하고 평가받을 만한 작품만 유명해진 것 같다.
한스 홀바인이 그린 "대사들" 이나 에라스무스 초상화 등을 보면서 어쩌면 이렇게 인물의 감정을 잘 드러낼 수 있는지 무릎을 치면서 감탄했었는데, 홀바인이 그린 다른 초상화를 보니 감흥이 떨어진다.
헨리 8세의 세 번째 아내였던 제인 시모어 같은 이의 초상화는, 홀바인이라는 이름이 없다면 눈길을 안 줬을 평범한 작품이다.
그렇게 위대하다고 믿었던 고야의 작품도 어떤 것은 시시하다는 느낌을 준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던 것 같다.
그렇지만 다양한 그림을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전작주의가 다소 허망하다고 느꼈던 것이 박완서의 소설을 읽으면서였다.
"그 해 겨울은 따뜻했네" 라든가 "저문 날의 삽화" 등을 읽으면서 박완서씨의 심리 묘사에 혀를 내둘렀다.
소시민의 이기적인 심성과 위선적인 모습을 어찌나 잘 파헤치던지, 이 사람이야 말로 정말 위대한 작가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그녀의 문장력 하나는 끝없는 신뢰를 보내게 됐다.
그러나 최근에 다시 읽은 책, "아주 오래된 농담" 이라든가 "그 여자네 집" 등을 보면 너무 평범하고 시시해서 박완서라는 이름이 없다면 굳이 읽지 않았을 것이다.
대가들도 항상 위대한 작품을 쓰는 건 아니다라는 것, 더 크게 보자면 사람은 완벽할 수 없다는 것 등등을 새롭게 깨달은 계기가 됐다.
유명한 오페라만 알고 있었는데 새로운 오페라를 많이 소개해 줘서 흥미가 생겼다.
일단 유명한 것부터 좀 들어 보고 덜 알려진 오페라에도 관심을 가져 볼 생각이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더니, 정말 지식과 문화의 샘은 끝도 없는 것 같다.
이래서 또 세상 살 맛이 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