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의 전사들 - 아시리아 전사부터 게릴라까지
정토웅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상당히 재밌게 읽었다.
전쟁사를 전공한 교수답게 전문적인 분석이나 정확한 해설 등이 돋보인다.
솔직히 야사 위주의 가벼운 이야깃거리면 어쩌나 걱정했었는데 충분히 읽어 볼 만 하다.
250 페이지의 가벼운 책이라 읽기도 수월했다.
사실 뒷쪽의 가쉽거리 같은 부분, 이를테면 종군기자라든가 게릴라 등은 썩 재밌지는 않았다.
그 정도 기사거리는 신문에서도 볼 수 있으니까.
말하자면 성의없게 쓴 글은 싫다.
그래서 신문기자들이 낸 책은 잘 안 읽는다.
단지 자기가 알고 있는 수준의 글, 신문 한 꼭지 쓰는 기분으로 책 내는 식의 글은, 무성의해서 싫다.
앞쪽의 전쟁사 부분은 무척 흥미로웠다.
특히 잘 모르고 있었던 아시리아나 훈족의 간략한 역사 소개는 무척 유익했다.
아시리아가 무려 700년 동안이나 중동 지방을 다스렸다니, 깜짝 놀랠 일이다.
그저 역사시간에 잠깐 훑고 지나갔을 뿐인데 말이다.

알렉산더 대왕에 대한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문득 어떤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 생각난다.
무슨 민족 어쩌고 하는 싸이트였는데 광개토대왕이 정복한 영토의 지도를 올려 놓으면서 하는 말이 (그 지 도에 따르면 중원을 한참 넘어 중앙아시아까지 진출해 있었다) 알렉산더 보다 더 많은 곳을 지배했으니 더  위대하다는 것이다.
민족주의가 얼마나 유치하고 편견이 강한 이데올로기인지를 여실하게 보여주는 글이었다.
알렉산더의 위대함은 정복한 영토 뿐만 아니라, 동서양 문화를 융합시켰다는 점에도 찾을 수 있다.
문화의 교류야 말로 전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이득이 아닌가 싶다.
어쩌면 나도 알렉산더처럼 금욕주의를 추구하는지 모르겠다.
물론 나는 이상만 금욕주의자고,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알렉산더는 평소 성생활도 거의 하지 않았고 절제와 부지런함을 모토로 삼았다고 한다.
술도 잘 안 마시고 잠도 거의 안 자고 끊임없이 책을 읽고 심지어 밤에도 혼자 잤다고 한다!
역시 위대한 업적을 이루려면 뭔가 희생하는 부분이 있어야 한다.
칭기즈 칸 역시 매우 검소하고 소박했다고 한다.
이래서 영웅들의 일생은 평범한 이들을 감동시키고 설레게 한다.

그리스의 밀집대형이나 로마군단의 전술 소개 등도 재밌었다.
활을 쏘는 중국인들과는 달리, 그리스인들은 직접 부딪치는 육탄전을 선호했다고 한다.
그러니 각 병사들의 용맹함이 무척 중요했을 것 같다.
멀리서 활을 쏘는 행위를 명예롭지 못하다고 여겼다니, 각 문화권의 특성도 흥미롭다.
그러고 보면 총 쏘는 현대전 보다, 어쩌면 고대 전투가 훨씬 잔인했을지도 모르겠다.
직접 부딪쳐서 칼로 팔이나 다리 등을 베고 창으로 찔러야 했으니 말이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전쟁이 얼마나 큰 국가의 행사였는지도 알 수 있다.
그러고 보면 인간의 역사는 끊임없는 투쟁, 즉 전쟁을 통해 발전해 온 것 같기도 하다.
아리시아 왕에게는 청동기를 쥔 훌륭한 공병대가 있어 어디를 가더라도 군사가 지나갈 수 있을만큼 평평하 게 길을 닦아 줬다고 한다.
인류의 역사는 그냥 발전한 게 아니다.
역사책을 읽을 때마다 이런 구절을 발견하면, 조상들의 지혜와 번뜩이는 재치에 깜짝 놀랜다.
어쩌면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한 고대인들이 현대인보다 훨씬 위대한지도 모르겠다.
말을 타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고 한다.
등자나 안장이 발명된 것도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라 처음에는 기마병 보다 전차가 많았다고 한다.
직접 말을 타고 활이나 창을 쓰기가 힘드니까, 단지 말은 전차를 끄는 용도로만 썼다고 한다.
특히 말이 겁을 먹고 진격하지 않으면 낭패이기 때문에 생각만큼 기마병이 유용하게 쓰이지는 않았던 것 같 다.
언제나 주력부대는 보병이고, 기병은 순간적으로 적을 교란시키고 겁을 집어먹게 하는데 쓰였던 모양이다.
몽골족 같은 유목민이 강력했던 까닭도 남들은 충격용으로 활용했던 기병을, 몽골족은 주력부대로 썼기 때 문에 침략 속도 등이 엄청났다.
하루에 200km 을 진격했다고 하니, 바람처럼 와서 쓸고 갔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재밌게 읽은 책이라 관련된 전쟁사를 더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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