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시간과 만나는 법 - 강인욱의 처음 만나는 고고학이라는 세계
강인욱 지음 / 김영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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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고고학 이야기라기 보다는 고고학자의 에세이 느낌이라 밀도 면에서는 다소 아쉽지만 부담없이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요즘 유튜브 "역사를 보다"에서 자주 보는 대중친화적 학자라 고고학이라는 다소 어려운 분야를 독자들에게 쉽게 설명해 준다.

현장에서 유적 발굴을 우선시하는 고고학은 확실히 문헌학과는 다른 느낌이다.

얼마 전에 읽은 심재훈 교수의 "청동기와 중국 고대사"를 보면, 역사가 오래 된 만큼 중국 학자들은 출토문헌과 전래문헌 사이의간극을 좁히기 위해 애를 쓰는 것 같은데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별도의 분야처럼 생각된다.

혹은 한국이 중국과 달리 고고학 분야의 발전이 더디고 연구할 만한 본격적인 유물 발굴이 적어서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고고학 연구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게 바로 묘지 발굴일텐데, 왜 죽은 사람을 위해 그토록 많은 정성을 쏟았는지 생각해보면 결국 인간이 소멸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죽음이 끝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른 세상에 가서도 잘 살라고 많은 부장품과, 심지어 시중 들 사람까지 같이 묻어주고 그 사람을 기억하기 위해 제사를 지낸다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수렵에서 농업으로 전환한 후 공동체의 운명이 날씨 변화에 달려 있다 보니 천문 현상을 연구하고 샤먼들이 등장해 하늘에 빌었던 것과도 비슷한 맥락인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아무리 우주에 사람을 보내는 21세기라고 해도 종교나 신으로부터 인간은 벗어나지 못하지 않을가 싶기도 하다.

인간 자체가 소멸할 수 밖에 없는 유한한 존재이고 환경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없으니 고대인들이 내세를 위해 웅장한 무덤을 짓고 샤먼들에게 의존했던 것처럼 역시 21세가 우리들도 다른 형태로 창조론이나 UFO 같은 음모론에 마음을 주고 있는 게 아닐까.

여러가지 고고학적 개념들을 쉽게 전달하는 장점이 있고 그 와중에 10만 년 전의 호모 사피엔스 조상들이나 현대인들이 조금도 다를 게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좋은 독서 시간이었다.

더불어, 고고학자들이 왜 말도 안 되는 음모론, 이를테면 아라랏트 산의 노아의 방주 같은 것들을 밝혀내지 않나 의아했는데 명확한 답이 있음을 알게 됐다.

전세계 고고학자의 숫자는 너무 적고 예산도 부족해 그런 말도 안 되는 음모론까지 일일이 대중에게 설명해 줄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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