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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여 - 일반 킵케이스
끌로드 를루슈 감독, 장 루이 트랭트냥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7년 4월
평점 :
품절
영상이 너무 좋았던 영화
흑백과 컬러의 어우러짐이 절묘하다
젊은 감독의 출세작인 만큼 화면전개도 빠르고 늘어지지 않아서 좋다
어쩜 이렇게 사랑에 빠져든 남녀관계를 잘 묘사했는지...
35세의 나이에도 새로운 사랑이 찾아 올 수 있다는 걸 아름답게 보여준 감독에게 감사한다
오히려 그 나이는, 한 번의 사랑을 경험하고 추억과 아픔을 간직한다는 점에서 보다 사랑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는 시기라는 감독의 관점이 독특하다
처음 결혼으로 골인하는 관계만이 전부는 아니라는 소리
여배우 아누크 에메는 단발머리가 너무 잘 어울리고 다리가 무척이나 날씬하며, 고혹적인 미모를 자랑한다
그녀와 작업한 것은 행운이었다는 감독의 고백이 과연 실감난다
이 정도 미인이라면 서른 다섯이 아니라 마흔 다섯이어도 얼마든지 훌륭한 연애가 가능할 것 같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남녀의 나이가 비슷한 연배라는 것이다
젊은 아가씨와 중년 아저씨의 사랑은 아무리 아름답게 포장을 해도 산뜻해 보이지 않는다
각자 사랑의 아픔을 간직했고 연륜과 세상 경험이 있는 동등한 위치의 남녀라는 점에서 보기가 편했다
한 가지 궁금한 점은, 왜 아직 학교도 들어가기 전의 아이들을 기숙사에 맡기는가이다
이렇게 어린 아이들을 기숙학교에 떼어놓는 게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었다
프랑스 문화의 특징인가?
기숙사에서 학부모로 만난 안과 루이, 루이가 안에게 묻는다
결혼하셨나요?
아니, 아이가 있는데 결혼하는 건 당연하게 아닌가?
동거가 일반화 됐다는 프랑스 문화의 한 단면을 보는 기분이었다
장면 장면이 모두 기억에 생생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안이 루이의 우승을 축하하는 전보를 치는 장면, 축하합니다, 라고만 썼다가 곧 사랑합니다까지 집어넣는 장면, 너무 좋았다
그 전보를 받고 몬테카를로의 파티장에서 곧바로 파리까지 차를 몰고 달려가는 루이!
안의 아파트에 도착하면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연습하는 루이의 초조해 하는 모습은, 사랑을 고백할 때의 남자 모습이 잘 드러난다
뜻밖에도 새벽에 안은 없었다
다시 안을 찾아 도빌에 있는 기숙사까지 차를 모는 루이, 그리고 해변가에서 아이들과 산책을 즐기는 안을 발견하자마자 기쁨에 겨워 헤드라이트를 번쩍이는 장면은 영화의 압권이었다
눈부신 헤드라이트 불빛을 보고 루이가 왔다는 것을 알게 된 안과 아이들은 그에게 달려든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두 연인의 감격적인 포옹, 어쩜 그렇게 섬세하게 잡아낼 수 있는지...
감독의 연출력이 놀랍다
식사를 간단하게 주문하자 웨이터가 기분이 상한 듯 돌아선다
안이 걱정하자 루이가 그럼 더 시키죠, 하면서 웨이터를 불러 세운다
그러면서 뭔가 메뉴를 생각하는 듯 하다가 던지는 말, "빈 방 있나요?"
그저 멋지다고 밖에는...
산뜻하고 아름다운 영화다
나중에 첨가된 감독의 37년 후 이야기도 재밌었다
젊은 시절이나 노년의 모습이 모두 감성적이고 멋진 남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