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말하다
박맹호 외 15인 지음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2002년 7월
평점 :
절판


느낌표" 에 대한 찬반 양론
솔직히 저렇게까지 오버할 필요가 있나 싶다
고급 독자도 있지만 마찬가지로 평범한 일반 독자들도 있는 거 아닌가?
거품 물고 책의 위대함을 설파할 것까지야 있을까?
오락 프로그램에서 책을 희화화 했다고, 또 바람직한 독서 운동이 아니라고 비판하는 게 현실적으로 들리지 않는 이유는, 그렇다면 그만큼이라도 건설적인 독서 운동을 당신네들이 해 본적이 있었냔 말이지
특히 북섹션 기자가 느낌표를 오락 프로그램에 불과하다면서 상대할 가치도 없다고 하는 건 TV에 주도권을 뺏길까 봐 벌벌 떠는 신문쟁이의 좁은 소견으로 밖에는 안 보인다
어차피 그 코너도 시청률에 따라 없어져 버렸지만 하여튼 그나마 베스트셀러 몇 권이라도 읽은 게 어딘가
물론 나는 느낌표라는 프로그램을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거기서 추천하는 책은 나와 맞지 않아 읽은 적도 없지만, 스스로 책을 고를 능력이 안 되는 사람들에게는, 즉 책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으며 하나의 이슈가 된다는 것 만으로도 출판계에 도움이 될 수 있지 않나 싶다
그렇게 따지면 베스트셀러도 다양성을 해친다는 측면에서 문제긴 하지만, 어쨌든 파이를 키우고 대중의 관심을 끌어 준다는 것만으로도 큰 역할을 하는 게 아닐까?
한기호씨 말처럼 여러 분야에서 각각 베스트셀러가 나온다면 그것이 독서 운동의 견인차 역할을 하지 않을까?
해리 포터처럼 이슈화 되는 책이 있어야 나머지 환타지 문학도 같이 먹고 살 게 아닌가
만화나 게임만 좋아하던 아이들이 그 두꺼운 책을 붙잡고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랬다
역시 결국은 대중의 기호를 맞추지 못하고 헛발질 하는 출판계의 문제가 아닌가 싶다

20대가 실용서 분야에 집중한다면, 30대 독자는 보다 고급적인 인문서적를 찾는다는 한 출판인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요즘 독서 시장은 20~30대 독신 여성들이 이끈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그녀들이 좋아하는 책이라는 게 고작 말랑말랑한 마쉬매로 따위 수준이라는 게 한심했었다
과연 출판계 생각처럼 20,30 대 독신 여성들은 추리소설이나 연애 소설 같은 가벼운 책만 볼까?
나 자신이 그 연령대에 속해 있기 때문인지 그런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들으면 열이 받곤 했는데, 출판의 고급화를 이끄는 계층이 바로 30대라는 말에 약간의 위안을 얻었다
돈을 벌기 때문인지 책값이 좀 비싸도 일단 내용이 좋고 도판이 훌륭하면 기꺼이 사게 된다
중요한 건 내용이지 가격이 우선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렇게 보자면 인터넷 서점도 꼭 엄청난 할인율 때문에 이용하는 건 아니다
일례로 베스트셀러를 가장 많이 할인해 주는 인터파크를 나는 이용하지 않는다
내가 찾는 책은 인터파크에 없을 때가 많고 리뷰 같은 컨텐츠가 많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나는, 대담에 참여한 예스24 전무 말처럼 지리적인 요건 때문에 온라인 서점을 이용한다
지방에 있는 사람들은 서울 사람처럼 쉽게 교보문고 같은 대형서점을 이용할 수 없다
그나마 시내에 나가면 지역 서점이 있긴 하지만, 동네 서점에서 내가 찾고자 하는 책을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베스트셀러류가 아닌, 인문과학 서적을 찾기 때문이다
동네 서점에 가면 읽을 만한 책이 없다
다양성 면에서 너무 떨어진다
더군다나 시내까지 나가려면 직장이 늦게 끝나 시간이 없다
그러니 인터넷 서점이 얼마나 유용하겠는가?
도서정가제는 그런 면에서 판단을 잘 못 내리겠다
도서정가제를 인터넷 서점이 시행한다 해도 (배송료를 빼 주는 정도의 할인을 하는 선에서) 나는 여전히 편하게 검색하고 서점까지 안 나가도 된다는 점에서 계속 이용할 것 같다
더군다나 대담에 참여한 이들이 지적한 바대로 인터넷 서점에는 나의 구매 기록이 착실하게 쌓여 있어 언제 무슨 책을 사서 읽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따로 정리를 안 해도 말이다
단지 가격 때문이 아니라 컨텐츠나 편리함 면에서 온라인 서점은 충분히 강점이 있다
또 숨어 있는 책들도 검색 한 번만 하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아마존에서 오히려 대중의 관심이 덜했던 책들이 많이 팔린다고 하지 않는가?

물론 서점 순례의 매력은 분명히 있다
교보 문고나 영풍 문고 같은 대형 서점에 가면, 가끔 나는 황홀한 기분이 들어 숨이 탁 막힐 때도 있다
직접 눈으로 책을 보고 고른다는 게 얼마나 큰 기쁨인지~~
그렇지만 바로 사지는 않는다
물론 책값 문제가 분명히 있다
요즘은 배송비도 안 받으니 부담없이 주문할 수 있다
베스트셀러처럼 할인율이 큰 책은 더더욱 인터넷을 이용하게 될 것 같다
그렇긴 한데 그게 전부는 아니다
서점에서 선뜻 책을 못 고르는 건, 내가 책에 딸린 리뷰를 신뢰하기 때문이다
온라인 서점에서 일단 리뷰를 쭉 읽어본 후 읽고 싶다는 마음이 생길 때 비로소 고르게 되고 그럴 때는 비교적 실수가 없다
그런데 막연히 제목만 보고 고르면 꼭 후회한다
확실히 할인율 때문에 온라인 서점이 잘 되가고 있긴 한데 가격이 전부는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다
그래서 예스24 전무도 퍽이나 억울하다는 듯 하소연을 많이 했다
진정한 도서정가제가 시행되서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이 똑같은 책값을 받더라도 어쨌든 나는, 인터넷 서점을 많이 이용할 것 같다

책값이 비싸다는 생각은 물론 나도 가끔 한다
대담에 참여한 출판인 말대로, 옛날에는 책값이 설렁탕이나 커피값에 비해 비싸다고 느끼지 않았는데 요즘은 매우 비싸다
아무리 가벼운 책도 만원 이상이다
그렇지만 그만큼 북디자인도 좋아졌고 같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예쁜 장정도 많아졌다
또 책을 좋아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여전히 책값은 싸다고 믿는다
시사저널 같은 주간지는 한 권에 3천원이다
지하철 기다리면서 부담없이 살 수 있는 가격이라 종종 구입하곤 한다
책 한 권에 3천원이면 너무 싸다 싶다면, 5천원 내외는 어떨까?
책방에 가서 심심풀이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 한 권이 5천원 정도만 되도 살 것 같다
좀 더 양보해서 7천원 정도라면?
그렇게 따지자면 문고판이 많이 나와야 한다
아무리 책값이 비싸도 필요한 사람은 사기 마련이지만, 하여튼 대중들이 쉽게 책을 살 수 있도록 싼값의 문고판이나 페이퍼백도 좀 많이 나와 줬으면 좋겠다

한기호씨 책은, 워낙에 내가 책이나 출판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 여러 권 읽었더니 그 얘기가 그 얘기인 것 같다
출판 전문 출판사라는 전문성은 필요하겠으면서도 솔직히 동어반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출판연구소는 좀 더 새로운 쪽으로 관심 분야를 확대시켜야 할 것 같다
이 책 같은 경우도 재밌게 읽긴 했지만, 다듬어지지 않은 대담식 전개가 썩 매끄럽지만은 않았다
한기호씨라는 사람도 좀 더 체계적인 연구와 주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읽은 책의 느낌으로 보자면, 책에다 울분을 쏟는다는 이상의 생각은 안 든다

영상매체가 오히려 책을 읽게끔 유도하는 자극제가 된다는 지적은 인상적이었다
오만과 편견, 이 지금까지도 베스트셀러로써 사랑받는 것은 물론 고전 자체의 매력이 훌륭하겠지만, 여러번 영화로 만들어졌다는 이유도 클 것이다
반지의 제왕, 도 영화로 나왔기 때문에 원작에 관심갖는 이들이 많아졌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민음사 사장 말대로, 책의 영역은 한없이 넓어질 수 있을 것 같다
상상력의 원천이 바로 책, 아닌가?
사람들의 지적 욕구는 본능적인 것이기 때문에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새로운 분야가 개발될수록 그것에 관해 알고 싶은 독자들의 욕구는, 출판분야를 넓혀 줄 것이다
민음사 사장은, 출판사가 잘 되서 그런지 굉장히 긍정적이었다
치고 나가는 시원한 맛이 있어 그 사람 인터뷰 읽을 때 기분이 좋았다
맨날 서점이 죽는다, 출판사 문 닫는다, 사람들이 책을 안 읽는다, 정부가 지원을 안 해 준다, 이런 우는 소리만 듣다가,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야죠, 출판업의 미래는 밝습니다, 대학도 못 시키는 대중교육을 우리가 시켜야죠, 이런 적극적인 자세는 참 마음에 든다

아직 절반 밖에 못 읽었지만 워낙에 나도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분야라 흥미롭게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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