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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주의, 빛나는 색채의 나날들 ㅣ 다빈치 art 7
줄리 마네 지음, 이숙연 옮김 / 다빈치 / 2002년 5월
평점 :
절판
생각만큼 재밌지는 않았다
솔직히 실망스러웠다
열 다섯 살 짜리 어린아이의 일기에서 너무 많은 걸 기대한 걸까?
내용의 미약함을 화려한 도판으로 메꾼 기분이 든다
인상파 화가들의 잘 알려지지 않은 그림을 감상한다는 점에서는 괜찮은 책이지만, 일기 자체는 그다지 매력적인 요소는 없다
안네의 일기, 도 지금 읽으면 그런 기분이 들까?
어렸을 때, 나치에게 쫓기며 다락방에 숨어 지내야 했던 어린 소녀 안네의 일기를 퍽 감동깊게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나이가 들어서인지 왠지 다시 읽으면 이 책처럼 실망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혹은 워낙 유명한 일기이다 보니 여전히 세대를 초월해 감동을 줄지도 모르겠다
에두아르 마네와 같은 대화가가 큰아버지라니, 생각만 해도 멋지다
돈이 많은 큰아버지 혹은 대통령 큰아버지 보다 얼마나 운치있고 멋진 친척인가?
더구나 엄마는 당시로서는 흔치 않은 인상파 여류화가였다
모네가 그린 모리조의 초상화를 보면 또 사진을 봐도 꽤나 정갈하고 자존심 있으며 고상하게 생긴 미국 상류층 부인이었다는 걸 알 수 있다
마네의 그림은, 평면적이고 그래서 강렬하게 다가온다
고갱이나 고흐처럼 부담스러운 평면성 대신 사물과 풍경, 혹은 사건을 있는 그대로 보여줘서 좋다
르누아르 그림은 부드럽긴 한데 힘이 없어 보여 덜 끌린다
줄리 마네는 이런 멋진 큰아버지를 뒀으니 얼마나 행복한가!
그녀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3년 간격으로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가 열 다섯 살의 줄리에게 남긴 유서 같은 편지를 보면 가슴이 매우 아프다
떠날 때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모든 어머니들이 그렇듯 그녀 역시 딸이 커서 결혼하는 모습을 꼭 보고 싶었을텐데 그렇지 못하고 눈을 감아야 하는 그 절절한 심정이 짧은 편지에 잘 녹아난다
가엾은 모리조...
사실 나는 베르트 모리조라는 화가의 일생이 더 궁금하다
그녀의 그림 자체는 큰 감흥은 없다
오히려 마네가 그린 "발코니" 라는 모리조의 초상화가 더 마음에 든다
하여튼 마네는, 이 여류화가를 무척 좋아했던 게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