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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최전선에서 인문학을 만나다
존 브록만 엮음, 안인희 옮김 / 소소 / 2006년 8월
평점 :
품절
당직 선 다음날 본 책이라 너무 졸려 제대로 못 읽었다
그렇지만 정말 감동적이었고 시간을 내서 다시 읽고 싶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정말 소중한 이야기들이었는데 너무 피곤해 꾸벅꾸벅 졸다가, 명문장을 만나 가슴깊이 감동하고 다시 졸고, 결국은 끝까지 못 읽고 책을 덮었다
어쩌면 이 책은 편파적일 수도 있다
특히 편집자 존 브룩만의 서문은 논쟁꺼리가 많다
그는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아마도 자신감의 발로겠지만) 말미에 반대 의견도 같이 실어 주었다
역시 인문학자들은 지나친 과학 만능주의를 경계하는 반론을 폈다
브룩만은 평범한 이들의 매우 평이한 수준의 불안감을 너무 가볍게 보는 것 같다
마음의 위안을 얻는 것을 너무 경시하지 않았나 싶다
그러니까 평범한 우리들은 브룩만의 생각보다 훨씬 더 약하고 어리석은 인간들인 것이다
어쨌든 나는 과학이 우주와 생명체가 움직이는 원리를 설명해 주는 "진리" 라고 생각한다
논쟁이 필요한 당위적인 의미의 진리가 아니라, 사실을 밝히는 실제적인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오류가 없다는 얘기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과학자가 문제가 아니라, 과학적 사실을 정치 사회에 잘못 해석해서 헤게모니를 장악하려는 정치가나 사회학자들이 문제다
과학은 국경이 없지만 과학자는 조국이 있다는 황우석 식의 말 만들기는 진정한 과학자의 태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방식의 말하기야 말로 과학자가 헤게모니를 장악하려는 매우 위험한 시도가 아닌가 싶다
인간이 폭력적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남자가 보다 지배적인 성향이 있음을 받아들이고 본능이나 유전자가 우리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이해할 때, 비로소 우리는 보다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차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면서 어떻게 운전할 수 있겠는가?
진실을 받아들이려면 용감해야 한다
물론 갈등은 존재한다
제일 큰 것은 역시 종교의 문제다
우리가 흔히 영혼이라고 하는 것이, 단순히 뇌의 화학 작용에 의한, 일종의 연산에 불과하다면 대체 사후 세계나 구원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래서 한 발 더 나아가면 도킨스처럼 철저한 무신론자가 되는 모양이다
물론 나는 여전히 하나님을 믿고 인지과학의 발달과 기독교가 얼마든지 양립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솔직히 불안하기는 하다
과연 신은 인간의 뇌가 만들어 낸 집단적인 발명품인가?
이런 식으로 빠지다 보면 과학은 그저 세상을 보는 여러가지 관점 중 하나라는 오류에 빠지고 만다
나는 이런 생각을 해 본다
3천 년 전 이스라엘 사람들이 이해했던 신에 대한 개념을, 그 존재 자체는 변하지 않지만 현대의 우리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이해하는 건 아닐까?
고대 이스라엘 사람들이 이해했던 세상은 일주일 만에 세상이 창조됐고 완전한 조상, 곧 아담과 이브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신이 만든 우주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다
21세기의 인간이 꼭 수 천 년 전의 조상들과 똑같은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해야 하는 걸까?
이런 것들은 하나의 말장난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어쨌든 나는 진실은 변하지 않고 그것을 무기로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남들과 논쟁할 필요도 없고 다만 내가 얼마나 그 진실을 용감하게 받아들이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종교 문제 다음으로 힘들었던 것은 여자가 남자에 비해 사회성이 떨어지고 남자다움과 여자다움이 존재한다는 사실이었다
이것이야 말로 내가 가장 혐오해 마지 않던, 남녀차별주의 이론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냉정하게 따져 보면 수천년 동안 사회가 남자 중심으로 이루어져 온 것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쨌든 과거에 그랬다고 해서 그것이 옳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민주주의도 만들어 냈고 여자들 역시 핸디캡을 극복하고 사회로 진출하고 있다
남자다움과 여자다움은 그저 한 종의 특징일 따름이고 궁극적으로 우리는 보편적인 인간의 특성을 너무나 많이 공유한 똑같은 존재들일 따름이다
인종이나 문화적인 차이 역시 무시할 수 없으나, 전체적으로 보면 공통점이 차이점을 압도하는, 인류라는 큰 틀로 이해할 수 있다고 본다
오히려 이런 본능이나 유전적 성과를 토대로 인종주의나 남성 우월주의로 나가려는 일반인들이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