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역사문화기행 - 참전 수병 유교수와 함께 가는
유일상 지음 / 하나로애드컴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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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베트남에 관심을 갖게 됐을까?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렸던 고대 베트남 문명전, <붉은 강의 새벽>을 본 후부터였던 것 같다.

그 때 도슨트가 베트남 여성이었다.

관심을 갖고 베트남에 관한 책을 읽다가 하노이로 여행을 가게 됐는데 앙코르와트와는 달리 인상적인 게 하나도 없어 내 평생 유일하게 실망스런 여행이었던 기억이 난다.

나는 이국적인 곳에 관심이 많아서 그런지 어떤 곳을 가든 흥미롭고 그 지역에 대한 무한한 관심이 생겨 좋은 기억만 남는데 정말 하노이는 볼 것이 없었다.

베트남 역사에 너무 무지했던 탓일까?

호치민 기념관을 도대체 왜 관람해야 하는지 거부감이 들었던 기억만 난다.

그 후로 뭔가 미진한 기분 때문에 베트남에 대한 책들을 종종 읽곤 하는데 이제 다시 여행을 가면 그 나라의 매력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이 책의 저자는 20대 젊은 시절 베트남 전쟁에 참여했던 기억을 마치 엊그제 일처럼 아주 생생하게 기록하면서 베트남 전국을 꼼꼼하게 답사한다.

여행 작가로서는 정말 성실한 취재라고 감탄할 만 하다.

500 페이지의 분량이 지루하지 않고 남북으로 긴 베트남 지도를 구글로 열심히 찾아 보면서 읽은 덕분에 베트남이라는 나라가 훨씬 입체적으로 다가오는 기분이다.

그렇지만 솔직히 전체적인 평가는, 저자 본인의 개인적인 술회가 너무 많고 베트남 전쟁 당시 이야기에 지나치게 함몰된 것 같다는 느낌이다.

대신 베트남 현대사, 특히 월남전쟁에 대해서는 흐릿하나마 개념이 잡히는 기분이다.

박정희를 굳이 다카기 마사오라고 표기한 걸 보면 저자가 어떤 역사관을 갖고 있는지 느낌이 온다.

이념이나 주의에 휩쓸리지 않는 냉정한 평가는, 적어도 당대인에게는 어려운 일 같다.

하여튼 베트남은 한국처럼 중국이라는 거대한 제국에 붙어 있으면서도 독립을 유지해 온 강인한 역사를 가진 나라임은 분명하다.

베트남도 54개나 되는 소수민족들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

전근대사에만 관심이 있어서 그랬나 프랑스 지배에 관한 부분은 신선하게 읽혔다.

그래서 커피 문화나 성당 등 유적지가 많이 남아 있는 모양이다.

2차 대전 때 일본이 베트남에 진격했고 패망한 후에는 일본군 장교들이 오히려 북베트남과 손잡고 프랑스에 대항했다는 사실도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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