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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사회의 여성
김대성 외 지음 / 한국외국어대학교출판부 지식출판원(HUINE) / 2004년 7월
평점 :
도서관에서 우연히 집어든 책이다
읽어야 할 책 목록이 빼곡히 쓰여져 있는데 눈에 확 띄는 제목 때문에 우선적으로 대출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출판부라는 발행처가 신뢰를 주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썩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이슬람 세계의 기본적인 개념을 조금이나마 이해한 기분이 들어 나름대로 소득이 있었다
한 문화권을 자세히 들여다 보는 것은, 편견을 치유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얼마 전에 읽은 "러시아정교"가 그랬던 것처럼 이 책을 통해 나는 이슬람 세계에 대한 내 편견을 어느 정도 바로잡을 수 있었다
세계관을 확대시키고 보다 관용적인 자세를 갖는 것, 이것이야말로 지식의 축적 보다도 훨씬 더 가치있는, 책의 효용성일 것이다
책 수준은 지난 번에 읽은 "러시아 정교" 가 훨씬 낫다
이슬람 여성에 대한 이미지는 명예살인으로 대표된다
가끔 해외토픽에 나오는 끔찍한 기사를 많이 접해서인지 피상적으로 분노하고 굉장한 거부감을 가졌었다
이 대명천지에 아직도 저런 어처구니 없는 살인이 다른 사람도 아닌 가족에 의해 버젓이 자행되다니, 더구나 국가가 그것을 인정하다니, 도저히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여성에 대한 부당한 억압과 종교적인 관습이 사회를 지배한다는 사실 때문에, 이슬람 사회가 서구로부터 겪는 어려움은 상대적으로 모른 척 하게 된다
아프리카 난민이나 남미 지역의 가난, 환경 문제 같은 것들은, 제국주의적 정책에 반대하고 분노하게 되지만 솔직히 말해 이슬람, 특히 중동아시아 국가들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별다른 문제의식이 없는 편이었다
아무리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한다 해도 종교가 사회를 지배하고, 또 여성을 살인하게끔 만드는 사회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까닭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어느 정도는 이슬람 사회의 특성을 이해해게 됐다
역시 항상 느끼는 바지만, 결국 인간은 넓게 보면 거의가 비슷비슷한 존재라는 사실이다
미국이나 유럽 사회를 동경하는 까닭은, 그들이 우월해서라기 보다는 우리가 나아가야 할 목표점을 제시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들을 먼저 해결한 사회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약간의 위안이 된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어느 사회나 그만그만한 문제점들이 비슷하게 분포하고, 결국 유토피아 따위는 없다는 결론을 얻게 된다
이슬람 사회 역시 마찬가지다
굉장히 낙후됐고 비민주적인 부분이 많으나, 그렇게 비칠 수 밖에 없는 나름대로의 사정이 분명히 존재한다
꾸란의 초월적 규범과 맥락적 규범의 분리는 새로운 해석이었다
꾸란이 쓰여진 7세기의 사회적 편견과 가치관을 완전히 배제하고 경직된 적용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성경문자주의처럼 꾸란 역시 쓰여 있는 말 그대로 해석하고 현실에 적용하려는 원리주의자들이 종교를 완고하게 만든다
꾸란은 당시 아라비아 사회의 관습에 비해 매우 진보적인 경전이었다고 한다
남녀평등을 주장했고 심지어 노예제마저 부당하다고 가르쳤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절대적, 초월적 규범일 뿐이고, 실제로 7세기 사회에 만민평등을 현실화 시킬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지금도 마찬가지다
7세기에 쓰여진 문장을 곧이곧대로 21세기 사회에 적용할 수는 없다
그런 경직된 해석이야 말로 종교의 생명력을 앗아가는 가장 나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왜 여성은 항상 보호되어야 할 존재인가?
여성의 정조는 최고의 가치이기 때문에 남성들에 의해 완벽하게 보호되어야 하고, 그것은 그녀들의 얼굴을 가리는 베일로 대표된다
이런 종류의 주장을 접할 때마다 항상 답답한 것은, 왜 사회가 그것을 강압하느냐는 것이다
베일로 얼굴을 가릴지 여부를 개인이 선택하면 안 될까?
굳이 보호받고 싶지 않다는 사람들까지도 죽음으로 협박하면서까기 위협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한 사회의 성숙도를 측정하는 가장 큰 잣대는 바로 개인의 선택을 얼만큼 존중해 주냐라고 생각한다
여전히 정교분리가 이루어지지 않은 이슬람 사회의 완고함과 보수성은, 개인의 자유 측면에서 보면 답답한 게 현실이다
꾸란 혹은 이슬람교 자체에 대한 오해나 편견은 많이 해소되었으나, 솔직히 말해 여전히 무슬림 사회는 쉽게 이해하기 힘들고 호의적으로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여전히 절대군주에 의해 지배되고 종교법이 곧 헌법인 사우디아라비아나, 여성을 사회로부터 보호의 대상으로 삼는 이란의 여러 규범들도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다
책에 나온 말처럼 이슬람 종교가들이 여성에 대한 우월권을 고수하기 위해 꾸란의 맥락적 적용 대신, 절대적 해석을 계속 고집한다면 여성 인권은 계속 낙후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과연 그 사회에도 변혁은 올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