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레로 보는 인도 문화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가라시마 노보루 지음, 김진희 옮김, 오무라 쓰구사토 사진, 최광수 감수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같은 문고판의 일본 번역서인데 앞서 읽은 <명화로 배우는 세계 경제사>와 너무나 대조되는 책이다.

누구나 책을 낼 수 있는 시대가 됐지만 그래도 역시 책은 전문적인 식견을 가진 학자들이 내는 게 제일 좋은 것 같다.

이와나미 문고 정말 애정하지 않을 수 없는 시리즈다.

겨우 200페이지 정도의 얇은 문고판에 어쩜 이렇게 많은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담았는지.

이와나미 문고는 늘 만족스럽지만 이 책은 인도 음식 사진들이 총천연색으로 선명하게 곁들어져 보기에도 즐겁다.

요즘은 정말 인쇄 기술이 많이 발달했는지 이렇게 얇은 종이의 책에도 사진이 너무나 선명하고 보기 좋게 인쇄되어 책 보는 즐거움이 있다.

카레가 도대체 뭔지 솔직히 잘 몰랐다.

마트에서 파는 카레 가루 사서 적당히 야채나 고기 좀 넣고 끓여서 밥에 부어 먹는 일종의 덮밥 같은 걸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카레 덮밥은 인도를 지배한 영국에서 현지화 시킨 것이라고 한다.

실제 인도에서 카레란 우리식으로 하면 일종의 조미료, 향신료 개념이다.

여러 향신료들을 자기만의 레시피로 배합해 갈아서 음식에 첨가하는 것이다.

소금이나 후추, 간장을 넣듯 음식의 맛을 돋우는 조미료 역할을 하는데 이 종류가 기본으로 20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집 근처에 인도 사람이 운영하는 식당이 있어 큰 맘 먹고 몇 번 가봤는데 향이 너무 강해 먹고 나서 배가 아팠다.

이 책에 나온 탄두리 치킨을 먹었는데 원래 닭도 싫어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담백한 백숙이나 바삭한 치킨이 아니라 너무 강한 맛이라 눈으로 보기는 좋지만 맛있게 먹기가 어려웠다.

인도 음식 중 신기했던 게 요거트를 밑간하는데 이용하고 (이를테면 고기를 재는 식) 심지어 밥에 부어 먹기도 한다는 것이다.

요거트는 기본적으로 신맛이 나는데 어떻게 밥과 어울릴지 상상이 안 된다.

석가모니가 고행을 끝내고 깨달음을 얻었을 때 처음 먹은 것도 우유죽이라고 한다.

사실 나도 밥에 우유를 말아 먹기도 했는데 (지금은 밥 자체를 거의 안 먹는다. 나는 쌀보다 밀이 훨씬 좋다) 요거트처럼 발효를 시킨 음식에 밥이라니, 무슨 맛일지 아무래도 좋은 느낌은 아니다.

바나나 잎을 식기로 쓰는 이유가 실용성 때문이 아니라 한 번 쓰고 버린다는 부정의 개념이라고 하니 이 점도 신기하다.

카스트 제도가 여전히 인도에서 유지되고 있는 까닭은 부정함을 피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낮은 계급의 사람들, 이를테면 피와 배설물을 만지는 직업을 갖은 이들은 부정하기 때문에 이들과의 접촉을 최소한으로 피하려는 것이다.

어찌 보면 몸 쓰는 일을 하는 직업을 천시하는 것이니 조선시대 사농공상의 개념과도 비슷한 것 같다.

음식과 문화를 이렇게 잘 버무려 내다니, 더군다나 너무나 맛깔나는 책이라 아주 흥미롭게 읽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