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일심동책 - 디테일로 보는 책덕후의 세계 일상이 시리즈 6
김수정 지음 / 책읽는고양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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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관한 책은 그냥 넘어가기가 참 어렵다.

정보를 얻기를 원하는 나로서는 대부분 실망하기 마련이지만 그럼에도 신간이 나오면 못 지나치고 꼭 읽게 된다.

가벼운 책인데도 도판의 인쇄 상태가 선명해서 의외로 그림 감상하는 즐거움이 있다.

저자는 그림을 전공한 분인 것 같은데 책덕후라는 게 신선하다.

이 세상에 활자 중독인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는 게 참 기쁘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책 자체의 물성에 애정이 많아 종이책을 고집하는 경우가 많은데 의외로 저자는 이북을 선호한다.

나도 책 디자인이나 편집 같은 물질적인 부분에 관심이 있어 종이책이 좋긴 하지만, 내가 이북을 안 보는 이유는 순전히 종류가 너무 적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책덕후들은 문학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이북도 얼마든지 편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나처럼 비문학을 읽는 사람에게는 여전히 이북으로는 읽을 만한 책이 정말이지 "거의" 없다.

책을 못 사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공간인 걸 생각해 보면, 이북이야말로 가장 완벽한 대안 같은데 제발 이북으로 좀 많이 출간해 주면 좋겠다.

그러면 굳이 옮겨 적을 필요도 없고 간단하게 하이라이트 표시만 하면 되니까 얼마나 편할까.

필사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저자는 직접 노트에 손으로 옮겨 적는 것 같은데 나는 자판으로 치는데도 정말이지 너무 힘들다.

옮겨 적으면 확실히 이해가 잘 되고 중요한 부분을 두번 읽는 셈이니 양질의 독서가 되긴 한데, 문제는 너무너무 손목이 아프다는 것이다.

나중에는 왼쪽 손목이 안 움직여 계속 오타가 난다.

또 옮겨 적다 보면 앞뒤 문맥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 더 많이 적다 보니 나중에는 거의 1/3 이상을 필사하는 경우도 생긴다.

필사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할 것인가는 항상 고민하는 문제다.

저자는 책에 표시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은데, 다른 건 몰라도 도서관 책에 줄긋는 사람은 정말 너무너무 혐오한다.

내 책에 표시를 할 때도 있었는데 나중에 다시 보면 밑줄 그은 부분이 오히려 독서에 방해가 되고 다시 읽어 보면 중요하지 않은 경우도 있어 기본적으로 나는 깨끗하게 책을 본다.

그런데 본인 책도 아니고 여러 사람이 보는 책에 함부로 낙서를 하는 사람은 정말 혐오한다.

자기에게는 중요한 문장일지 몰라도 다른 사람에게는 독서의 흐름을 방해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재독을 하면 전혀 다른 느낌을 받을 때가 많기 때문에 항상 책은 깨끗한 상태로 새로 만난다고 생각한다.

책에 대한 얘기는 아무리 해도 지루하지 않고 언제나 새로운 열정이 샘솟는 것 같다.

가끔 서점에 가거나 도서관에 가면 좋은 책들로 둘러싸여 감정이 고양되어 이렇게 좋은 책들 다 못 보고 죽으려면 얼마나 억울할까 싶을 때가 있다.

좋은 책을 만났을 때는 가슴이 쿵쾅거리면서 아, 정말 인생은 살 만한 가치가 있구나, 사는 게 너무 행복하다 이런 격렬한 감정이 느껴질 때도 있다.

인간은 원래 이야기를 좋아하고 문자를 만들어 조상들과도 그 즐거운 이야기를 다같이 공유할 수 있으니 어떤 형태로든 책은 영원히 인간과 함께 살아남을 것 같다.


급공감했던 구절 하나

"묘하게도 책벌레들은 돈되는 부동산과 주식에는 가장 늦게 관심이 간다. 일단 사회, 문화, 예술, 문학에 먼저 관심이 간다. 그걸 하나둘 먼저 읽다 보니 교양 책벌레들은 생활에 뒤진다. 그가 '속물'이라 부르던 책 안 읽는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더 많은 부를 갖고 있는 게 보통이다. '책 읽으면 가난해져!'라고 날선 충고를 하던 지인의 말이 현실이 되어간다. '가난한 사람은 책으로 부자가 되고, 부자는 책으로 귀하게 된다'는 왕안석의 말은 송나라 때까지만 유효했나 보다."

부동산과 주식에 관심이 가장 늦게 가는 정도가 아니라 '전혀' 가질 않으니 문제다.

가장 늦게라도 관심을 가지면 다행인데 정말 1도 관심이 안 생겨 고민이다.

책 읽으면 가난해진다는 말은 21세기 자본주의 사회, 특히 2021년도의 대한민국에 너무나 적합한 말이 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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