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조선 - 우리가 몰랐던 조선의 질병과 의료, 명의 이야기
박영규 지음 / 김영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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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전문적인 학자가 아니라 앞서 읽은 각종 실록 시리즈에서도 충분히 실망을 했기 때문에 안 읽으려고 했는데 역시나 흥미로운 주제 때문에 고르게 됐다.

소재는 참 흥미롭지만 실록에 나와 있는 사례들 소개에 그치고 있어 조선시대 의학사에 대해 정보를 얻기는 매우 어렵다.

기억에 남는 저자의 주장을 굳이 들자면 조선시대 왕들이 비교적 단명한 이유로 스트레스를 꼽았다는 점이다.

종기 때문에 고생한 이야기는 자주 언급된데 비해 만기친람 해야 하는 왕들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사인으로 꼽은 경우는 많이 못 본 것 같아 신선하다.

유일하게 왕위에 있으면서 회갑을 맞은 이가 영조 뿐인데 온갖 스트레스를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 풀어서 해소한 덕도 있지 않을까 싶다.

남 앞에서는 평정심을 유지하지만 자기 본모습을 드러내도 되는 가족 앞에서는 마음껏 화를 발산한 게 아닐지.

영조는 정신분석학적으로도 연구해 볼 흥미로운 케이스 같다.

60대 이상 산 왕들 중 정종과 광해군, 고종은 왕위에서 물러난 후 장수했다는 점도 의미있는 분석 같다.

정종은 동생에 의해 쫓겨나다시피 했고, 광해군은 반정으로 쫓겨나 그 험하다는 제주에서 평생을 보냈으며, 고종도 나라를 외세에 빼앗기고 하야했으니 울분이 많았을 것 같은데도 무거운 책임감에서 벗어나 한 개인으로 돌아갔기 때문에 천수를 누린 게 아닐까 싶다.

실록의 기록이 워낙 단편적이니 조선시대 의학사에 대해 알기는 쉬운 일이 아닐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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