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을 지배한 무기전 전세를 뒤바꾼 보급전 - 전투코끼리, 랜드리스 작전, 아쿼버스, 탄저균까지 무기와 보급으로 본 세계사
도현신 지음 / 시대의창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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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흥미로워 기대했던 책인데 아쉽게도 비전문가의 교양서 같은 책이었다.

그럭저럭 읽을 만한 수준은 되지만 역사서에 언급된 일화 나열이 많아 아쉽다.

편집북 느낌이랄까.

학자가 아닌 저자의 책 중 제일 괜찮았던 역사서는 신상목씨의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 일본사>를 들 수 있겠다.

역사서를 쓸 때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역사서에 기록된 에피소드 나열이 아니라 그 사건이 주는 저자의 해석인데 일종의 편집북들은 기존 일화들만 쭉 서술하는 경우가 많고 그러다 보니 뒤에 나온 참조목록 역시 일반인들이 읽을 만한 똑같은 대중서가 대부분이라 정보와 관점을 많이 얻기 힘든 듯하다.

그래도 지루하지 않고 속도감 있게 전쟁을 무기와 보급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본 좋은 시간이었다.

저자가 소설가라 그런지 문장이 간결하게 금방 잘 읽힌 점은 좋았다.


기억에 남는 몇 가지

1) 기원전 13세기 무렵 지중해 세계를 강타한 해양민족, 이른바 sea people 의 정체를, 저자는 아리안족의 침입을 받고 그리스와 크레타 섬 등에서 바다로 쫓겨간 선주민들이라고 본다.

얼핏 들었던 얘기 같기도 하고 아직 실체가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것 같은데 저자의 말대로 이들이 히타이트를 정복하는 과정에서 그들로부터 철제 무기를 입수하여 이집트와 팔레스타인을 침입했는지 궁금하다.

저자는 이들이 바로 성경에 나온 블레셋인들이라고 한다.

철제 무기가 과연 이들에 의해 전파되었는지가 궁금하다.

또 철제 무기는 히타이트로부터 시작됐는지, 그렇다면 왜 히타이트는 해양 민족에게 멸망했는지, 정말 이들이 히타이트 제국를 정복하게 맞는지 좀더 알아봐여 할 것 같다.

2) 고대 사회 전쟁의 핵심적인 변화 중 하나가 바로 말의 등장이었다.

초기의 말은 너무 작아 사람을 태우지 못하여 수레를 끌고 말 두세 마리가 모여 전차를 끌고 전쟁에 나갔다.

그런데 이 전차는 돈도 너무 많이 들고 무거웠기 때문에 속도전이나 경제성 면에서 떨어져 말의 품종 개량을 통해 기병을 직접 태울 수 있게 바뀌자 점차 사라졌다.

사람을 태우는 말이 처음부터 가능했던 게 아닌 모양이다.

또 달리는 말에서 화살을 쏘는 궁사도 엄청난 훈련을 통해 가능했고 무장하는데도 많은 돈이 들었기 때문에 기병은 점점 귀족화된다.

무장을 하지 못하는 보병은 일반인이, 비싼 무기를 스스로 갖추고 오랜 시간 훈련할 수 있는 기병은 귀족이 담당하게 된 것이다.

이들 역시 전차가 사라지듯 총의 등장으로 역사 속에 사자리게 된다.

3) 중남미를 정복한 에스파냐인들은 당시 이들의 무기가 흑요석 돌칼에 불과했기 때문에 강철 무기로 무장해 정복할 수 있었다.

보통 천연두 같은 전염병만 강조했는데 무기의 압도적인 차이도 중요했다는 걸 새삼 알게 됐다.

왜 아메리카 대륙은 심지어 청동기 무기도 발전하지 못했을까?

그러고 보면 총균쇠에 나온 바대로 문명의 확산은 세로축보다는 초원을 통한 가로축 전파가 훨씬 쉬운 듯하다.

아즈텍의 멸망에는 이들에게 인간사냥을 당해 온 다른 부족들의 협조도 일조했다.

총의 발명은 시베리아 개척에도 큰 공헌을 세운다.

결국 총포의 발전 때문에 유목민들은 서양 제국의 위력 앞에서 무너져 버린 것이다.

임진왜란 때 조총을 보고 조선 군인들이 얼마나 기겁을 했을지 상상이 된다.

유럽인들은 한 번에 600발을 쏠 쑤 있는 맥심 기관총을 가지고 아프리카로 진출해 용감한 전사들을 굴복시킨다.

내륙으로 들어갈 수 있었던 데에는 말라리아 약인 퀴닌의 발명도 중요했다고 한다.

4) 무기만큼 중요한 것이 보급이었다.

생산력이 적은 시대였고 수송도 어려워 갑자기 침입군이 나타나면 현지인이건 침략군이건 식량 조달이 매우 어려웠을 것이다.

임진왜란 때 큰 공을 세운 이순신의 전략도 바로 이런 일본의 해상 보급선을 차단한데 있다.

기원전 5세기에 그리스를 침공했던 페르시아의 크세르크세스도 보급로가 차단되어 그리스 본토에 고립될까 두려워 결국 물러났고 그 유명한 수양제도 100만 대군을 이끌고 고구려를 침공했으나 결국은 보급로 확보에 실패해 물러나고 만다.

독소전쟁에서 소련이 히틀러에 맞서 끝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도 미국의 경제적 지원에 큰 공이 있었다고 하니 과연 전쟁은 곧 경제전이기도 한 듯하다.


<오류>

284p

하지만 전쟁으로 인해 너무 많은 돈을 탕진한 프랑스가 경제난과 더불어 1783년 대혁명의 소용돌이에 휩싸이자

-> 프랑스 대혁명은 1789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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