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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대답은 오직 과학입니다 - 천체물리학자의 우주, 종교, 철학, 삶에 대한 101개의 대답들
닐 디그래스 타이슨 지음, 배지은 옮김 / 반니 / 2020년 11월
평점 :
무슨 내용인지 전혀 짐작이 안 가는 책이었는데 제목이 너무 마음에 들어 고르게 됐다.
처음 읽을 때는 솔직히 잘못 고른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내용이 너무 엉성한 게 아닌가 했는데 금방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미국식 유머라고 할까, 저자의 재치있고 유쾌한, 그러면서도 핵심을 찌르는 글들이 아주 마음에 든다.
저자는 흑인 천체물리학자로 뉴욕 천문대의 관장으로 있으면서 과학 강연을 많이 하는 사람이다.
그에게 보내온 일반인들의 편지와 거기에 대한 답장을 실은 책이다.
미국인들도 점성술을 믿고 유령과 사후세계를 실재한다고 생각하며 외계인에 대해서도 아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한마디로 과학문맹 수준이 한국인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달에 사람을 보내는 21세기에도 여전히 사람들의 과학적 인식이 크게 개선되지 않은 까닭은, 어쩌면 과학이, 더 정확히는 우주가 구성된 원리를 밝히는 과정이 일반인의 수준에서는 너무 어렵기 때문인지로 모르겠다.
사실 나도 책을 읽으면서 궁극적인 주제, 즉 이 책의 제목과도 같은, 모든 진리의 답은 과학이라는 대명제에는 120% 공감했지만 세부적인 내용들은 다 이해하지는 못했다.
우주는 특히 어려운 것 같다.
학교 다닐 때도 가장 어려운 물리보다도 더 이해하기 힘든 게 바로 지구과학이었던 걸 생각해 보면 우주는 그냥 막연히 다가오는 넓은 추상적인 개념 같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과학은 기술과 비슷한 것 같고, 과학자들이 말하는 과학이란 진리를 탐구하는 과정, 우주와 생명체가 작동하는 원리, 어쩌면 사실 그 자체인 것 같다.
그러므로 책의 제목처럼 과학자들의 대답은 오직 과학 뿐이 없는 것 같다.
유령이나 귀신, 기적, 외계인 같은 여러 심령현상들에 대한 저자의 대답은, 목격진술은 증거가 아니라는 것이다.
증거란 눈에 보이는 실체를 뜻한다.
성경이 과학이고 성경 안에 세상에 대한 예언이 들어 있었다면 과거가 아닌 앞으로의 일을 먼저 예측하고 과연 그 말대로 되는지를 확인해 보라고 한다.
과학자들이 열심히 탐구하여 밝혀낸 사실들을 성경의 문구에 끼워 맞출 것이 아니라, 앞으로 우리가 밝혀내야 할 사실들을 성경학자들이 열심히 공부해서 과학자들에게 알려달라는 것이다.
저자는 리초트 도킨스와는 달리 무신론자는 아니고 종교의 심리적 효용성을 인정하지만 신의 존재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므로 답하지 않는다는 불가지론자의 입장을 취한다.
나 역시 이런 포지션이 가장 합리적인 것 같다.
신이 있는가를 논쟁하기에는 에너지 소모가 너무 크고 인간의 삶에 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