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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이탈리아 - 김영석의 인문기행
김영석 지음 / 열화당 / 2016년 7월
평점 :
기행문이라면 이 정도의 성실한 내용과 문장력을 갖춰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럴 듯한 사진 몇 컷과 오글거리는 유치한 감상문 몇 줄, 인터넷에서 따온 정보 적당히 섞어 적당히 편집해 내는 기행문이 대세다 보니 이 정도 수준의 좋은 기행문을 만나는 게 참 힘들다.
인문 기행이라는 부제에 딱 맞는 책이다.
제목이나 표지 디자인도 신선한데 다만 아쉬운 점은 2016년도에 출간된 책이니 기왕이면 컬러 사진을 실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본문에 언급된 건물이나 지역은 거의 실릴 만큼 성실하게 잘 찍은 사진들이 많은데 흑백이라 무척 아쉽다.
컬러 사진들로 실었으면 훨씬 책의 볼거리가 풍성했을 것 같다.
이탈리아 대사인 저자는 서양 문화의 근원과도 같은 이 나라의 문화와 전통에 많은 애정을 보인다.
꼼꼼하게 이탈리아를 돌아보는 책을 읽고 나니 머릿속에 각 지역들이 그려지는 듯하다.
구글 지도를 띄워놓고 작은 지역까지 짚어가며 읽었다.
통일 전의 이탈리아는 마치 옛날 그리스의 도시 국가 느낌이 든다.
여러 공국으로 나뉘어져 금융업과 무역, 그리고 무엇보다 르네상스라는 문화예술을 선도해 왔지만 절대왕정과 민족주의 국가 시대에 부응하지 못해 외세에 침략당하고 나폴레옹 시대 이후 다시 통일하는 과정이 정말로 역동적이다.
이렇게 복잡하니 지난 번에도 이탈리아 역사책 읽는 것을 포기했던 듯하다.
단지 역사적인, 예술적인 도시로서만 유명한 게 아니라 소렌토, 아말피, 나폴리 등의 휴양지들도 너무나 매혹적이다.
막연히 이탈리아라고 하면 로마 유적과 미술관만 생각했는데 아름다운 해안가를 보니 가보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베네치아의 아름다운 건물들도 기억에 남는다.
시칠리아 섬에 남아 있는 고대 그리스 식민지의 유적들도 인상적이었다.
기원전 5~6세기에 세워진 멋진 신전들이 위엄을 자랑하고 있는 걸 보면, 로마 이전의 그리스 시대 위엄이 느껴진다.
확실히 서양은 동아시아 같은 나무 문화가 아니라 돌의 나라인 것 같다.
석재로 지어져 오늘날까지도 2천 년 전 건물들을 관공서나 미술관 등으로 재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오류>
18p
메디치가 출신 교황 클레멘스 7세의 질녀로 프랑스 왕 앙리 2세에게 시집가면서 여러 모로 유명해진 카테리나 데 메디치
-> 카테리나 메디치는 클레멘스 7세의 조카가 아니라 조카 손녀이다.
196p
조반니 벨리니는 오토만 터키의 요청으로 콘스탄티노플에 건너가 술탄 메멧 2세의 초상화를 그려 지기도 했다.
-> 조반니 벨리니가 아니라 그 형인 젠틸레 벨리니가 그렸다.
238p
산탐브로조 본당 한쪽에 스틸리코의 석관과 신성로마 황제 루이 2세(재위 877-879)의 묘소까지 있는 것을 보면
-> 산탐브로조 교회에 묻힌 황제는 서프랑크의 루이 2세가 아니라 로타르 1세의 아들인 이탈리아인 루트비히 2세이고 재위 기간은 850-875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