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술과 차가 있는 중국 인문 기행 3 - 호남성편 중국 인문 기행 3
송재소 지음 / 창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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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3권이 나왔다.

항상 지대한 관심의 대상인 중국 인문 기행이라는 컨셉이 마음에 들어 1, 2권도 재밌게 읽었고 이번 3권도 도서관에 신간 신청해 읽었다.

유홍준씨의 답사기와는 또다른 매력의 책이다.

항상 부러운 것은 이런 답사 여행에 따라가는 회원들이다.

항상 부부가 자유여행을 가서 편하고 좋긴 하지만 패키지 여행 때 가이드 설명이 늘 아쉽다.

인문 기행팀을 꾸려 전공자의 설명을 듣고 직접 역사적 명소들을 관람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진에 나온 저자의 모습을 보니 꽤 연세가 드신 분 같은데, 글쓰는 솜씨가 지루하지 않고 편하게 술술 잘 읽힌다.

사진의 색감도 선명해서 좋았는데 다만 너무 밝고 환하게 나와 어설픈 관광지 엽서 같은 느낌도 있었다.

악록서원 조감도를 찍은 사진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이번 책의 주제는 호남성이다.

옛 초나라 땅이었던 만큼, 굴원이 주인공이고 이 곳에서 죽은 두보, 악양루, 악록서원, 호남제일사범학교 출신인 그 유명한 모택동, 유서기, 그리고 중국의 피카소라 불린다는 제백석 등이 소개된다.

앞서 읽었던 추근이라는 청말의 여성 혁명가도 다시 등장한다.

사실 두보에 대해서는 한시에 아무런 지식도 없어 관심이 없었는데 <호우시절>이라는 영화의 영상미에 반해 흥미가 생겼다.

<강남에서 이귀년을 만나고> 라는 28자의 7언 절구가 아주 인상적이었다.


"기王의 저택에서 노상 만났고

최구의 안뜰에서 몇 번이나 들었던가, 그대 노래를

바로 이 강남땅 좋은 풍경 속에서

꽃 지는 시절에 또 만나는군"


이귀년은 현종 시절의 유명한 가인이었다고 한다.

잘 나갈 때는 기왕이나 실력자 최구 등의 사저에 자주 초대되어 두보 역시 그의 공연을 즐겼는데, 안록산의 난 등으로 전란에 휩싸여 두보와 이귀년 모두 강남을 떠도는 처지가 되어 40년 후에 초라한 모습으로 다시 만났음을 표현한 시라고 한다.

저자의 설명대로, 비참한 모습이 된 처지를 비관하는 것도 없이 어쩜 이렇게 담백하면서도 쓸쓸하게 재회를 그려내는지.

29세의 나이에 이혼 후 일본에 유학했다가 32세에 처형당한 혁명 여전사 추근의 시도 기억에 남는다.


"여자는 영웅이 아니라 함부로 말하기에

바람 타고 혼자서 만리길 동으로 가네"


일본으로 떠나던 배에서 쓴 시라고 한다.

이 정도 기개는 있어야 혁명 전사라고 불릴 자격이 있나 보다.

한시의 매력은 짧은 문구에 함축된 깊은 뜻과 정감인 것 같다.

전문가의 설명이 없으면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우면서도 한 자 한 자 풀어 써보면 압축력과 표현력이 놀랍다.

한문학자인 저자가 명승지의 대련과 편액 등을 해석하여 소개해 주는데 내 수준에서 즐기기에는 여전히 어렵다.

중국 근대화단의 최고 화가라 칭할 만한 제백석의 고향이 호남성인 것은 처음 알았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목공예 같은 일을 하다가 독학으로 그림과 글씨를 익혀 서비홍에 의해 북경대 교수가 된 입지전적인 화가다.

다른 책에서도 많이 봤었고 정말 개성있고 현대 수묵화의 매력이 한껏 뿜어져 나온다.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제백석 전시회에 못 가 본 게 아쉽다.

서예 위주인 줄 알고 어차피 감상할 능력이 안 되는 것 같아 안 갔는데 책을 읽고 나니 무척 아쉽다.

중국의 여러 명승지와 인물들을 소개한 재밌는 인문 기행문이었다.

4권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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