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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만 제국 - 찬란한 600년의 기록
오가사와라 히로유키 지음, 노경아 옮김 / 까치 / 2020년 7월
평점 :
신간 신청한 후 책 받아보고 300 페이지 밖에 안 되는 분량이라 놀랬다.
600년 오스만 제국의 긴 역사를 이 정도 분량으로 담을 수 있을까?
그런데 막상 펴보니 기우였다.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되어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
문장도 쉽고 오스만 제국이라는 이슬람 왕조이자 유목 전사들이었던 튀르크족의 작은 후국이 어떻게 제국이 되었는지 또 어떻게 몰락했는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준다.
이슬람 왕조였으면서도 다문화주의를 추구했으나 근대화에 실패하고 19세기 민족주의의 발흥으로 제국이 분열되고 오스트리아의 합스부르크 왕조가 망하듯 1차 대전 패전 후 아나톨리아 반도 내로 쪼그라들었다.
그럼에도 터키는 여전히 한반도의 네 배 가까이 되는 거대한 땅덩어리다.
데브쉬르메 제도를 통해 개종 기독교 노예들을 군대로 징집하고 이들 중에서 재상들이 나왔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조선왕조 시대의 노비 개념이 아닌 모양이다.
이슬람교의 자유민 개념이 법적으로 제한이 있기 때문에 황제 직속의 친위부대를 만들기 위해 노예 개념을 유지했던 게 아닌가 싶다.
재상의 자리에까지 오를 수 있으나 황제가 재산을 몰수하고 처단할 수도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보면 어머니의 신분을 따지지 않고 제위를 물려받을 수 있다는 사실도 비슷한 개념 같다.
오히려 노예 출신 모후는 외척 세력이 없어 왕실에서 선호했다고 한다.
영조가 무수리 출신 어머니 때문에 평생 고통받았던 것과 비교된다.
형제 살인 관습도 특이하다.
동아시아 세계가 적장자 상속을 원칙으로 한 것도 이런 후계자 경쟁을 없애기 위해서였던 모양이다.
그렇지만 같은 유목 국가여도 몽골이나 청나라는 제위에 오를 수 있는 형제들을 죄다 죽여 버리는 끔찍한 관습이 없어서 비교된다.
저자는 이런 이유로 유목국가인 오스만 제국이 몽골 등과는 달리 600년을 유지했다고 설명한다.
어떤 사회마다 독특한 제도가 생길 수밖에 없는 정치 구조가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