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의 행간에서 조선의 삶과 문화 깊이 읽기 국학자료 심층연구 총서 13
장윤수 외 지음 / 새물결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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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해 보이고 특색없는 제목과는 달리 이 시리즈는 표지를 참 잘 만든다.

250 페이지 정도의 짧은 길이고 일기를 분석한 책이라 두 시간만에 금방 읽을 수 있었다.

고문서들이 발굴되면서 거시사가 아닌 일상의 미시사가 연구되고 있어 반갑다.

이 책의 주제는 안동시 풍산읍의 오미마을에 세거한 풍산 김씨 일족의 3대에 걸친 일기이다.

안동의 하회마을 같은 곳인가 보다.

처음 듣는 이야기라 흥미롭게 읽었다.

고려 시대 호장이었다가 중앙으로 진출해 이 곳에 봉토를 받았고 이를 계기로 후손이 조선 전기에 내려와 자리를 잡게 되었다고 한다.

사대부가 어떤 계기로 한 지역에 세거하여 중심 위치를 점하게 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보통 지방 사족들의 일기를 보면 과거 급제해 실패하고 평생 도전하다 끝날 정도로 매우 벽이 높던데 이 가문 사람들은 많은 급제자를 배출했다.

특히 김대현은 아들 여덟 명이 다 과거에 급제하고 그중 다섯 명은 문과에 급제해 인조로부터 오미마을이라는 영광스러운 칭호를 받게 된다.

생원과 진사를 뽑는 사마시도 가문에서 급제자를 배출하기가 얼마나 어려운데 8형제가 전부 급제하다니 정말 대단하다.

아버지의 교육열이 엄청났을 것 같다.

일기를 남긴 후선 김병황은 선조들과 달리 과거에 수년 동안 도전하지만 끝내 급제하지 못하고 만다.

한 번 서울 올라갈 때마다 엄청난 경비가 들기 때문에, 저자는 과거시험을 치러 간다는 것만으로도 지역 사회에서는 큰 위상을 갖었다고 설명할 정도다.

한마디로 과거 준비를 하면 생업에서 벗어나 학문에만 몰두할 수 있을 정도로 먹고 살만한 양반이라는 표시였다는 얘기다.

일기의 마지막 저자인 김정섭은 일제 시대를 살면서 항일운동을 하기도 한다.

동생들이 만주에서 독립운동을 하자 군자금을 대주다가 복역하기도 하고 지역에 학교를 세우기도 한다.

일본 천황에게 폭탄을 던진 김지섭이 족제였다고 하니, 이 가문의 항일의식을 알만 하다.

그럼에도 변화하는 20세기의 평등하고 민주적인 사회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여전히 차별적인 전통적 정서에 안주하려고 한 점은 한계라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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